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소송에 휘말린 아일랜드 제약사 말린크로트(Mallinckrodt) 미국법인이 파산 계획 승인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블름버그통신과 뉴햄프셔주 및 뉴욕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은 말린크로트 미국법인의 파산계획을 최근 승인했다.
밀린크로트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지만 절세를 목적으로 2013년에 본사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했으며, 대부분의 매출은 뉴저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법인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주별로 나뉘어 배상되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opioid) 관련 전체 합의금액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2월 잠정안이 나와 2022년 10월 파산 신청 시 공개된 전체 합의 금액은 16억달러였다.
말린크로트는 오피오이드 남용을 조장해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낭비케 하고 인명 사망을 유도했다는 혐의로 여러 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미국에서는 1999년 이후 합법 및 불법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최소 40만명이 사망했다. 미국 2500개 시 및 카운티 정부는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중독 위험을 과소 평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는 이유로 제약사 및 의약품 유통업체를 상대로 2600건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2020년 기준)을 제기했다.
말린크로트는 오피오이드 소송 외에도 유아경련 및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H.P.액타젤(highly purified Acthar Gel)’을 루게릭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안전성 문제를 누락시켜 피해를 입힌 혐의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피소돼 있다. 논란이 된 2b상은 6년간 진행되다 2019년 뒤늦게 안전성 문제로 중단됐다. 말린크로트는 또 오피오이드 및 액타젤 마케팅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도 소송을 당한 상태다.
블름버그통신은 파산보호신청이 승인됨에 따라 해당 소송은 중단됐으나, 말린크로트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개인 원고들은 회사 대상 소송 중단에도 불구하고, 말린크로트 임원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오피오이드 관련 소송 합의의 경우 뉴햄프셔주 존 포멜라(John M. Formella) 법무장관(검찰총장)은 배상 합의한 말린크로트의 파산계획이 법원을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으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주의 경우 5850만달러에 합의된 상태다.
말린크로트 외에 오피오이드 합의 관련 파산신청을 진행한 제약사는 퍼듀파마(Purdue Pharma)로 법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PARP 억제제 항암제인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를 내세워 빅파마와 경쟁해오던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의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가 지난 12일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 절차를 개시했으며, 자산의 매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파산신청에 앞서 클로비스는 노바티스에 1상(NCT04621435) 임상 중인 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인 ‘FAP-2286’의 모든 권리를 노바티스의 계열사인 노바티스이노베이티브테라피스(Novartis Innovative Therapies AG)에 넘기기로 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토킹 호스’란 회생기업이 인수 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으면 FAP-2286은 선 계약한 노바티스에 매각된다.
FAP-2286는 섬유아세포활성화단백질(Fibroblast Activation Protein, FAP)을 표적으로 고형암에서 유효성을 평가하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다.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5000만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고 개발과 승인 목표 달성에 따라 최대 3억3375만달러, 매출액 달성 실적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으로 최대 2억9700만달러를 클로비스에 지급키로 했다.
클로비스의 파산신청은 지난 6월 10일, 난소암에 대한 3차 요법제 적응증을 미국에서 자진 철회하고, 7월에는 유럽연합(EU)에서도 처방을 삼가도록 하는 조치가 나온 데서 비롯됐다. 남은 적응증은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및 탁산 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BRCA 돌연변이(생식계 그리고/또는 체세포) 관련 성인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2020년 5월 15일 FDA 가속승인)뿐이다.
클로비스온콜로지는 한때 시가총액이 30억달러를 웃돌았으나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 및 미국 머크(MSD)의 PARP 억제제인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개발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게 됐다. 루브라카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억1278만달러 매출을 올린데 그치며 같은 기간 1억8751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린파자는 2021년 27억4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클로비스는 연방파산법원의 승인을 전제로 루브라카와 다른 전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을 인수 의사를 표명한 기업들에게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