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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이 안 듣는 치료저항성 우울증(TRD)에 쓰는 치료제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8-05 10:17:04
  • 수정 2022-08-10 05: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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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병 치료제, ‘심비악스’(올란자핀+플루옥세틴), ‘스프라바토 비강 스프레이’(에스케타민) 등 쓰여

미국에선 의사들의 65% 이상이 우울증에 1차 약제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나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 Serotonin Noerpinephrine Reuptake Inhibitor)를 처방하지만 약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 약발이 먹히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가운데 기존 약물에 저항을 보이는 것을 치료내성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TRD)이라 하며 불응성 우울증(refractory depression)이라고 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요우울증 환자의 30.9%, 전체 성인인구의 1.1%가 TRD를 갖고 있다. 


TRD에는 SSRI 제제와 SNRI 제제를 복합하거나, 이 계열이 아닌 다른 기전의 약물의 쓰는 게 원칙이다. 


SSRI 제제를 쓴다면 필수적으로 시탈로프람(citalopram),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플루옥세틴(Fluoxetine), 서트랄린(sertraline) 등을 포함하고 다른 계열 약을 복합한다.


SNRI 제제를 쓴다면 데스벤라팍신(desvenlafaxine), 둘록세틴(duloxetine), 레보밀나시프란(Levomilnacipran), 벤라팍신(venlafaxine) 등을 포함하고 다른 계열 약을 병용한다.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차단제(NDRIs)인 부프로피온(bupropion)이나 빌라조돈(vilazodone), 볼티옥세틴(vortioxetine)과 같은 독특한 기전을 가진 항우울제로 바꿔보기도 한다. 


빌라조돈은 기전은 세로토닌 수송체를 억제해 세로토닌성 경로를 통한 세로토닌 방출을 향상시키고(SSRI와 기전 유사), 동시에 세로토닌(5-HT 1A) 수용체를 부분적으로 자극하는(불안완화제인 buspirone과 기전 유사) 기전을 갖고 있다. 


볼티옥세틴 역시 빌라조돈과 유사하게 세로토닌 수용체 활성을 조절하고 세로토닌 수송체(Serotonin Transporter)에서의 세로토닌 재흡수를 저해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인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도파민 D2와 5-HT1A 수용체 부분효능제 + 5-HT2A 수용체 길항제 복합작용: 대표상품명 아빌리파이·Abilify) △브렉스피프라졸·brexpiprazole (도파민D2 수용체 부분 효능제: 상품명 렉설티·Rexulti) △쿠에티아핀·quetiapine(도파민 D2 수용체 길항제 + 5-HT2 수용체 길항제 복합작용: 상품명 세로켈서방정·Seroquel XR) 등은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해 항우울제에 추가하는 요법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조울증) 치료제인 올란자핀(olanzapine, 상품명 Zyprexa)과 플루옥세틴(fluoxetine)을 복합한 ‘심비악스(Symbyax)’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급성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 


최신약인 얀센의 비강용 스프레이 형태의 항우울제인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SPRAVATO nasal spray, 성분명 에스케타민, esketamine)가 추천되기도 한다. 효과가 빠르며 기분장애와 관련된 염증을 낮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약은 ‘물뽕’이라고 불리던 마약에 포함된  케타민(ketamine)의 분자 구조를 변형시킨 에스케타민이 주성분이다. 케타민은 일명 ‘버닝썬 게이트’에 등장하는 클럽 버닝썬에서 유통되며 유명해졌다. 이 약물은 1970년 FDA의 승인을 받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해리성 마취제(dissociative anesthesia, 통증은 사라지고 의식도 없어지지만 겉으로는 눈을 뜬 듯한 모습을 보임)다. 


케타민과 에스케타민은 뇌의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글루마테이트 수용체)를 차단하여 뇌에서 가장 풍부한 화학 메신저인 글루타메이트 수치를 증가시킨다. NMDA 수용체를 차단하면 AMPA(α-amino-3-hydroxy-5-methyl-4-isoxazolepropionic acid, 글루타메이트를 흉내냄) 수용체가 활성화돼 뇌 세포가 새로운 경로를 따라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자를 방출한다. 시냅스 생성으로 알려진 이 과정은 기분, 사고방식, 인지에 영향을 준다. 


케타민은 R체와 S체가 혼합된 라세미 혼합물이다. 경구 투여 시 너무 빨리 대사돼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맥주사로 투여한다. 이에 비해 에스케타민은 S체 케타민만을 집약한 물질로 비강 투여를 통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 


스프라바토는 2019년 3월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 항우울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의 중등도~중증 주요우울장애(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또 급성 자살사고 또는 자살행동이 있는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suicide ideation or behavior, MDSI) 환자에서 빠른 증상 개선이 요구될 때 투여한다. 다른 경구 항우울제와 병용 투여한다. 


스프라바토는 미국에서 십수년 만에 허가된 새로운 성분의 항우울제다. 기존에 유통되던 항우울제 푸로작은 세로토닌을 고농도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스프라바토는 뇌세포를 즉각적으로 회복시켜 빠르면 투여 후 수 시간 뒤 우울증이 개선된다. 흡수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비침습적이고 감염이 거의 없으며 간 손상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마약으로 사용됐을 만큼 환각이 강해 FDA는 스프라바토를 허가하면서도 사용과 배포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 약은 허가받은 진료실에서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흡입해야 하고, 유체이탈·환각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투여 후에도 2시간 이상 의사가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 비싼 가격, 의료진이 있는 환경에서만 투여할 수 있는 점, 65세는 투여가 불가능한 점은 이 신약이 가진 한계다. 


이런 약물들에도 불구하고 TRD는 사실상 난치가 아닌 불치의 영역으로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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