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건수는 저조했고, 관련 인수합병(M&A)은 거래 건수나 개별 거래액 규모도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의 톱5 글로벌 바이오파마 인수합병은 1위 암젠의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인수 278억달러(12월에 ‘크리스텍사’, ‘테페자’ ‘업리즈나’ 확보), 2위 화이자의 바이오헤븐 인수 116억달러(5월 : 편두통약), 3위 화이자의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 인수 54억달러(8월 : 겸상적혈구빈혈약) , 4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터닝포인트 41억달러 인수(6월 : ROS1 변이 및 NTRK 융합 ‘레포트렉티닙’), 5위 암젠의 케모센트릭스 인수 37억달러(8월 : ‘타브네오스’) 등이다.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300억달러 이상 대규모 거래(mega deal)는 이뤄지지 않았고, 그나마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로 돈을 번 화이자가 투자에 나섰고, 올드 블랙버스터들이 한계에 이른 암젠이 신규 파이프라인을 수혈하려 몸부림쳤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인 PwC는 2023년 새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6개 바이오파마 기업을 선정했다.
1위는 프로벤션바이오, 2위는 카루나테라퓨틱스, 3위는 리아타파마슈티컬스, 4위는 아미릭스파마슈티컬스, 5위는 알닐람파마슈티컬스, 6위는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였다.
프로벤션바이오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레드뱅크(RED BANK)에 소재한 면역매개질환 전문약 개발기업인 프로벤션바이오(Provention Bio, 나스닥 PRVB)는 지난 11월 17일 ‘티지엘드’(TZIELD: 테플리주맙 teplizumab-mzwv)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8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 2기 1형 당뇨병 환자의 3기 1형 당뇨병 단계 진입을 지연시켜 주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비 인슐린 제제로는 처음으로 1형 당뇨병약으로 허가받았다. 1형 당뇨병이 3기로 진입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최초의 FDA 승인 질병 조절 약물이기도 하다. 환자 수가 많은 질병이라는 점, 그래서 시장성이 넓다는 점에서 피인수 대상으로 선호된다.
카루나테라퓨틱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카루나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나스닥 KRTX)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음성 증상을 치료하는 ‘KarXT’(성분명 자노멜린 및 트로스피움, xanomeline-trospium)이 지난 8월 3상 임상시험(EMERGENT-2)에서 명백한 효능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3상 임상에서 ‘KarXT’는 치료 5주 차에 조현병 양성·음성 증후군 평가지표(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PANSS) 변화 기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현재 임상자료를 추가 분석하고, 신약승인신청을 준비 중이어서 2023년 중반에 신청서를 FDA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병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도전적인 분야여서 이 약이 승인된다면 획기적인 치료제로서 확고한 선두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노멜린은 부교감신경계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이며, 트로스피움은 콜린성 신경분포 기관에서 무스카린 수용체의 길항제로 작용한다. 트로스피움은 비 중추신경계 침투성, 비선택적 무스카린 길항제로서 말초성 무스카린 작용제에 따른 의존성 부작용을 억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이 조현병으로 시달리고 있다.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2016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은 세계 15대 장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잠재적인 의료비용이 많이 드는 질환이다.
릴리는 내약성 문제로 과거에 KarXT를 포기한 적이 있으며, 카루나의 현 CEO인 스티브 폴(Steve Paul) 박사는 릴리연구소의 전 회장이자 집행부회장이었다.
카루나의 잠재적인 인수 의향 제약사는 정신과질환 신약이라는 특성상 FDA의 승인 여부 결정을 보고 인수에 나설 공산이 크다. 따라서 릴리나 정신질환 분야에 관심이 높은 바이오젠(Biogen) 또는 재즈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가 카루나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카루나는 자체 법인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빌 무어리(Bill Meury)가 새해 1월 3일에 폴의 뒤를 이어 CEO를 맡게 된다.
