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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 치료는 8세가 고비 … 항정신병약 효과 있지만 부작용 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10-17 17:02:14
  • 수정 2022-10-20 19: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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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도파민D1 차단제 에코피팜, VMAT2 억제제 발베나진·듀테트라베나진, PDE10A 억제제 젬라포덱 신약개발 중

말더듬(Stuttering,  stammering)은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시행착오 과정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발음이 계속된다면 의학적으로 아동기발병유창성장애(childhood-onset fluency disorder, COFD)라고 한다.  


COFD는 2~7세에 발생하며 이 중 80~90%는 6세까지 발생한다. 미취학 아동의 5~10%에 영향을 미치고 이 중 80%는 성장 과정에서 호전돼 16세가 되면 대부분 말더듬에서 벗어나지만 나머지 20%는 성인이 돼서도 그대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전체 성인의 1%가량이 COFD의 영향을 받는다는 통계다. 이들은 말더듬이 영형으로 학교, 직장, 사회 생활에서 심각한 지장을 겪는다. 


말더듬 장애가 해소될 것인지, 장기간 지속돼 성인에서도 영향을 미칠지는 8세가 분수령이 된다. 어린이의 65~85%가 유년기 난독증(childhood dysfluency)에서 회복된다. 따라서 8살을 넘겨서도 말더듬이 계속되면 본격적인 교정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2018년 19세 이하 말더듬 환자는 총 4534명으로 남자가 3586명(79.1%)으로 여자가 948명(20.9%)보다 3.8배 많았다. 0~9세 소아기에는 남자 2684명, 여자 897명으로 약 3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남아가 여아보다 많은 것은 언어 발달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고, 자라면서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으로 말더듬을 방치하다 만성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아가 남아에 비해 두뇌 발달이 빠른 경향을 보이는데다가 언어 발달과 관련된 측두엽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반면 남아는 공간지각이나 운동감각과 관련된 두정엽이 먼저 발달하는 것도 이런 요인을 심화시킨다는 해석이다. 


또 남아가 주로 좌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아에 비해 사용하는 단어량이 적고 표현도 단조로워 말에 대한 감각이 무딜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된다. 좌뇌는 논리력, 수학적 능력, 언어 능력을 담당하고 우뇌는 종합적인 사고, 심미적 감성 능력을 담당한다. 말의 맥락을 파악하고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뇌의 역할이기 때문에 남아는 발달 과정에서 꾸준히 우뇌를 자극하는 학습이나 취미생활,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더듬은 △소리·음절 반복 △모음·자음을 길게 발음함  △단어 깨짐(한 단어 내에서 멈춤)  △대화 중 길거나 짧은 발성 멈춤  △발음에 문제거 았는 단어를 회피하기 위한 단어 대체 △발성 시 과도한 신체 긴장(머리 흔들기, 주먹 꽉쥐기) △말과 관련된 좌절감 또는 당혹감 등을 7대 증상으로 한다. 이 중 한두 개에 해당한다면 말더듬을 의심해보고 진단에 들어가야 한다.


말더듬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언어·운동·감정·타이밍 신경의 부조화, 신경적 요인(뇌 특정 영역 이상) 등에 의해 말더듬이가 시작되고 진행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히고 있다. 염색체 9, 10, 12, 13, 18번의 특정 유전자가 말더듬 발병과 관련돼 있다는 유전학적 연구도 나와 있다. 


말더듬은 가족 간 의사소통 장애로 시작해 학교, 직장, 사회로 연장되는 특성을 보인다. 긴장 또는 압박감 등을 느끼는 상황에서 유발 또는 악화되는 양상을 띤다. 뇌졸중, 뇌손상, 불안장애, 뚜렛장애(투렛장애 또는 뚜렛증후군, Tourette’s disorder, Tourette’s Syndrome), 특정 약물로 인한 언어장애인지를 감별하고 이를 배제한 상태에서 COFD 진단에 들어가는 게 기본 방향이다. 


연구에 따르면 말더듬이 성인의 22~60%, 어린이의 24%가 사회불안장애 기준을 충족한다. 하지만 불안장애의 일부로 말더듬이가 나타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말더듬이가 불안장애의 시그널로 인식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뚜렛장애는 운동틱(motor tic)과 음성틱(vocal tic)으로 나뉜다. 갑작스럽고 빠르고 반복적이며 리듬감 없는 움직임 또는 발성을 수반한다. 음성틱은 종종 말더듬과 혼동될 수 있지만 엄연히 별개의 질환이다. 


말더듬의 비약물치료  


COFD 치료는 언어병리학자, 언어치료사, 언어재활 전문가 등 훈련된 의료 전문가에 의해 이뤄진다. 다면적이며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해 학교, 직장, 사회 생활에 대한 참여를 촉진하고 발성 유창함 문제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언어치료의 시작은 아동과 부모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할 때 아이가 쉽게 알아듣고 따라할 수 있도록 천천히, 정확하게, 뜻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부드러운 대화 자세로 아이의 말을 지지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화 중 아이가 말을 더듬거나 틀린 표현을 사용할 경우, 직접 아이의 말을 지시적으로 고쳐주기보다 자연스럽게 시범을 보여주도록 한다. 서구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청각 피드백을 지연시키는 소형 전자기구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지행동요법은 말더듬을 악화시키는 사고 패턴을 식별하고 말더듬과 관련된 스트레스나 불안에 대처하거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말더듬을 반드시 치료해야 할 장애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다름(차이)’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장애를 개선해야 한다기보다는 수용과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듬자는 것이다. 


