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AZ)는 공동 개발 중인 장기지속형 영아용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항체 신약후보물질인 ‘베이포터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 nirsevimab)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시판허가를 취득했다고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베이포터스는 신생아 및 영‧유아가 생애 첫 번째 RSV 시즌 동안 하기도 감염증을 예방하는 용도로 EU 각국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건강한 신생아뿐 아니라 만기출생아, 조산아, 특정 질환을 갖고 출생한 신생아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신생아 및 영‧유아 그룹을 대상으로 1회 투여해 RSV에 대한 능동면역을 확립하는 용도의 장기지속형 항체가 허가를 취득한 것은 ‘베이포터스’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RSV는 고도의 감염성을 나타내는 계절성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거의 대부분의 신생아 및 영‧유아에서 2세 연령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SV는 영‧유아에서 세기관지염과 폐렴을 포함해 가장 빈도 높게 발생하고 있는 하기도감염증(LRTI)의 하나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약 3300만여건의 급성 하기도감염증이 발생해 약 300만건 이상의 입원했고, 약 2만6300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입원 중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원, 외래, 후속진료(follow-up care)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RSV로 인한 직접적인 의료비는 2017년 한해 동안 48억2000만유로 상당이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포터스는 3상 ‘MELODY’, 2/3상 ‘MEDLEY’, 2b상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승인됐다. 앞서 유럽 의약품청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 9월 16일 ‘베이포터스’에 대해 허가를 권고하는 긍정적인 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MELODY 임상은 재태 기간 35주 이상의 건강한 후기 미숙아 및 정상 출산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베이포터스 투여군(994명)은 151일차(통상적인 RSV 시즌)에 RSV로 의학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세기관지염, 폐렴 등으로 진료가 필요한) LRTI 발생률이 위약 대조군(496명)에 비해 74.5% 낮게 나타났다.
MEDLEY 임상시험(918명, 니르세비맙 또는 팔리지주맙 각각 1대1 무작위 배정 투여, 이중맹검)에서 베이포터스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영아와 미숙아 그리고/또는 만성 폐질환이 있는 미숙아를 대상으로 투여했을 때 기존 하기도감염증 치료제(매달 접종용 예방항체) ‘시나지스주’(Synagis 성분명 팔리비주맙 Palivizumab) 투여군과 비교해 적합한 안전성 및 내약성 프로필을 입증했다. 첫 RSV 유행기 시작시점에 투여했을 때 두 약의 약물치료 관련 부작용 또는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대동소이했다.
2b상은 재테기간 29~35주의 건강한 미숙아(조산아)를 대상으로 베이포터스(969명). 위약(484명)을 투여한 것으로 의학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환자군이 전자가 후자 대비 70.1% 감소했다. 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3상에서의 베이포터스 투여 용량이 정해졌다. 5kg 미만 영유아는 50mg, 5kg 이상 영유아는 100mg을 하루 한번 투여한다.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는 각기 서로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수행된 3상(MELODY), 2/3상(MEDLEY), 2b상 등의 결과가 RSV 유행기에 단회 투여로 모든 영아를 보호할 수 있는 니르세비맙의 잠재력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적 영유아 대상 RSV 예방효과를 보인 첫 예방항체주사로서 단회 투여로 신속하고 직접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노피의 토마스 트리옴페(Thomas Triomphe) 백신 담당 부회장은 “이번 승인은 RSV 예방을 위해 역사적인(landmark) 날이 될 것”이라며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개발 노력 끝에 세계 최초의 RSV 질환에 대응하는 광범위 예방대안이 허가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포터스가 출시되면 생애 최초 RSV 시즌 동안 신생아 및 영‧유아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유럽 신생아돌봄재단(European Foundation for the Care of Newborn Infants, EFCNI)의 실키 메이더(Silke Mader) 이사장은 “RSV는 영유아의 건강 위혐 중 하나로서 해마다 가족, 의료인, 의료제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눈으로 봐왔다”면서 “EFCNI는 베이포터스가 RSV로 인해 정서적, 신체적, 재정적인 측면에서 미치고 있는 부담을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예방 노력을 확대할 기회를 갖게 돼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베이포터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물질의 개발과 생산활동을 맡았고 사노피가 임상연구 및 예산집행 관리, 상용화를 분담했다. 2017년 3월, 사노피는 1억2000만달러를 아스트라제네카에 선불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개발 마일스톤으로 3000만달러를 추가 지불했다. 사노피는 특정 추가 개발 달성과 순매출 목표 달성에 따라 최대 4억6500만달러를 아스트라제네카에 지급하게 된다. 개발 비용과 순익 배분은 양사가 똑같이 분담하게 된다.
한편 니르세비맙의 미국 판권은 2018년 11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스웨덴의 Sobi(Swedish Orphan Biovitrum AB)로 넘어갔다. 니르세비맙이 성공적으로 시판에 성공하면 최대 현금 10억달러와 Sobi 주식 5억달러어치를 아스트라제네카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Sobi 주가 수준으로는 8%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참고로 매달 접종하는 RSV 예방항체 주사인 팔리비주맙(개발코드명 MEDI-493)은 메디이뮨(MedImmune)이 원개발사로 10년여의 연구 끝에 1990년대에 개발했으며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다. 이를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했으며 미국 판권을 2019년 1월 Sobi에게 넘겼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팔리비주맙을 바탕으로 니르세비맙을 개발하게 됐으며, 니르세비맙의 임상 성공이 가시화되자 미리 팔리비주맙의 판권을 Sobi에 넘긴 셈이다.
국내서는 시나지스 도입 초기부터 애브비가 판매하다가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공동 판매로 바뀌었고 2021년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단독 판매로 전환했다. 2022년 3월 30일 유효기간 만료로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수요 부족에 니르세비맙의 등장을 염두에 둔 판단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RSV 백신도 곧 세상에 나올 전망이다. 화이자의 2가 RSV 백신후보물질 ‘RSVpreF’는 지난 1일 긍정적인 3상 임상자료를 공개하고 올해 안에 신약승인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RSVpreF는 신생아의 RS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에게 접종하는 RSV 백신후보물질이다.
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하루 뒤인 2일 RSV 고령자 백신후보물질(RSVPreF3 OA)에 대한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이 FDA에 접수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았다고 2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