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루는 결과가 나와야 승인도 받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2022년 신약개발 여정에서 주목할 이정표를 세운 임상연구 결과 중 가장 주목할 7가지를 리뷰해본다. 이 중 일부는 내년에 신약으로 승인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최초의 NASH 치료제가 나올까?
지난 12월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웨스트콘스호호켄(West Conshohocken) 소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 나스닥 MDGL)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인 THR-beta 작용제 ‘레스메티롬(resmetirom, MGL-3196)’가 3상 임상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인 NASH 해소(resolution) 및 간섬유증 개선,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로를(LDL-C) 수치 등을 모두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레스메티롬이 승인된다면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염증을 일으키는 난치성 NASH를 치료하는 최초의 공식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길리어드사이언스, 노보노디스크,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Intercept Pharmaceuticals) 등 여러 제약사가 NASH를 정복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금도 300개 이상의 NASH 관련 임상시험이 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마드리갈은 2023년 상반기에 레즈스티롬의 가속승인 신청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NASH는 환자층이 두껍기 때문에 공식 승인 약물이 나온다면 연간 8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단숨에 달성할 수 있다고 뉴욕 월가는 전망하고 있다.
레카네맙, 항아밀로이드 이론 부활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항 베타-아밀로이드 원시섬유(protofibril) 항체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인 레카네맙(lecanemab, 개발코드명 BAN2401)은 지난 9월초에 발표된 3상 CLARITY AD 연구 결과를 통해 입지가 좁아진 항 아밀로이드 기전의 신약 개발을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
3상 임상 자료에 따르면 레카네맙은 ‘임상치매등급 평가총점’(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 기준으로 18개월차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AD) 환자의 임상 증상 정도가 위약에 비해 27%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Association)는 이 데이터를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에서 가장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한달 후인 10월과 11월에 임상시험 도중 환자가 사망함으로써 빛이 바랬다.
2022년 CTAD(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에서 배로우신경학연구소(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의 행동신경과학 전문가인 마르완 사박(Marwan Sabbagh) 박사는 환자 사망과 관련, “치매와 동반 가능한 질환”을 언급하며 “두 명의 사망 사례가 레카네맙과 인과관계를 보여주기에는 약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카네맙의 잠재적 승인이 기대되는 2023년이다.
릴리 ‘도나네맙’이 바이오젠의 ‘애듀헬름’(아두카누맙)을 능가할까
임상적 발전을 위해 과학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그 결실은 아름답다.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인 도나네맙(donanemab)은 이에 대한 완벽한 사례 중 하나다.
도나네맙은 3상 ‘TRAILBLAZER-ALZ 4’ 연구에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바이오젠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을 능가하는 결과를 지난 11월 30일 내놨다.
투여 6개월 차 1차 평가지표인 뇌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 24.1 센틸로이드 이하 달성비율은 도나네맙 투여군이 37.9%, 애듀헬름 투여군이 1.6%였다. 이는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능력에서 도나네맙이 우월함을 말한다. 센틸로이드(Centiloid)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 얻어진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크기의 평균값을 음성 환자의 경우 0으로,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100으로 가정해 산정한 점수다.
또 2차 평가지표인 기준선(치료시작 시점) 대비 6개월차 뇌 아밀로이드 감소율은 도나네맙군 65.2%, 애듀헬름군 17.0%로 도나네맙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또 다른 바이오마커인 혈장 타우(P-tau217) 감소 효과도 도나네맙군에서 더 높았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 발생률은 도나네맙 군에서 25.4%(2.8% 유증상), 애듀헬름 군에서 26.1%(4.3% 유증상)으로 유사했으며 유증상 비율이 더 적었다.
이 임상시험은 아밀로이드 표적요법으로 치료받은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능력을 기존 승인된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최초의 시도로, 활성 비교 데이터가 도출된 데 의미가 크다.
엑사셀(Exa-cel)은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까
FDA는 유전병에 대한 최초의 CRISPR 편집 치료제를 2023년에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FDA는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CRISPR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공동 개발한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exagamglogene autotemcel, 별칭 엑사셀, exa-cel, 코드명 CTX001)에 대한 순차심사를 지난 9월 27일 승인했다.
엑사셀은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transfusion-dependent beta-thalassemia, TDT) 치료제, 겸상(鎌狀)적혈구빈혈(sickle cell disease, SCD) 단회성 유전자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우선심사(PRIME) 대상으로 지정됐다.
FDA 승인을 결정하게 된 것은 올해 6월 2022년 유럽혈액학회에서 발표된 CLIMB 임상시험에서 75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고무적인 후속 데이터에 따른 것이다.
31명의 모든 SCD 환자는 지난 2년 동안 평균 3.9회의 혈관 폐쇄 위기(Vaso-occlusive crisis, VOC)를 경험했다. 엑사셀 치료 후 2~32.3개월 후 모두 VOC가 제거됐다.
