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압박에 밀려 난소암 1차 유지요법제인 PARP 억제제 ‘제줄라캡슐’(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의 적응증 범위를 자진 축소키로 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GSK는 미국 내에서 유해하거나(deleterious) 유해할 것으로 의심되는 생식세포 BRCA 유전자 변이(gBRCAmut) 난소암 치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줄라의 2차 유지요법 사용 범위를 제한한다는 업데이트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제줄라는 2017년 3월 27일 BRCA 변이와 상관없는,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 반응(CR 또는 PR)을 보인 재발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이 있는 여성의 2차 유지요법제로 처음 허가받았다. 2019년 10월 23일엔 HRD 양성, 재발성 난소암, 난관암, 원발성 복막암의 4차 치료제(3차례 화학요법제 선행 후)로 추가 적응증을 획득했다. 2020년 4월 29일엔 BRCA 변이와 상관없는 백금착제 반응 양성, 진행성 난소암, 난관암(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의 1차 유지요법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PRIMA 3상 임상시험에 근거).
제줄라는 GSK에 인수된 미국 제약사 테사로(Tesaro)가 개발했으며, 일본·한국·대만·러시아·호주 판권은 일본 다케다제약이 갖고 있다.
다만 백금착제 기반 항암화학요법제를 사용했을 때 완전반응 또는 부분반응을 나타낸 성인 진행성 고도 상피세포 난소암, 난관암(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 환자들을 위한 1차 약제 유지요법제 적응증은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GSK는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2017년 3월 27일 제줄라 최초 승인의 기반이 됐던 3상 ‘ENGOT-OV16/NOVA’ 임상시험의 전체생존기간(OS) 최종 분석결과를 검토한 끝에 나왔다. NOVA 임상시험의 최종 OS 분석 결과 비(非) gBRCAmut 코호트에서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 위험비(HR)는 1.06으로 나타나 제줄라 치료군의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즉 BRCA 변이가 없는 종양에서 제줄라 복용군은 평균 수명이 31.1개월로 위약 대조군의 36.5개월에 비해 사망위험이 10% 가량 증가했다.
또 NOVA 임상시험에서 PARP 억제제에 일반적으로 잘 반응하는 BRCA 변이가 있어도 사망위험을 7% 정도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부인종양학회(Society of Gynecologic Oncology) 연례회의에서 소개된 제줄라 추적 보정 연구는 BRCA 변이군에서 사망위험을 34%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NOVA 연구와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번에 자진해서 GSK가 적응증 범위를 축소하긴 했으나 수명연장이라는 키워드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다시 FDA의 재판대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NOVA는 백금 민감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유지요법으로 경구 1일 1회 PARP 억제제인 제줄라를 평가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3상 임상시험이다.
다만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결과는 gBRCAmut 및 비-gBRCAmut 코호트, 비-gBRCAmut 코호트의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하위그룹에 걸쳐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니라파립의 이점을 입증했다.
앞서 GSK는 올해 9월 14일에 미국에서 이전에 3차 이상의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았고 HRD 양성인 진행성 난소암, 난관암, 일차 복막암 성인 환자를 위한 제줄라의 치료 적응증(4차 치료제, 2019년 10월 23일 획득)을 자발적으로 철회했다.
4차 치료제 철회 결정은 난소암 후기 치료 환경에서 PARP 억제제에 관한 전반적인 유효성이 미흡하다는 정보에 기반을 둔 것이다.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의 PARP 억제제인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는 올해 5월 23일자로 BRCA 유전자변이를 가진 난소암의 3차 요법제(이전에 두 가지 화학요법제 선행)로서의 적응증을 자발적으로 철회 요청했으며 6월 10일자로 허가 취소가 이뤄졌다. 이 적응증은 2016년 12월 19일 루브라카가 처음 가속승인을 받은 것이다.
또 아스트라제네카(AZ)의 세계 최초의 경구 PARP 저해제 항암제인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도 올해 8월 26일자로 BRCA 변이가 있는 진행성 난소암의 4차 치료제 적응증을 자진 철회했다.
이들 PARP 억제제들이 임상시험에서 전체생존기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의하면 SOLO3 임상 3상 시험에서 이전에 3차 이상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하위그룹 가운데 린파자 치료군은 화학요법 치료군보다 사망 위험이 33% 더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