리아타파마슈티컬스
미국 텍사스주 플라노(Plano) 소재 리아타파마슈티컬스(Reata Pharmaceuticals, 나스닥 RETA)는 지난 5월 프리드리히운동실조증(Friedreich’s ataxia, FA) 신약후보물질인 오마벨록솔론(omaveloxolone, RTA480)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진행성이며 생명을 단축시키는 신경근육질환인 FA에 대해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
FDA는 처음에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심사기한을 올해 11월 30일로 지정했지만 나중에 2023년 2월 28일로 연장했다. 오바벨록솔론은 2020년 11월, 두 번째 2상 임상인 MOXIe-2를 약식으로 치르려다 FDA로부터 퇴짜를 맞고 임상시험 디자인을 재설계했다.
오마벨록솔론의 신약승인신청(NDA)은 MOXIe 파트 2 시험의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와 MOXIe 파트 1 및 MOXIe 확장시험의 추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오마벨록솔론은 2021년 11월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 2022년 5월 희귀소아질환 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이 약은 FA 치료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마벨록솔론 외에도 리아타는 당뇨병성 만성신장질환(CKD), 알포트증후군(Alport syndrome)으로 인한 CKD, 다낭성 신장질환(polycystic kidney disease, PKD)으로 인한 CKD를 포함한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신약후보물질인 바독솔론메틸(Bardoxolone Methyl)도 보유하고 있다.
CKD의 미국 내 유병률은 약 13%이며,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서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혈관 및 대사질환에 중점을 두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보노디스크, 사노피가 인수의향 회사로 지목된다. 사노피는 상염색체 우성 PKD 관련 중추적 2/3상 임상시험에서 무익성(futility)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벤글루스타트(venglustat) 개발을 2021년 중단했다.
아미릭스파마슈티컬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소재한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아미릭스파마슈티컬스(Amylyx Pharmaceuticals, 나스닥 AMLX)는 올해 9월 29일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 치료제 ‘렐리브리오’(Relyvrio 성분명: 페닐부티르산 나트륨+타우루소디올, sodium phenylbutyrate + taurursodiol, 개발코드명 AMX0035)로 FDA 승인을 받았다.
렐리브리오는 올해 FDA로부터 얻은 바이오파마 업계의 최대 수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약물이다. 또 미국에서 세 번째로 공인받은 루게릭병 치료제다. 앞서 1995년에 사노피 젠자임의 ‘리루텍정’(Rilutek 성분명 릴루졸 Riluzole)어 처음 허가받았고, 2017년에는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라디컷주’(Radicut 성분명 에다라본 Edaravone, 미국 브랜드명은 라디카바 Radicava, 코드명 MCI-186)가 승인받았다.
이런 중요성도 크거니와 이 회사 공동 CEO인 저스틴 클리(Justin Klee)는 AMX0035를 알츠하이머병과 볼프람증후군(Wolfram syndrome)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지난 10월 밝힌 바 있다.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바이오젠, 로슈, 노바티스 같은 정신신경계에 관심을 갖는 회사나 자금력이 풍부한 화이자가 눈독을 들일 수 있다.
알닐람파마슈티컬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캠브리지의 RNA 간섭(RNAi) 기술 전문기업인 알닐람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나스닥 ALNY)는 시가총액이 거의 300억달러에 근접하는데다가 RNA 간섭(RNAi) 선도기업이어서 2023년 글로벌 바이오파마제약 업계에서 가장 큰 인수 대상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현재 4가지의 FDA 승인 RNA간섭 치료제를 갖고 있다. 다발성신경병증(polyneuropathy, PN) 수반 유전성 트랜스티레틴(transthyretin, TTR) 매개 아밀로이드증(hATTR) 치료제인 ‘온파트로’(Onpattro 성분명 파티시란 patisiran), 급성 간성 포르피린증(acute hepatic porphyria, AHP) 치료제 ‘지블라리’(Givlaari 성분명 지보시란 givosiran), 모든 연령대의 1형 원발성 옥살산뇨증(primary hyperoxaluria type 1, PH1, 고수산뇨증, 高蓚酸尿症) 치료제 ‘옥슬루모’, 온파트론과 동일 적응증을 가진 업그레이드 버전인 ‘앰부트라’(Amvuttra 성분명 부트리시란, Vutrisiran) 등이다.