COFD의 약물치료 


현재 COFD의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없다. 일부 항정신병(주로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 약물이 오프라벨로 처방되고 있지만 추체외로증상(증후군, 지연성운동이상,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등 장기간 지속되는 운동기능 및 대사기능 부작용을 일으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말더듬은 뇌내 도파민 수치가 높기 때문에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설이 1980년대부터 나왔다. 이에 따라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를 말더듬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됐는데 말더듬에서는 선택적 도파민 D1 차단제가 D2 차단제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도파민 수용체는 크게  D1, D2로 나뉘며 D1의 아형으로는 D1, D5가 있다. D2의 아형으로는 D2, D3, D4가 있다. 


1세대 도파민 차단제인 할로페리돌(Haloperidol)은 1980년에 도출된 연구 결과 뇌내 언어 영역에서 뇌 활동을 증가시켜 유창성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불행하게도 불쾌감, 성기능장애,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s, EPS), 지연성 운동이상증(tardive dyskinesia, Tardive syndrome, TS)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내약성이 낮고 장기간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란자핀(olanzapine), 리스페리돈(risperidone)과 같은 2세대 도파민 차단제이자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D2 수용체에서 도파민을 차단하여 선조체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유창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세대는 1세대보다 지연성운동이상증 같은 운동장애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리스페리돈의 경우 프로락틴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켜 성기능장애, 유즙분비, 무월경, 불쾌감 등의 잠재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올란자핀은 리스페리돈에 비해 운동장애 부작용, 성기능장애가 적고 프로락틴 수치가 적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란자핀이 도파민 D2 차단효과뿐만 아니라 시냅스 후 GABA-A 수용체의 하향 조절(억제) 효과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상당한 체중 증가(평균 4kg)를 보였다. 주관적인 말더듬 평가척도 감소 효과는 올란자핀이 22%, 위약이 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런 연구가 나온 2013년 당시에는 올란자핀이 말더듬하는 사람에게 권장될 수 있는 1차 선택약물로 추천됐다. 


참고로 도파민 수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피드백에 의해 선조체의 활성이 떨어진다. 반면 파킨슨병은 뇌내 도파민 수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선조체의 활성이 떨어지는 퇴행성 중추신경질환이다.


2018년의 증례 보고에 따르면 지프라시돈(ziprasidone)은 말더듬 치료에 효과적이고 내약성이 뛰어난 약물이며 대안적인 비정형 항정신병제로 평가받았다. 


추가적인 새로운 도파민 길항제인 아세나핀(asenapine)은 올란자핀에 비해 체중 증가 또는 혈중 포도당/지질 증가 같은 부작용이 적었다. 아세나핀은 더 빨리 흡수되는 설하정을 투여할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말더듬 관련 제한된 라벨 공개 임상시험 결과 5~10mg 투여가 개선된 유창성과 내약성을 보였다.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은 D2 및 5HT1a 수용체의 부분 작용제로 작용하는 독특한 조현병 치료제다. 이 약은 어린이와 성인의 뚜렛증후군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16년에 나온 성인과 청소년의 말더듬 대상 임상(1일 15mg 투여) 결과 유창성은 개선됐지만 부작용으로 정좌불능증(akathisia) 나타나 유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약값이 비싼 미국에서는 아리피프라졸의 제네릭이 많아 다른 약물에 비해 비용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있다. 


말더듬과 투렛증후군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 둘 다 어린 시절에 시작하고, 남녀 비율이 4대1이고, 좋았다가 쇠약해지는(waxing and waning, 달이 차고 기우는, 榮枯盛衰) 과정을 갖고, 불안으로 악화되고, 틱 동작과 관련되고, 기저핵에 국한된 뇌 이상을 갖고, 도파민 작용제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고 도파민 길항제로 증상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인다.


루라시돈(Lurasidone)도 독특한 약리학적 프로파일을 가진 비교적 최신의 도파민 길항제다. 조현병(13~17세) 및 양극성우울증(10~17세) 치료제로 미국에서 승인됐다. 2017년에 나온 말더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루라시돈의 소규모 라벨 공개 연구 결과 말더듬의 주관적 선별(Subjective Screening of Stuttering, SSS) 척도가 개선됐다. 주관적인 증상과 전반적인 임상적 인상 척도(Clinical Global Impression Scale)에서도 개선이 나타났다. 진정 작용이 적고 대사 부작용(체중 증가 및 지질 상승 포함)의 위험이 낮은 게 장점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할로페리돌과 유사한 도파민 차단제인 피모자이드(Pimozide)는 긍정적인 말더듬 개선 임상 반응을 나타냈지만 EPS, 지연성운동장애(TD), 불쾌감, 프로락틴 상승, 심장전도이상 등으로 추천되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세로토닌의 선택적 재흡수 억제제(SSRI) 항우울제인 파록세틴 (paroxetine)은 말더듬에서 임상적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1995년의 연구 결과 SSRI와 마찬가지로 삼환계 항우울제인 클로미프라민(clomipramine), 데시프라민(desipramine)은 유창함과 자가보고 말하기 회피(self-reported speaking avoidance)에서 단기적으로 미미한 개선을 보였다. 다른 분석에서는 클로미프라민이 데시프라민보다 더 우수한 유창성 개선을 보였다. 


