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중증 유전성질환 및 암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는 유전자치료제 ‘진테글로’(Zynteglo 성분명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 betibeglogene autotemcel, 일명 베티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진테글로는 정기적인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소아 및 성인의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로서, 이 질환의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서는 FDA 사상 처음으로 허가받았다.
FDA 세포‧조직‧유전자 치료제 자문위원회(CTGTAC)가 지난 6월 10일 찬성 13표‧반대 0표 전원일치로 ‘진테글로’의 허가를 권고하는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enter for Biologics Evaluation and Research, CBER)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은 “이번 승인은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에 중요한 진전을 의미하며, 지속적인 적혈구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겐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베타-지중해빈혈은 헤모글로빈의 베타-글로빈 하부 단위에 변이가 나타나면서 혈중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및 적혈구 수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체내에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유전성 희귀 혈액질환이다. 적혈구 수치가 감소하면 현훈, 쇠약, 피로, 골 건강이상 등 다양한 문제와 중증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다.
베타-지중해빈혈 가운데서도 수혈 의존성은 평생 적혈구 수혈이 필요할 만큼 더욱 중증이다. 하지만 2~5주마다 이뤄지는 정기적인 수혈은 체내의 과도한 철분 축적으로 인해 심장, 간, 기타 장기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연간 1300~15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10년 동안 이 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평균 나이는 37세였다.
진테글로는 체내에 1회 투여하는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이다. 환자 자신의 골수줄기세포를 추출해 베타-글로빈 유전자(βA-T87Q-globin gene)를 심는 유전적 변형을 거쳐 기능성 베타-글로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조한 환자개인별 맞춤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2019년 6월 유럽에서 승인받았으나 지난해 4월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유럽연합(EU) 정부는 고가라며 낮춰줄 것을 요구했고 블루버드바이오는 단회 치료로 획기적으로 치유하는 이들 유전자치료제를 헐값에 내놓으란 얘기라면서 반발했다. 블루버드바이오는 치료 당 180만달러의 약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EU는 79만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치료 후 만성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치된다면 상환액을 95만달러로 늘리겠다고 절충안을 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진테글로는 2건의 3상 다의료기관 임상시험(HGB-207(Northstar-2) 및 HGB-212(Northstar-3))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받았다. HGB-212는 추적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밖에 장기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LTF-303 장기추적조사가 치료 후 최소 15년간 이뤄질 예정이다. 렌티바이러스벡터(lentiviral vector, LVV)의 안전성에 중점을 둬 평가가 진행된다.
유효성은 환자가 최소한 12개월 동안 적혈구 수혈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사전에 정한 헤모글로빈 수치(가중 평균 총 헤모글로빈 9g/dL 이상)로 유지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수혈 비의존성(transfusion independence, TI)에 도달한 비율을 근거로 평가됐다. 임상에서 41명의 환자 가운데 평가 가능한 환자의 89%(36명 중 32명)가 수혈 비의존성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진테글로 투여군에서 환자의 20% 이상에서 가장 빈도 높게 수반된 부작용은 혈소판 및 기타 혈구 수치의 감소, 점막염, 열성(熱性) 호중구 감소증, 구토, 발열, 탈모, 비(鼻) 출혈, 복통, 근골격계 통증, 기침, 두통, 설사, 발진, 변비, 구역, 식욕감퇴, 색소침착장애, 소양증 등이 관찰됐다. 가장 흔한 3등급 또는 4등급(50% 이상)의 검사상 비정상은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백혈구감소증, 빈혈, 림프구감소증 등이었다.
진테글로는 혈액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관련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혈액암이 발생한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진테글로 투여 후 최소한 15년 동안 암 발생 여부를 체크하는 혈액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과민반응 여부와 혈소판감소증과 출혈 여부도 모니터링해야 한다.
진테글로는 앞서 FDA로부터 ‘희귀 소아질환 치료제 바우처’, 우선심사, 패스트트랙, 혁신치료제, 희귀의약품 등으로 지정받았다. 우선심사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 규정에 따라 심사 기한이 올해 5월 19일로 결정됐으나 8월 19일로 3개월 늦춰졌고 이보다 이틀 앞선 17일 FDA 승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