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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도나네맙’ 12개월 이상 투약환자 수 부족으로 FDA 가속승인 불발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1-20 12:18:08
  • 수정 2023-01-26 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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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2분기 3상 결과 나오면 ‘정식승인’ 추진 …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효과가 좋았던 게 오히려 ‘독’ … 레카네맙 반사이익

릴리는 초기 증후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신약승인신청을 접수했던 항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도나네맙(donanemab, 개발코드명 LY3002813)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반려를 통보하는 대응종결서신(CRL)을 받았다고 19(현지시각) 발표했다. 

 

FDA는 가속승인을 위해 제출된 도나네맙의 2TRAILBLAZER-ALZ 임상시험 자료에서 최소한 12개월 동안 도나네맙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 수가 제한적이어서 허가신청을 접수할 수 없음을 릴리에 통보했다.

 

릴리는 2상에서 총 257명의 환자를 모집했으나 12개월 이상 투약을 지속한 환자는 100명에 달하지 못했다. 사전에 일정 수준 이하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감소되면 투여를 중단하도록 임상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즉 치료 효과가 좋을 경우 약을 끊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기에 목적을 달성한 환자는 임상 결과 추적이 중단됐다.

 

FDA의 임상시험 요약 자료인 NCT04640077 보고기준으로 추산하면 12개월 이상 투약 환자는 9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릴리는 도나네맙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제거 효과를 먼저 승인된 바이오젠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과 직접 비교할 정도로 자신감이 컸다. 에듀헬름에 이어 올해 16일 두 번째로 승인된 바이오젠 및 에자이의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에 대해서도 플라크 제거 효과에서 앞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론적으로 가속승인 심사에서는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나네맙이 우수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감소 효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FDA의 심사 잣대에 걸려 좌초하고 말았다. 우수한 감소 효과가 오히려 독이 됐다.

 

레켐비가 FDA 가속승인을 받은 것도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사용 가능한 약제가 선점한 만큼 도나네맙을 시급히 허가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릴리는 2상의 라벨 공개 연장 임상시험인 TRAILBLAZER-EXT을 통해 실제 투약 12월차 치료효과 결과를 FDA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100명 중 일부가 투약을 중단하면서 FDA의 임상시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릴리는 가속승인을 포기하고 현재 진행 중인, 애듀헬름과 비교하는 3TRAILBLAZERALZ 2를 조기에 마무리해 그 결과 자료로 정식 승인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 중 12개월차 톱라인 자료가 도출되고 올 하반기나 돼야 심사자료를 FDA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릴리의 부회장으로 릴리뉴로사이언스를 이끌고 있는 앤 화이트(Anne White) 대표는 확증시험으로 시작된 3‘TRAILBLAZER-ALZ 2’에서 결과를 기대하고 있고 이를 FDA에 제출할 것이라며 환자를 위한 가장 임팩트 있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3상 시험이 2‘TRAILBLAZER-ALZ’에서 관찰된 유익성 및 안전성 프로필을 재확인시켜 주면서 환자와 의사들이 치료대안을 결정할 때 2상 자료와 함께 충분한 참조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TRAILBLAZER -ALZ 4’ 3상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공유된 결과는 6개월차 바이오마커 개선 내용이다. 18개월차 2차 평가지표인 PET 측정 치료효과 데이터가 올해 연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자료도 FDA 승인 결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한국을 포함한 ‘TRAILBLAZER -ALZ 5’ 3상 임상도 가속승인을 추진했던 2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난해 101500명 환자 등록을 목표로 시작된 만큼 승인 검토 시 지원사격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는 FDA가 장기투약 환자 수가 적다는 것 말고는 지적한 게 없다는 점에 일단은 안심하고 있다. 가장 빠른 심사 경로를 밟기 위해 FDA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FDA의 도나네맙 가속승인 거부는 바이오젠과 에자이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나네맙 상용화 일정이 지연되며 레켐비가 시장에 정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또는 경도 치매 단계의 질병이 있고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형성이 확인된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공략할 수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켐비 론칭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켐비의 미국 의료보험 등재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한 추가 생물의약품허가신청서(sBLA)도 제출했다.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블록버스터 신약'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레카네맙은 2027년 연매출액이 10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나네맙은 이보다 더 높은 134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나네맙이 더 짧은 시간 내 증상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아직 보험약가, 상환(보험급여 적용), 약가, 초기 환자 탐색(진단), 전문의의 인식과 처방 의지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레카네맙에 대한 향후 규제 및 지불 기관의 결정이 같은 약물군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상환 조건이 확실시 될 때까지는 활발한 사용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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