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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김용배 연세암병원 부원장 “서울에서 가장 깊은 지하 30m에 3000억원 투입한 중입자치료기 내년 3월 선봬”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9-21 09:07:52
  • 수정 2022-09-23 19: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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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췌장암·폐암·간암 등 3대 난치암 생존율 2배 이상 끌어올릴 터 … 방사선치료·암센터·로봇수술·암병원에 이은 ‘국내 최초’ 역사

“그동안 해외 원정 치료를 받으려면 일본은 1억원, 가이드가 붙은 독일은 1억5000만원이 들었습니다. 내년 3월경 연세의료원에 중입자치료센터가 개소하면 해외로 나가는 불편함도 덜어지고 비용도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용배 연세암병원 부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지난 19일 센터 곳곳을 순회하며 기자들에게 중입자치료의 현황과 미래를 소상하게 알렸다. 그는 2018년 5월부터 최근까지 중입자건립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금기창 전 연세암병원장(추진본부장)을 보필하며 센터 건립의 실무를 담당했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이온)를 싱크로트론을 통해 광속의 70% 수준까지 가속화시켜 얻은 빔을 암세포에 쬐어 암을 치료한다. 중입자의 암세포 살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하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중입자의 또다른 강점은 목표 지점인 암 부위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후엔 에너지가 급감해 암 이외의 부위에는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이를 발견해 191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헬리 브래그, 윌리엄 로런 브래그 부자의 이름을 따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반면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모든 방사선 치료의 원리는 암세포의 DNA를 전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전자를 가속하면 X선 치료, 수소를 가속하면 양성자 치료, 탄소를 가속하면 중입자 치료가 된다. 

 

연세의료원이 국내 처음 도입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갠트리(gantry) 2대로, 현재 고정형 장비의 공사가 마무리돼 정밀조절 중이다. 갠트리 1대는 설치공사만 끝났고, 나머지 갠트리 1대는 이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환자 치료는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고정형 치료기는 좌우 양측에서 빔이 나오게 된다. 침상을 좌우, 상하, 전후로 3차원으로 움직여 환부를 타깃한다. 의료원은 초기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립선암을 위주로 시작해 전체 고형암으로 적용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회전형 갠트리는 환자는 그대로 침상에 누워 있지만 갠트리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쬐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의 암세포를 목표로 조사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2개의 회전 갠트리를 갖춘 곳은 연세의료원이 유일하다. 중입자치료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대만, 오스트리아, 중국 등 6개 국가에 설치돼 있고 연세의료원이 설치를 완료하게 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통산 16번째로 중입자치료기를 갖추게 된다.


김용배 부원장으로부터 향후 센터 운영 방향과 세부 사항을 들어봤다. 


- 치료 비용은 얼마나 드나.

“독일과 일본의 비용을 참고하고 있다. 외국보다 조금 싸야 가격저항을 피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기자에게 1억원보다 1000만~2000만원 낮게 책정할 것이란 뉘앙스로 들렸다). 초기에는 비급여로 시행하는 게 불가피하다.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2020년 9월 제조업체와 계약체결, 12월 설계 착수)가 오는 2027년에 가동에 들어가면 그 때 건강보험 수가 책정이 이뤄져 연세 중입자센터도 같은 가격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 전에는 커버리지가 넓은 개인실손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일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 암종마다, 암의 크기에 따라 치료가격이 달라질 수 있나

“현재 평균 치료 횟수는 12회로 정해놨다. X-선,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암종마다 치료비를 달리하는 것은 환자의 정서에 맞지 않은 것으로 보여 고민하고 있다. 치료횟수에 따라 달리하는 것도 그리 탐탁하게 받아들여지 않는다. 암종별로 큰 차이 없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암 환자를 하루에 몇 명까지 치료할 수 있나?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로 짧고, 치료 후 바로 귀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입자가속기에서 환자의 환부에 도달하는 빔의 강도와 거리, 방향 등을 설정하는 치료 준비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기 3대로 하루에 환자 약 50여 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중입자 치료기의 구체적인 가동 일정은?

“현재 거의 완료 단계인 것은 고정형 밖에 없다. 치료에 적합한 빔이 사출될 수 있도록 미세조정하는 작업이 도시바 시공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고정형이 본격 가동한다. 2개 회전형 갠트리 중 1대는 2023년 9월,  나머지 갠트리는 2024년 3월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지하 30m에 설치된 연세암병원 중입자가속기. 파란통이 직진 속성을 갖는 중입자가 곡선 구간을 마찰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부위다. 연두색 밴드는 탄소이온 간 척력으로 벌어지려는 중입자를 압축해주는 곳이다. 이를 통과한 가속된 중입자는 고정형 또는 회전형 갠트리를 통해 환자에게 조사된다. /연세암병원 제공

- 중입자치료기센터의 재원에 대해 설명해달라.

“서울에서 가장 깊은 30m를 파서 직경 20m의 가속기를 들여놨다. 기기가 육중해서 지상에 올려놓으면 건물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동에 안전하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회전형 갠트리의 경우 차지하는 면적이 8×6m에 중량만 200t에 달한다. 가동 중에 가속기 설비가 있는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엄청난 전자기파가 나오기 때문에 관리인력이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감시한다. 24시간 가동하는 것은 탄소 가속기에서 나오는 빔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온도나 습도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실제 빔이 방출되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 중입자치료기에 잘 듣는 암과 그렇지 않은 암이 있다면?