알닐람은 이밖에 혈우병 신약후보 피투시란(fitusiran, 사노피와 제휴), 면역글로불린A신병증(IgAN) 후보 셈디시란(cemdisiran) 등 여러 고부가가치 3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있다.
2상 단계로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 다양한 주목할 만한 적응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매수 시나리오에서는 가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알닐람의 주가는 2023년 예상 매출의 15배 이상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수의향 업체가 RNA간섭 플랫폼을 다양한 난치병에 대한 ‘게임 체인저’라고 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화이자나 노바티스가 RNAi 선도기업의 가장 유력한 구혼자로 꼽힌다.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웨스트콘스호호켄(West Conshohocken) 소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 나스닥 MDGL)는 THR-beta 작용제 ‘레스메티롬(resmetirom, MGL-3196)’이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로서 3상 MAESTRO-NASH 임상시험 생검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인 NASH 해소(resolution) 및 간섬유증 개선,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로를(LDL-C) 수치 등이 모두 충족했다는 결과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환자층이 두껍다는 측면에서 마드리갈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피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레스메티롬은 투여하기 편한 경구용약이다. NASH 환자는 많지만 아직 FDA 승인 치료제가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고평가의 이유다. 간질환에서 간이식에 이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뉴욕 월가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NASH 약물이 나온다면 연간 8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단숨에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반적으로 NASH 치료제는 2020년대말까지 연간 3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시가총액이 49억5000만달러인 마드리갈은 미국 머크(MSD), 화이자, 길리어드사이어언스 같은 최고의 간질환 플레이어와 비견하기에는 너무 저렴할 수 있다.
이밖에 IgAN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치눅테라퓨틱스(Chinook Therapeutics)와 칼리디타스테라퓨틱스(Calliditas Therapeutics), 뒤센근이영양증 치료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사렙타(Sarepta)가 유력 피인수 대상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칼리디타스테라퓨틱스(Calliditas Therapeutics)가 개발한 부데소나이드(budesonide) 성분의 IgAN 치료제인 ‘타페요’(Tarpeyo)는 2021년 12월 16일 미국에서, ‘킨페이고’(Kinpeygo)는 2022년 7월 15일 유럽에서 원발성 면역글로불린A신병증 치료제로 각각 시판 승인을 획득했다.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승인된 IgAN 전문 치료제다.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실증한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이 질환에 대해서는 스테로이드나 공식적인 적응증을 가진 면역억제제가 주로 처방돼왔으나 부작용이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치눅테라퓨틱스(Chinook Therapeutics)는 엔도텔린A형(endothelin A, ETA) 수용체의 선택적 길항제인 아트라센탄(atrasentan)으로 면역글로블린A신병증(immunoglobulin A nephropathy, IgAN)에서 ‘Align’ 3상 연구, 단백뇨성 사구체질환(proteinuric glomerular diseases)에서 ‘Affinity’ 2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IgAN 3상은 내년에 예비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눅테라퓨틱스는 2022년 11월 18일 개최된 미국신장학회(ASN)에서 IgAN 관련 ‘Align’ 3상 연구 결과 아트라센탄이 단백뇨를 50~60% 낮춰 신장기능을 장기간 보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단백뇨 지표는 IgA신증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바이오마커여서 아주 긍정적인 결과라고 치눅테라퓨틱스는 자평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RNA 표적치료제 개발 전문제약기업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 나스닥 SRPT)는 뒤센근이영양증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SRP-9001’(델란디스트로진 목세파보벡, delandistrogene moxeparvovec)를 보유하고 있다. 사렙타는 현재 3종의 승인받은 뒤센근이영양증 치료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를 확보하고 있으나 각기 치료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면 SRP-9001은 유전자치료제로서 단회 치료로 거의 모든 뒤센근이영양증을 근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