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시내의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 둘러봤다면 이젠 하늘 위에서 사천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각별한 재미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사천시 동서동의 작은 섬인 초양도(草養島)와 대방동 각산(角山, 삼천포항을 서남방향으로 둘러싼 산)을 오간다. 산-바다-섬을 잇는 2.43km 길이의 짧지만 다채로운 코스다.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보따리를 풀어 놓듯 삼천포대교와 실안해안도로와 초양도와 늑도(勒島) 등 푸른 다도해 풍경을 선물처럼 눈앞에 펼쳐 놓는다. 눈동자가 케이블카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케이블카가 초양도 정류장에 닿는다.
초양도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 변영숙
배 전망대에 서면 삼천포 대교와 인근의 섬으로 오가는 유람선과 고깃배들이 지나가는 평화로운 다도해 풍경을 지척에서 감상할 수 있다.
초양도 탐방을 마쳤다면 이번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각산으로 향한다. 해발 408m의 각산 정상에는 각산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고려 때 설치된 봉수대는 남해 창선도 대방산 봉수대에서 신호를 받아서 용현면 안점산 봉수대와 공양면 우산 봉수대로 연결했다고 한다. 봉수대 옆 군영 막사가 복원돼 있다.
남해도(본도), 무인도, 늑도, 초양도, 모개도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5개섬을 징검다리로 연결한 ‘창선·삼천포대교’
각산에서 바라본 비토섬의 모습 / 변영숙
1973년 남해군 설천면의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국내 최초의 현수교로 수학여행 관광지가 됐다. 미국의 금문교를 축소한 모양이라고 칭찬받았다. 지금은 삼천포대교를 비롯해 인천대교, 이순신대교, 광안대교, 영종대교, 서해대교 등 큰 다리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삼천포다리의 범선 같기도 하고 옹기종기 이야기하는 모습의 다리는 정겹다.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 봉명산 다솔사
사천 봉명산 다솔사 / 사천시청 홈페이지
실제로 만해 한용운이 이끌던 불교 독립운동 단체 ‘만당’이 이 절을 근거지로 삼았고, 소설가 김동리는 이곳에서 ‘등신불’을 썼다.
이 절은 503년(신라 지증왕 4년) 연기조사(緣起祖師)가 창건해 ‘영악사(靈嶽寺)’라 하였다. 636년(선덕여왕 5년) 건물 2동을 신축하고 다솔사로 개칭했다. 676년(문무왕 16년) 의상(義湘)대사가 다시 ‘영봉사(靈鳳寺)’라고 고쳐 부른 뒤, 신라 말기 도선(道詵) 국사가 중건하고 다솔사로 다시 불렀다.
1326년(고려 충숙왕 13년) 나옹(懶翁)이 중수했고, 조선 초기에 영일·효익 등이 중수했으며, 임진왜란의 병화로 소실되어 폐허가 된 것을 1686년(숙종 12년) 복원했다. 1748년(영조 24년)대부분이 소실됐으나, 1758년 명부전·사왕문·대양루 등을 중건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대양루를 제외하고 1914년의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듬해 재건한 것이다. 화려한 과거와 달리 절은 규모가 작아 적멸보궁, 대양루, 응진전, 극락전 등 10여 동이 전부다. 일주문과 천왕문은 없다.
다솔사는 봉명산 군립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절을 출발점으로 삼아 산 구석구석으로 이어지는 흙길은 선명하고 푹신하다. 다솔사에서 보안암으로 이어지는 약 2㎞ 숲길은 적멸보궁 뒤 넓은 차 밭에서 시작된다.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약 1시간 후에 산 동쪽 기슭 보안암(普安庵)에 닿게 된다. 숲은 굴참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생강나무 등 봄여름에는 무성했을 활엽수들이 낙엽진 채 근육질을 드러내고 겨울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소나무들이 잔향을 남긴다.
고려 말 승려들이 만들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보안암 석굴 안에선 커다란 돌부처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기교미가 없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넉넉한 이웃아저씨 같아 정감이 간다.
다솔사-보안암 산사길은 경북 문경 김룡사-대성암 숲길, 경남 고성 옥천사 숲길, 경북 김천 직지사 암자길, 경기 안성 청룡사 숲길, 강원 영월 법흥사 숲길과 더불어 가을에 둘러보고 싶은 산사로 가는 길로 꼽힌다.
사천 남일대 코끼리바위 / 사천시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