“암이 작더라도 여기저기 분산돼 있으면 적합하지 않다. 암이 파종 단계여서 형태를 이루지 않은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호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움직이는 장기의 암도 부적절하지만 환자를 꽁꽁 동여매는 특수 밴드를 이용해 고정함으로써 어느 정도 가능하기는 하다. 움직이는 암종을 겨냥하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의 정밀도가 0.1mm 수준이라면 중입자치료기는 그 절반인 0.05mm 수준이다.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특히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버티는 저항력 강한 암세포에 강한 살상 효과를 보인다. 저산소 저항성 암은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또한 메스를 대기 어렵거나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암종에 효과적이다. 안구 뒤쪽의 두경부암, 수술 시기를 놓친 췌장암, 골반내 직장암, 골반내 엉치뼈의 척삭종, 희귀 골·연부조직 육종, 악성 흑색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행과 대소변 보기가 거의 불가능한 골반내 직장암이나 척삭종은 중입자가 거의 유일한 치료대안이라 할 수 있다.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안구종양이나 두경부암도 중입자가 마지막 희망이다.”


중입자가속치료기의 회전 갠트리 외관. 갠트리 내부에 환자와 이를 고정한 침상이 위치하면 갠트리가 회전하며 암 환부에 적합한 중입자를 쏘게 된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8m, 6m, 3m에 달하며 중량만 해도 20t이 넘는다./ 연세암병원 제공

- 고정형 치료기에서 전립선암을 주된 타깃으로 잡은 이유는?

“세브란스가 로봇수술을 처음 도입했을 때에도 전립선암이 첫 번째로 표적이 됐다. 전립선암은 수술치료, 약물치료, 방사선치료가 비교적 잘 이뤄지는 암이지만 절제수술을 할 경우 생식기 손상에 따른 정욕 감퇴, 항문 손상에 따른 배변 이상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로봇수술이 선호됐다. 중입자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도입하려는 일본 도시바의 CIRT 기기를 이용한 치료 통계(1994~2017)에서도 암종별 치료비중은 전립선암 24.7%, 골육종 및 연부조직육종 11.5%, 두경부암 9.6%, 폐암 9.2%, 췌장암 5.4%, 간암 5.3%, 직장암 4.9%(주로 골반내 재발성), 자궁암 2.5%, 포도막흑색종(uveal melanoma, UM) 1.8%,  복강내 림프절암(abdominal lymph node) 1.2%, 중추신경계암(뇌기저부종양 등) 0.9% 순이었다.”


- 중입자치료가 암 환자의 치료효과와 삶의 질 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요약한다면?

“항암제, 방사선, 수술 등 기존 3대 암치료가 갖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치료 후유증이 없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투병 생활 전반에서 삶의 질이 개선된다.” 


- 일본의 경우 1994년 세계 처음으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고 NIRS, 도시바(히타치), 미쓰비시 등 제조업체도 많고 지금은 중입자 치료센터 7곳이 가동 중이지만 미국은 아직 전무하다. 그 이유는.

“미국 의료가 사보험에 기반하다보니 초고가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게 병원의 전략 수립이나 실행에 용이하지 않아서다. 초고가 의료비용을 부담할 보험사나 환자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르면 2026년쯤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 벌써부터 중입자치료를 받겠다고 예약하려는 국내 환자가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실제 예약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받을 계획이다.” 


- 연세의료원 암 치료 역사에서 중입자치료 시작이 갖는 의미는?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에는 장비값 1500억원, 건설비용 1500억원 등 3000억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은 비용이 투입됐다. 연세의료원은 1922년 국내에서 최초로 방사선치료를 시작했고, 1969년 국내 최초의 암센터를 개원했으며, 2005년 로봇수술을 처음 시행했다. 2014년엔 세계적 수준의 암병원으로 새출발했다. 인류를 암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멈추지 않고 도전했고 중입자치료센터 개원은 그 역사의 큰 획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용배(金容培) 연세대 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프로필


학력

1998년 연세대 의대 의학과 학사

2003년 연세대 의대 의학과 석사 

2010년 연세대 의대 의학과 박사  


경력

1998년 3월 ~ 1999년 2월 세브란스병원 인턴

1999년 3월 ~ 2003년 2월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2003년 5월 ~ 2006년 4월 군 복무(육군 대위)

2006년 5월 ~ 2008년 2월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강사

2008년 3월 ~ 2012년 2월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조교수

2010년 9월 ~ 2012년 8월 미국 MD앤더슨암센터 방문교수 연수

2012년 3월 ~ 2017년 2월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부교수

2017년 3월 ~ 현재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

2017년 3월 ~ 2021년 2월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주임교수 및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

2018년 5월 ~ 현재 연세의료원 중입자건립추진본부 부본부장

2022년 9월 ~ 현재 연세암병원 부원장


대외활동

2003년 ~ 현재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원

2002년 ~ 현재 대한암학회 평생회원

2009년 ~ 현재 한국유방암학회 회원

2009년 ~ 현재 한국임상암학회 회원

2014~2017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연구위원회 부인암분과장

2015~2017년 방사선종양학저널(Radiation Oncology Journal) 편집위원

2015년 11월 ~ 현재 NRG Oncology Cervix Committee 회원

2016~2018년 대한부인종양연구회 Radiotherapy TMC Chair 및 Scientific Review Board 위원

2016년 9월 ~현재 NRG Oncology 공동연구자(Co-principal investigator ; Co-PI)

2017년 ~ 현재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이사

2018년 ~ 현재 부인과종양학저널(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 : IF: 4.401) 수석편집인 겸 편집자문 

2019~2021년 한국유방암학회 이사

2021년 ~ 현재 대한림프부종학회 이사


상훈 

2016년 10월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연구위원회 우수연구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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