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degrader, SERD) 계열 유방암 치료제 가운데 가장 개발 진도가 빨랐던 사노피의 암세네스트란트(amcenestrant, SAR439859)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전세계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경쟁 신약후보인 이탈리아 메나리니의 엘라세스트란트(elacestrant)가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신약승인심사에 들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사노피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세네스트란트와 화이자의 CDK 억제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 병용요법을 레트로졸+팔보시클립 병용요법과 비교한 3상 AMEERA-5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임상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독립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는 암세네스트란트 및 팔보시클립 병용요법의 유효성 미흡을 이유로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
사노피는 데이터를 계속 검토할 계획이지만, 당장 조기 유방암 임상시험 AMEERA-6을 포함한 암세네스트란트 관련 다른 연구들도 모두 중단할 방침이다.
앞서 사노피는 올해 3월, E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AMEERA-3 임상시험(암세네스트란트 vs 의사 추천 단독요법제 비교)에서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노피 연구개발 글로벌 총괄 책임자인 존 리드(John Reed)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실망스럽지만 유방암의 내분비요법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향상시킬 것”이라며 “암은 여전히 사노피의 우선 분야로 혁신적인 항암신약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메나리니의 엘라세스트란트는 지난 6월 22일 신약승인신청이 제출돼 이달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청 접수와 동시에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처방약 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내년 2월 17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이 신약후보는 2018년 FDA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엘라세스트란트는 19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에서도 신약승인신청이 수리됐다. 이번 유럽 NDA 제출은 지난해 10월 20일 공개된 3상 ‘EMERALD’ 임상시험에서 확보된 긍정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임상에서 엘라세스트란트 투여군은 현재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SERD 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주’(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 fulvestrant) 또는 아로마타제 저해제(aromatase inhibitor, AI)를 사용한 표준요법제(standard of care, SoC) 대조군과 비교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1(ESR1) 변이 동반 하위군룹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관련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이 연구결과는 올해 5월 18일 의학 학술지 ‘임상종양학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JCO)에 게재됐다. 좀 더 상세한 사후분석 결과는 오는 9월 9~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2년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메나리니그룹은 2020년 7월 2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소재한 골다공증 치료제, 항암제, 내분비계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기업 라디어스헬스(Radius Health)로부터 엘라세스트란트의 글로벌 판권을 획득했다. 당시 라디어스는 3000만달러를 선불계약금으로 받고 최대 3억2000만달러의 개발 진행 단계 마일스톤과 별도의 10% 초반 내지 중반 대의 순매출액 대비 로열티를 보장받았다. 라디어스헬스는 EMERALD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제약사이다.
엘라세스트란트가 인허가 과정은 뉴욕에 소재한 메나리니의 미국 내 자회사인 스템라인테라퓨틱스(Stemline Therapeutics)가 담당하며 발매도 도맡게 된다.
폐경기 후 여성 및 남성에서 ER 양성, HER2 음성이면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핵심 결과를 도출한 ‘경구용’ SERD 제제는 엘라세스트란트가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 기존 풀베스트란트는 둔부에 놓는 근육주사제다. 특히 ESR1 변이가 잠복된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게 눈에 띈다. ESR1 변이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내성 기전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