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중추신경계질환 전문기업 액솜테라퓨틱스(Axsome therapeutics)는 성인 주요우울장애(MDD) 치료용 서방형 정제 ‘오벨리티’(Auvelity 성분명 덱스트로메토르판 HBr+부프로피온 HCl, dextromethorphan HBr–bupropion HCl, 개발코드명 AXS-05)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발매를 승인받았다고 1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오벨리티는 복용 첫주부터 통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항우울 효과가 나타나는 최초이자 유일한 속효성 경구용 주요우울장애 치료제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오벨리티에 함유된 덱스트로메트로판은 비경쟁적 NMDA 수용체 길항제(noncompetitive N-methyl-d-aspartate receptor antagonist)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주요우울장애 치료제 성분이 됐다. 이는 또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경구용 비 모노아민 기반 작용기전의 주요우울장애 치료제 성분이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NMDA 수용체는 G단백 결합 이온성 글루탐산염(G protein-coupled ionotropic glutamate receptor)의 일종으로 신경원 내 시냅스 가소성( synaptic plasticity)을 조절하고, 학습 및 기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MDA 수용체를 차단하는 길항제는 해리성 마취제(호흡은 유지되지만 기억상실, 진통 효과가 나타남), 기침억제제,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은 NMDA 수용체 길항제(NMDA receptor antagonist)이자 시그마-1 수용체 작용제(sigma-1 receptor agonist)로서 항우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기전은 확립되지 않았다.
부프로피온 성분은 대표적인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차단제(Norepinephrine and Dopamine Reuptake Blockers, NDRIs)로서 항우울제로 쓰인다.
부프로피온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약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항우울 효과를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부프로피온이 대사돼 강한 활성을 지닌 대사물(hydroxybupropion)로 변해 뇌내에서 실질적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고갈을 차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산화부프로피온의 항우울 효과는 장기적인 노르에프린에 의한 효과로 보이며, 세로토닌계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의 약한 중추신경 활성 효과는 약한 도파민성 기전에 의한 것이다.
부프로피온은 다른 항우울제에 비하여 경련발작(seizure)의 발생 빈도가 높지만 근래 서방형 제제가 개발돼 혈중 최고농도에서의 부작용 발생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항우울제의 세로토닌성 부작용에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부프로피온은 혈중 혈중 도파민 농도를 높여주므로 흡연 시 니코틴이 뇌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바레니클린(varenicline)과 함께 금연치료제로 처방된다.
부프로피온은 오벨리티의 한 성분으로서 사이토크롬 P450 2D6(CYP2D6) 효소를 경쟁적으로 억제해 덱스트로메토르판의 혈중 수치를 높이는 아미노케톤의 하나로 작용한다. 사이토크롬 P450 2D6 효소는 덱스트로메토르판의 주요한 생체 내 대사 경로에서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벨리티는 총 1100명 이상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GEMINI’ 위약대조 임상, 부프로피온 서방정 복용군을 대조군으로 설정한 ‘ASCEND’ 임상시험 등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다.
GEMINI 임상에서 오벨리티 복용군은 6주차에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지수’(Montgomery-Åsberg Depression Rating Scale, MADRS) 총점을 기준으로 위약대조군과 비교평가한 결과 우울증 증상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우위를 보여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사전에 설정한 2차 평가지표는 착수시점부터 1주차 및 착수시점부터 2주차까지 MADRS 총점의 변화 정도를 측정해 효능 발현속도를 평가한 것으로 역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ASCEND 임상에서 오벨리티 복용군은 부프로피온 서방정 105mg 제제를 1일 2회 복용한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우위를 입증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치료 착수시점의 MADRS 총점과 1주차 및 6주차의 개선 정도(평균점수의 변화)를 비교한 결과 유의미했다.
위약대조 임상시험에서 오벨리티 복용군의 5% 이상에서 나타나고 위약대조군보다 2배 이상 높은 빈도로 나타난 부작용은 현훈, 두통, 설사, 졸림, 구갈, 성기능장애, 다한증 등이었다. 아울러 오벨리티의 신속한 항우울 효과는 전체 후속 평가시점에도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액솜테라퓨틱스는 올해 4분기 안으로 미국시장에서 오벨리티를 발매할 계획이다.
오벨리티는 주요우울장애 신약후보로 2019년 3월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됐고, 2021년 4월 하순 ‘우선심사’ 대상으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2021년 8월 말에 FDA가 AXS-05 효과의 지속성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신약승인신청 결정을 연기했다. 오벨리티는 2020년 6월에는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초조증 치료제로서 혁신치료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마우리찌오 파바(Maurizio Fava) 정신의학과장 겸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번 오벨리티 승인은 속한 항우울 효능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 새로운 경구용 NMDA 길항작용 기반 항우울제라는 기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용 중인 항우울제로 치료하는 환자 중 3분의 2 가까운 이들은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은데다가 최대 6~8주 동안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우울증의 파괴적인 본질상 복용 첫 주부터 관찰되고 이후로도 지속되는 오벨리티의 효능은 현행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패러다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자단체인 우울증‧양극성장애지원연대( Depression and Bipolar Support Alliance, DBSA)의 마이클 폴락(Michael Pollock) 대표는 “2000만명 이상의 미국 성인이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주요우울장애 증상을 보였고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숫자가 더욱 급증해 미국 전체 성인의 30% 또는 8000만명 이상이 우울증에 수반되는 여러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새로운 작용기전을 나타내는 신규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는 지금보다 더 명확하고 긴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헤리엇 타부토(Herriot Tabuteau) 액솜테라퓨틱스 대표는 “최초의 속효성 경구용 항우울제이면서 최초의 경구용 글루타민산(glutamatergic) 제제를 승인받아 정신의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진전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자평했다.
항우울제는 소아 및 청소년 환자들에게서 자살충동 및 행동을 촉발시킬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벨리티도 이번에 소아 환자 치료용으로는 허가를 취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