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병은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희귀질환이다. 리소좀 효소(lysosomal enzyme)인 산성 알파 글루코시다제(acid alpha-glucosidase, GAA)의 유전적 결핍 또는 기능장애로 인해 글리코겐 복합당이 골격근과 심근에 축적되면서 근육 약화, 호흡부전, 심부전으로 인한 조기사망을 초래한다. 현재 표준 치료법은 효소대체요법(ERT)이다.
미국에서 약 3500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산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영아기에 빠르게 발병하는 가장 심각한 형태의 질환인 영아 발병형 폼페병과 점진적으로 근육이 손상되는 후기 발병형 폼페병으로 나뉜다.
프랑스의 사노피(Sanofi)의 폼페병(Pompe disease) 파이프라인에 맞서려는 미국 아미커스테라퓨틱스(Amicus Therapeutics)의 행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미커스의 신약후보물질은 ‘AT-GAA’(시파글로코시다제알파+미글루스타트, cipaglucosidase alfa-atga and migluastat)로서 사노피의 ‘루미자임’(Lumizyme 성분명 알글루코시다제알파, alglucosidase alfa)와 경쟁했었다.
아미커스의 AT-GAA는 ‘루미자임’의 미국 지역 특허 만료를 노려 시장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2021년 2월, 폼페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노피의 루미자임과 비교한 3상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폼페병 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6분 걷기 테스트를 1차 평가지표로 사용했는데 AT-GAA는 투여 52주 시점에서 치료시작 시점보다 21m 더 걸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알글루코시다제알파 투여군보다 7m 더 걸을 수 있는 것이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아미커스는 임상 데이터의 세부 사항을 수정해 다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명목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아미커스는 FDA에 ‘AT-GAA’의 생물학적제제승인신청(BLA)를 신청했고, FDA는 이를 접수해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승인 여부 발표 시한을 올해 8월 29일로 정했다. 하지만 복합제의 특성상 FDA는 지난 5월 10일에 미글루스타트의 신약승인신청(NDA)에 대한 심사기한은 8월 29일로 유지하되, cipaglucosidase alfa의 BLA에 대한 심사기한은 10월 29일로 재지정했다. 결국 두 물질의 복합제인 AT-GAA의 최종 승인 여부는 오는 10월 29일 결정될 전망이다.
‘AT-GAA’는 재조합 인간 알파글루코시다아제(rhGAA) 효소인 cipaglucosidase alfa(효소대체요법제, 코드명 ATB200)와 만노스-6-인산(M6P)의 일종인 미글루스타트(AT2221)로 구성돼 있다. cipaglucosidase alfa는 bis-phosphorylated mannose-6 phosphate (bis-M6P) glycan과 같은 탄수화물 구조로 최적화돼 있고, 이 효소의 안정화제인 미글루스타트와 병용하면 세포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참고로 미갈라스타트(Migalastat, 대표 브랜드 Galafold)와 미글루스타트(miglustat, 대표 브랜드 Zavesca)는 다르다. 둘 다 아미커스가 개발했다. 발음과 분자구조식이 유사하지만 미갈라스타트는 파브리병 치료제이고, 미글루스타트는 경증~중등도의 1형 가우셔병 치료제(Gaucher disease)다. 둘 다 폼페병 치료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다.
미갈라스타트의 상품명은 ‘갈라폴드’로서, 아미커스의 나스닥 티커가 FOLD일 정도로 이 회사의 간판이다. 갈라폴드의 특허는 총 44개가 등재돼 2038년까지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2004년 파브리병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2015년말 FDA에 가속승인을 신청했으나 2016년 11월 유효성 자료 부족으로 승인이 거절됐다. 2017년 스콧 고트리브(Scott Gottlieb)가 FDA 총괄국장에 오르자 아미커스는 2018년 2월 고트리브에게 직접적으로 승인해달라고 청원해 2018년 8월 10일 가까스로 미국에서 파브리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유럽연합에선 2016년 4월 시판승인을 권고받고 그 해 5월 승인을 얻었으며 독일에서 첫 출시됐다. 갈라폴드는 2019년 최초의 폼페병 대상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됐으나 아직 정식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2021년 AT-GAA의 폼페병 신약승인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승인 여부는 2022년말 결정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아 지난 8월 1일부로 CEO를 기존 존 크롤리(John F. Crowley)에서 브래들리 캄벨(Bradley Campbell)로 교체했다. 크롤리는 향후 2년간 집행이사회 회장을 맡고 이후에는 비상임 회장으로 전환된다.
사노피는 폼페병의 강자다. 효소대체요법제 ‘마이오자임’(Myozyme 성분명 아발글루코시다제알파 alglucosidase alfa)은 2006년 FDA 최초의 폼페병 치료제(영아 발병형, 초기 발병형)로 승인됐다. 2010년 5월에는 동일 성분의 ‘루미자임’(Lumizyme)이 8세 이상 후기 발병형 폼페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14년 8월 1일에는 루미자임이 모든 연령의 폼페병 치료제로 확대 승인됐다.
이어 2021년 8월 6일에는 루미자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넥스비아자임’(Nexviazyme, 아발글루코시다제알파-ngpt, avalglucosidase alfa-ngpt)이 후기 발병형 폼페병을 앓는 1세 이상 환자의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 ‘루미자임’은 2020년 기준 11억1000만달러의 연 매출액을 기록한 블록버스터로, 2018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돼 바통을 이어받을 후속 제품이 필수적이었다.
반면 아미커스테라퓨틱스는 2013년 11월 20일 미국 칼리두스바이오파마(Callidus Biopharma)를 인수, 폼페병 효소대체요법 후보물질을 단숨에 확보했다. 인수 조건은 칼리두스 주주들이 아미커스 주식 1500만달러 어치를 받고, 폼페병 신약후보의 2상 통과 조건으로 최대 1000만달러의 마일스톤, 3가지 제품의 후기임상, 심사, 승인을 조건으로 최대 1억500만달러의 마이스톤을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이제 대결 구도는 사노피의 ‘넥스비아자임’과 아미커스의 ‘AT-GAA’이다. 넥스비아자임은 폼페병에서 핵심 경로인 만노스-6-인산(M6P) 수용체를 특이적으로 표적으로 하도록 만들어진 효소대체요법(ERT) 제제다. 즉 GAA 효소를 세포의 리소좀으로 운반하는 M6P 수용체에 작용해 기존 루미자임과 비교했을 때 M6P 수용체를 15배가량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M6P 수용체 활성화로 GAA 효소의 원활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세포의 효소 흡수를 높이고 근육 조직에서 개선된 글리코겐 감소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