개발 중인 신약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에말렉스바이오사이언스(Emalex Biosciences)는 COFD 및 뚜렛증후군 치료제로 에코피팜(Ecopipam)을 개발 중이다. 현재 말더듬 관련 2상을 진행 중이다.


D1에 고도로 민감한 선택적 길항제로서 주로 D2 수용체에 작용하는 다른 도파민 길항제와 다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뚜렛증후군 임상에서는 유효성을 입증했다. 성인 대상 라벨 공개 연구에서는 D2 길항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파킨슨병 유사 추체외로증상(EPS)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다. 체중 증가 관련 보고도 없었고 오히려 일부는 체중 감소를 경험했다. 


2019년에 나온 자선단체가 지원한 성인 말더듬 환자 대상 임상에서는 화자의 말더듬 경험에 대한 종합 평가(Overall Assessment of the Speaker’s Experience of Stuttering, OASES) 결과 객관적 주관적인 평가척도에서 말더듬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더듬 관련 개인의 삶의 질도 향상됐으며, 내약성도 양호했다. 


평가 중인 COFD 신약후보물질 중 또 다른 범주는 소포성 모노아민 수송체 2(vesicular monoamine transporter 2, VMAT2) 억제제로 발베나진(Valbenazine)과 듀테트라베나진(deutetrabenazine)이 있다. 


발베나진은 뉴로크라인바이오사이언스(Neurocrine Biosciences)2017411일 당시로는 최초로 성인 지연성 운동이상증(T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브랜드명은 인그레자’(Ingrezza).

 

듀테트라베나진은 테바가 2017830일 성인 지연성 운동이상증(T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브랜드명은 오스테도’(Austedo). 현재 두 약물이 TD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다.


듀테트라베나진은 도파민을 중추신경계 내에 방출하기 위해 시냅스 소포(synaptic vesicle)로 포장하는 수송 단백질인 VMAT2를 억제해 도파민 합성을 감소시킨다. VMAT 억제제는 뚜렛장애, 지연성 운동이상증, 헌팅턴병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운동기능장애에서 효과를 보였다. 


한 가지 단점은 VMAT2 억제가 모노아민 계열 신경전달물질을 비선택적으로 억제하고 세로토닌 감소를 초래해 우울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 개발된 제형은 이런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 바젤의 노에마파마(Noema Pharma)가 개발 중인 COFD 신약후보물질은 PDE10A 억제제인 젬라포덱(Gemlapodect, 개발코드명 NOE-105)이다. 2022년 6월 27일  Orpheus 2b상 연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젬라포덱는 D2 수용체 신호를 조절하고 포유류 선조체의 중간가시 신경세포(medium spiny neuron)에서 고도로 발현되는 효소인 PDE10A(Phosphodiesterase 10A, 운동이상증 유발) 를 억제한다. 이는 2세대 항정신병약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대사 이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Orpheus Phase 2b상 연구는 COFD로 고통받는 성인을 대상으로 젬라포덱트 단일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다의료기관, 위약 대조 방식의 11주간의 전향적 연구다. 2023년 말에 판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젬라포덱은 현재 뚜렛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2a상 임상도 진행 중이다.  


한편 노에마파마는 로슈가 임상개발을 중단한 퇴행성 쇠약성 중추신경질환 관련 신약후보물질을 별도로 라이선스 도입해 2020년말 출범했다. 당시 소피노바파트너스(Sofinnova Partners)와 폴라리스파트너스(Polaris Partners)의 주도 아래 로슈, Gilde Healthcare, Invus, Biomed Partners 등 총 6개사가 출자에 참여했다. 시리즈A에서 5900만달러를 유치했다. 


당시 확보한 파이프라인은 4개이며 이 중 2가지가 임상단계로 접어들었다. NOE-105 외에 mGluR5 억제제(negative allosteric modulator, NAM)인 ​​Basimglurant(NOE-101)은 결절성 경화증 복합증(Tuberous Sclerosis Complex TSC)의 지속성 발작과 삼차신경통(Trigeminal Neuralgia, TN)의 중증 통증을 겨냥한 신약후보물질로 두 가지 적응증에 대한 2b상 준비를 마쳤다.


행동대사클러스터장애(Behavioral Metabolic Cluster disorders)에서 NOE-115이 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mGluR2/3 억제제인 ​​NOE-109를 미공개 적응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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