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항정신병약인 ‘브레일라’(Vraylar 성분명 카리프라진, Cariprazine)가 현재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성인 주요우울장애(MDD) 환자의 보조요법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애브비는 올해 2월, 3건의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적응증 추가 신청을 냈다. 우선 3상 ‘3111-301-001’ 임상에서 브레일라 1.5mg 매일 복용군은 6주차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평가척도(Montgomery-Åsberg Depression Rating Scale, MADRS) 총점에서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상 ‘RGH-MD-75’에서는 기존 항우울제 치료제에 브레일라 2~4.5mg을 매일 복용토록 한 후 8주차에 MADRS 총점으로 평가한 결과 위약군 대비 착수시점에 비해 임상적으로나 통계적으로나 유의할 만한 변화가 관찰됐다.
또 브레일라의 장기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26주 동안 진행된 ‘RGH-MD-76’ 임상시험 결과가 이번 적응증 추가 신청서에 동봉됐다.
그러나 또다른 3상 임상시험인 Study 3111-302-001에서 브레일라는 6주차 MADRS 총점이 개선되긴 했지만 두 가지 용량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데이터는 적응증 추가 신청 서류에서 제외됐다.
브레일라는 유효성과 내약성을 입증함에 따라 기존 항우울제를 복용했을 때 부분반응을 나타낸 성인 우울증 환자를 위한 새 치료 옵션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성인 5명당 1명꼴로 평생에 한번은 주요우울장애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성인 우울증 환자의 50%은 첫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동안 우울증 관련 증상들을 지속돼 약효가 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따라서 첫 우울증약과 유형이 다른 약물을 보조요법제로 추가하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브비의 토마스 허드슨(Thomas Hudson) 연구개발 담당 수석 부회장 겸 최고과학책임자는 “다수의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이 현재 사용 중인 항우울제가 그들이 매일 겪는 증상들을 유의미하게 완화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브레일라의 적응증 추가 승인으로 큰 미충족 의료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롭고 중요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상 임상시험을 총괄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게리 삭스(Gary Sachs) 정신과 교수는 “표준요법제 항우울제를 사용했을 때 불충분한 반응을 나타낸 환자들의 경우 다양한 약물들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증상들로 인한 고통을 겪으면서 좌절하는 사례들이 많다”면서 “이 때 다른 표준요법제 항우울제를 사용해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대신 브레일라를 기존 치료제와 병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일라는 헝가리 제약기업 게데온리히터(Gedeon Richter)가 원개발사로 엘러간(애브비에 인수됨)와 제휴해 공동 개발한 약이다. 2015년 9월 17일, 성인 조현병(정신분열증) 및 양극성장애(조울증) 치료제로 처음 FDA 승인을 얻었다. 2017년 11월 13일에는 조현병에 의한 급성 발작, 제1형 양극성장애(조증이 우세한 조울증) 관련 급성 조증(躁症) 또는 혼재성 발작 등의 유지요법제(재발방지약)로 허가를 받았다. 2019년 5월 28일에는 제1형 양극성장애의 모든 스펙트럼(우울증, 조증, 혼재성) 등을 커버하는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브레일라의 효능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D₃ 및 D₂, 세로토닌 5-HT 1A 수용체에서 부분적 작용제로 활성을 보이고, 세로토닌 5-HT 2B 및 5-HT 2A 수용체에서의 길항제로서 활성을 보이는 것이 조합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총 8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브레일라로 치료받으면서 20여건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게데온리히터의 이스트반 그레이너(István Greiner) 연구개발 담당이사는 “브레일라 개발 초기에 다양한 정신건강 질환들의 증상들을 커버하면서 도파민 D3 수용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미국에서 조현병과 양극성 조증 발작(양극성장애 1형) 및 혼재형 발작 등에 적응증을 취득한 가운데 이번에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을 위한 항우울제 병용 보조요법제로도 승인받아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