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 중인 항 베타-아밀로이드 원시섬유(protofibril) 항체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인 레카네맙(lecanemab, 개발코드명 BAN2401)의 신약승인 경로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다.
과학잡지 ‘SCIENCE INSIDER’에 레카네맙 임상시험에 참가한 65세 여성이 뇌출혈로 숨졌다는 사실이 지난 28일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월에도 임상시험에 참가한 80대 남성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에 이어 두 번째다.
사이언스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두 번째 사망 환자를 부검한 신경병리학자는 “내 생각에는 이것이 치료로 인한 질병과 사망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헀다.
레카네맙은 지난 9월 Clarity AD 3상 임상시험에서 인지 저하를 늦추고 1차 주요평가지표를 충족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긍정적인 청신호를 올렸다. 그러나 10월 STAT 보도, 이번 사이언스 보도로 희망의 합창이 꺾일 분위기다.
에자이는 이와 관련, 29일 “지금까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레카네맙이 피험자의 사망 리스크 상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약군과 레카네맙군의 뇌출혈 사망률은 0.1%로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뇌출혈에 의한 레카네맙 투여군 2명 사망 사례는 위약을 투여받다가 레카네맙으로 전환한 표지 개방(비맹검) 연장시험에서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레카네맙 투여군 둘 다 뇌졸중으로 사망했지만 첫 사망 환자는 심폐 관련 이상과 관련 있고, 두 번째 사망 환자는 뇌졸중이었다며 두 사람 모두 항응고제(혈액희석제)를 투여해 중대한 동반질환 위험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에자이의 임상연구 부문 수석 부사장인 마이클 이리자리(Michael Irizarry)는 “대뇌 거대출혈인 뇌출혈은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작용”이라며 레카네맙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리자리는 Clarity AD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 투여군의 뇌출혈 비율은 약 0.6~0.7%로 위약군의 0.2%에 비해 높았다고 말했다. 보고된 출혈의 2.8%만이 증상이 있었다. 이 연구에는 총 1795명의 피험자가 참여했으며 절반은 위약, 절반은 레카네맙을 투여받았다.
에자이 미국법인 CEO인 이반 청(Ivan Cheung)은 “레카네맙이 뇌출혈의 감수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두 명의 사망이 레카네맙에서 기인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임상연구는 뇌출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혈액희석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리자리는 혈액희석제를 복용하는 레카네맙 투여군은 뇌출혈 위험이 2.4~3.6%로서, 일반인보다 약간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혈액희석제를 복용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뇌출혈 빈도의 관계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레카네맙과 항응고제를 모두 복용하는 개인이 뇌출혈 위험성과 레카네맙의 유익성에 대한 위험 대비 이점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에자이는 레카네맙 치료의 이점이 위험을 능가하고 약물의 잠재적 표기사항에서 이런 경고문구를 걸지 않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설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방침이다. 이반 청은 “치료 약제에 대한 교육과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9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따르면 Clarity AD 연구에서 13명이 사망했다. 위약군에서 7명, 레카네맙 투여군에서 6명이다. 이와 관련 연구자들은 사망의 원인을 분류하지 않지만 레카네맙 또는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자기공명영상소견(Amyloid 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와 관계 있다고 규정한 것은 없다. ARIA는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방사선 진단 소견이다.
에자이는 지난 9월, 초기 데이터를 발표할 때 ARIA 비율이 예상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이리자리는 궁극적으로 의사가 레카네맙의 위험에 대해 솔직하게 밝힌 후에도 환자는 여전히 인지 저하를 줄이기 위해 레카네맙 복용을 희망하는 성향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 예로 Clarity AD 연구 당시 코로나19(COVID-19) 전염병이 한창이었을 때에도 등록한 환자 중 20% 미만이 중도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FDA는 올해 7월에 레카네맙의 생물의약품승인신청(BLA)을 접수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처방의약품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심사 기한은 내년 1월 6일까지로 정해졌다. 가속승인이 나오면 에자이는 수일 내에 모든 데이터를 FDA에 제출해 정식승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해 6월 7일 유효성 부족 논란, 임상 데이터 조작에 의한 해석 방법 변경 논란을 일으킨 끝에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항 베타-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병 신약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애듀헬름이 그 여파로 미국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로부터 처방 범위를 제약받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여기서 빠져나오기 위함이다. 현 규정으로는 모든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계열의 약물이 이에 해당하는 취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릴리와 제넨텍(로슈) 등이 반발했다. 에자이는 애듀헬름의 후속 조치에 대해 보험기관이 더 관대해지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반 청은 “우리가 지금까지 레카네맙으로 생성한 모든 증거자료를 통해 급여 적용 범위 결정을 해제하거나 적어도 환자의 약물 접근 관점에서 적용 범위 결정을 훨씬 더 호의적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에자이는 피험자의 사망은 당국에 보고를 완료했으며, 임상시험에는 외부 전문가로 조직된 감시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엄격한 안전성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안전성 결과를 비롯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