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안구질환 관련 최초이자 유일한 이중특이항체 생물학적제제인 ‘바비스모’(Vabysmo 성분명 파리시맙 Faricimab-svoa)가 새로운 망막정맥폐쇄(Retinal vein occlusion, RVO) 적응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긍정적인 3상 결과를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바비스모를 망막분지정맥폐쇄(branch retinal vein occlusion, BRVO) 및 망막중심정맥폐쇄(central retinal vein occlusion, CRVO)로 인한 황반부종(macular edema)에서 각각 평가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BALATON(553명 대상) 과 COMINO(729명)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얻었다.
망막정맥폐쇄는 전 세계적으로 2800만명, 미국에서는 1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망막혈관질환에서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심해지면 당뇨병성 황반부종이 됨)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하다. RVO는 크게 BRVO와 CRVO로 나뉘는데 분지정맥의 중심정맥의 4분의 1 수준으로 가늘어 더 잘 막힌다. 중심정맥이 막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흔하다.
BALATON 및 COMINO 임상시험에서 최대 24주 동안 4주마다 바비스모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4주마다 바이엘의 ‘아일리아주사’(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를 투여받은 환자군에 비해 비열등한 시력 개선을 보여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바비스모는 치료 시작 시점 대비 24주차에 신속한 망막액 건조를 보였다. 이는 황반 부종으로 인한 황반 중심부의 두께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두 임상시험에서 바비스모의 내약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했고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임상시험과 일치했다.
자세한 임상시험 결과는 향후 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전 세계 규제당국에 제출돼 적응증 추가를 노리게 된다.
바비스모는 실명을 유발할 망막질환과 관련된 안지오포이에틴-2(angiopoietin-2, Ang-2)와 혈관내피성장인자-A(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A, VEGF-A) 등 두 가지 표적과 결합, 이를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망막정맥폐쇄에서는 Ang-2 수치가 상승하며 Ang-2 발현 증가는 질병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바비스모는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신생혈관성(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nAMD) 치료제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치료제로 허가됐다. 미국에서는 2022년 1월 29일 승인됐다.
바비스모는 두 적응증에서 가장 오랜 간격인 최대 4개월을 두고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안내 주사제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로슈의 최고의학책임자 겸 글로벌 제품개발부 총괄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이러한 고무적인 데이터는 바비스모가 회복 불가능한 시력 손상 또는 시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망막혈관질환인 망막정맥폐쇄를 가진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를 규제당국에 제출해 적응증 추가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바비스모의 숙적이 될 아일리아는 2011년 11월 18일에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치료제로 처음 허가됐고,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2014년 7월 29일에 허가됐다. 2014년 10월 6일에는 망망정맥폐쇄에 따른 황반부종으로 허가받았다.
따라서 여러 적응증의 승인 속도는 바비스모가 아일리아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비스모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을 공략하고 있으며 연간 9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아일리아의 아성을 깨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올 2분기 바비스모는 1억1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선방하고 있다. 다만 그 매출이 아일리아를 잠식한 게 아니라 로슈의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억제 단일클론항체 겸 신생혈관억제제인 ‘아바스틴주’(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 ‘아바스틴’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슈는 2021년 10월 22일 신생 혈관성(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루센티스주’(Lucentis, 성분명 라니비주맙, ranibizumab)를 안구 내 임플란트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주입하는 ‘서스비모’(Susvimo)를 허가받았다. 하지만 1년에 두 번만 투여하는 지속성에도 불구하고 눈의 외막 출혈, 충혈, 홍채 부종, 눈 통증, 안내염 등의 부작용이 문제시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투여 기구의 제조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이달 중순 자발적인 리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로슈가 제조 공정을 일부 수정, 1년 이내에 새 제품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새로운 환자가 서스비모로 가까운 장래에 치료받기는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