또 44명의 TDT 환자 중 42명은 엑사셀 치료 후 1.2~37.2개월 동안 수혈을 받지 않았다.
양사는 엑사셀의 안전성 프로파일이 일반적으로 부설판(busulfan) 및 자가 줄기세포이식을 통한 골수 파괴 조절(억제)의 경우와 일치한다고 보고했다. 부설판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림프종, 골수증식성장애 등에 대한 골수이식치료 시 다른 화학요법제와 함께 투여된다. 버텍스는 2023년 1분기에 FDA에 심사서류 제출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신분열증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까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카루나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나스닥 KRTX)의 ‘KarXT’(성분명 자노멜린 및 트로스피움, xanomeline-trospium)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음성 증상을 치료할 솔루션은 없었다.
지난 8월 카루나는 조현병의 양성 증상뿐만 아니라 음성 증상에서도 개선을 이끌어낸 KarXT의 3상 임상시험(EMERGENT-2) 결과를 발표했다.
조현병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5주 차에 조현병 양성·음성 증후군 평가지표(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PANSS) 변화 기준을 측정한 결과 증상의 중증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현재 임상자료를 추가 분석하고, 신약승인신청을 준비 중이어서 2023년 중반에 신청서를 FDA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KarXT의 한 성분인 자노멜린(Xanomeline, 개발코드명 LY-246708, Lumeron, Memcor, 릴리 및 노보노디스크 공동 개발)은 부교감신경계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로서, 중추신경계의 무스카린 수용체(M1, M4)를 우선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M1 및 M4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뇌의 도파민 신경전달에 간접적으로 (억제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KarXT의 다른 성분인 트로스피움(Trospium)은 콜린성 신경분포 기관에서 무스카린 수용체의 길항제로 작용한다. 트로스피움은 비 중추신경계 침투성, 비선택적 무스카린 길항제로서 말초성 무스카린 작용제에 따른 의존성 부작용을 억제한다.
조현병은 아세틸콜린(억제성 음성), 도파민, 글루타민(이상 흥분성 양성)의 불균형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KarXT는 무스카린 작용제와 무스카린 길항제의 조합을 통해 조현병에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동맥고혈압(PAH) 신약개발의 진전
폐동맥고혈압(PAH) 분야에서는 미국 머크(MSD)가 2021년에 115억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액셀러론파마(Acceleron Pharma)의 잠재적인 계열 최초, 액티빈 수용체 융합단백질(ActRIIA-Fc, Activin receptor type IIA-Fc)인 소타터셉트(sotatercept)가 3상 STELLAR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 진전을 보였다.
PAH가 있는 성인 320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에서 소타터셉트는 24주 차 6분 보행거리(6-minute walk distance, 6MWD)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이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소타터셉트는 2차 평가지표에서 9개 지표 중 8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6MWD 개선 정도, NT-proBNP(N-terminal pro-B-type natriuretic peptide) 수치 개선, 세계보건기구 기능분류(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functional class, WHO FC) 개선 정도, WHO FC II 유지 달성, 사망까지에 걸린 기간, 첫 임상 악화 사건 발생까지의 기간(time to first occurrence of a clinical worsening event, TTCW)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마지막 2차 평가지표인 PAH-SYMPACT 척도의 인지/감정 영향 영역 점수는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소타터셉트의 3상 성공은 이미 PAH 치료제인 ‘아뎀파스’(Adempas 성분명 리오시구앗. riociguat)를 보유하고 있는 MSD의 PAH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RSV 백신이 곧 출시된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가 올 겨울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RSV는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현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화이자의 RSV 백신후보물질 ‘RSVpreF’(RSV prefusion vaccine, PF-06928316)는 잇따라 긍정적인 3상 데이터를 내놔 경쟁자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거의 따라잡았다. RSVpreF는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2023년 5월에 승인 여부가 결정날 예정이다.
2022년 12월 7일, 화이자는 3상 RENOIR 임상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 RSVpreF가 60세 이상의 성인에서 85.7%의 효능을 이끌어냈다고 발표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고 내약성도 좋았다고 보고했다.
3상 임상에서 GSK의 RSV 백신후보인 ‘RSVPreF3’ 는 환자 세부 모집단이 달랐지만 60세 이상 노인에서 82.6%의 객관적 백신 효능 비율(overall vaccine efficacy rate)을 보여줬다. 중증 RSV 관련 하기도질환(LRTD)에서는 94.1%의 유효율을 보였다.
GSK의 백신후보는 2022년 11월 2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았다. PDUFA에 따른 심사기한은 2023년 5월 3일이다. FDA의 승인 결정은 두 백신후보가 거의 동시에, 또는 GSK가 며칠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