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지난달 8일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한 데 이어 3세대 원숭이두창 백신의 국내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그동안 없었고 2019년에 나온 3세대 백신부터 천연두(사람두창 smallpox)와 원숭이두창(monkeypox)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2세대 두창 백신의 경우 원숭이두창에도 약 85%의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천연두백신은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예방백신이다.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비교적 약한 우두바이러스(cowpox)에 감염되면 치명적인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부여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개발됐다. 제너는 우두를 소의 천연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39년 미생물학자 앨런 와트 다우니(Allan Watt Downie)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혈청학적으로 우두바이러스와 구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차후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 우두(cowpox) 바이러스로도 불리며, 두창바이러스(poxvirus)에 속함)가 별도의 바이러스임이 입증됐다.
우두 백신은 20세기에 접어들어 현대적인 천연두 백신이 등장할 때까지 천연 백신(희석한 생백신)으로 사용됐다. 1879년 12월 6일 지석영은 처가가 있는 충주 덕산에 들러 2살 난 처남에게 우두를 놓아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종두법을 실시했다.
1세대 백신은 살아 있는 동물(주로 소를 사용하고 양도 활용)의 피부에서 백시니아바이러스를 배양해 제조했다. 1950년대 동결건조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액체 형태를 사용했다. 약독화되지 않은 생백신이므로 부작용은 100%였다. 예방효과는 있지만 예방접종 후 고름이 가득 차고 2~3주 후 결국 딱지(흉터)가 남음으로써 예방이 종결됐다.
2세대 백신은 우두바이러스를 계란의 장뇨막(漿尿膜, chorioallantoic membrane) 또는 세포에서 배양하는 방식이다. 193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사용한 방식이다.
최신 2세대 백신은 아캄비(Acambis)가 개발해 2008년 사노피(Sanofi Pasteur)가 인수한 ACAM2000 백신이다. 2007년 9월 미국 식품의약품(FDA)는 생물학전에 대비해 새로운 천연두 백신인 ACAM2000을 승인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학적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이전에 생산됐던 천연두 백신인 드라이백스를 비축해오다가 성능이 더 좋은 ACAM2000을 승인하게 됐다.
ACAM 2000은 2007년 당시 생산이 중단된 천연두 백신 '드라이백스(Dryvax)'에서 유도된 백신으로 백시니아 생바이러스를 함유하고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미국에서는 1971년에 사실상 절멸했고,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 천연두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절멸했다고 선포했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1977년 소말리아에서 천연두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3세대 두창 백신으로 덴마크의 바바리안노르딕(Bavarian Nordic A/S)이 개발한 천연두 및 원숭이두창 백신인 ‘진네오스’(Jynneos 미국 브랜드명)다.
2019년 9월 24일 미국에서 두창 및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감염 예방백신으로 허가 받았다. 18세 이상 성인 대상이고, 생백신이며, 복제가 불가능한(Non-Replicating) 우두바이러스 변종 균주를 함유한 백신이다.
MVA-BN(Modified vaccinia Ankara-Bavarian Nordic)이 국제 통용 명칭이며 유럽연합(EU)에서는 ‘임바넥스’(Imvanex), 캐나다에서는 ‘임바뮨’(Imvamune)으로 부른다. 유럽에서는 2013년 7월 31일 성인의 두창(천연두) 백신으로 허가받았다.
MVA-BN이란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약독화한 바바리안노르딕의 기술을 적용한 백신을 의미한다. 백시니아바이러스의 앙카라 균주는 애초 터키의 당나귀와 소에서 채취됐다. 1953년 독일 뮌헨대학으로 균주가 옮겨져 계란의 장뇨막에서 연속 계대 배양됐다. 572번의 계대배양 끝에 앙카라 균주는 게놈의 14% 이상을 잃어 인간세포에서 복제될 수 없으므로 안전하다.
1∼2세대 백신의 경우 특수 바늘로 표피에 상처를 낸 뒤 살아있는 바이러스 균주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접종이 복잡하고, 추가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게 단점이다. 심근염·뇌염 등 부작용 이슈도 존재해 광범위한 일반접종이 권장되지 않는다.
반면 진네오스는 생백신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변형을 통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아 안전성과 유효성을 개선했다. 바이러스 복제가 불가능해 인간세포에서 번식할 수 없는 만큼 1∼2세대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두창 예방접종을 한 적이 없는 18∼42세의 건강한 성인 약 4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진네오스는 ACAM2000 대비 유효성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성인 7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백신의 안전성도 확인했다.
진네오스는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크게 개선됐고 접종 금기 대상이 거의 없어 국내 도입 시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진네오스는 피하로 28일 간격, 2회 주사하는 것을 표준용법으로 하며, 감염자와 접촉 후 4일 이내 접종받으면 감염이나 질환의 중증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백신이 들어오더라도 코로나19 때와 같은 전국민 접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 대부분이 낮은 전파력을 이유로, 감염의 폭발적 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는 까닭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6월 22일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예방접종은 노출 후 발병 및 중증화 예방을 위해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희망자들에게 접종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는 생물테러대응 및 국가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사용 목적으로 1세대와 2세대 두창(천연두) 백신 3502만명분이 비축돼 있다. 이는 원숭이두창을 85%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 사례가 없고, 전파력이 높지 않은 점 등에서 두창 백신 비축분을 일반 국민에 접종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5월 24일 “사람두창 백신은 생물 테러나 고도의 공중보건위기에 대비해 비축한 것”이라며 “아주 큰 위험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원숭이두창이 유입되더라도 일반 연구에 대한 사용 계획은 당장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왜냐하면 1~2세대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정식 승인되지 못했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백신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접종 금기 대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 백신의 경우 수십 년간 동결 건조된 상태로 보관돼 왔기 때문에 그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여서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 시 실제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3세대 두창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고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유행한다 해도 전국민 예방접종은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이 아니면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신의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해도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의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는 “전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확진자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및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대상자에게만 백신을 선별 접종하는 ‘링 백시네이션(ring vaccination)’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확진자 주변을 접종을 통한 반지(ring) 모양의 방어벽을 구축해 지역사회 유행을 막는 정책으로 과거 두창과 에볼라 유행 시에도 적용돼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원충이두창 경구용 치료제 ‘테코비리마트’ … 바이러스 외피 형성 차단
원숭이두창 치료제 확보도 시급하다. 우리 정부는 700명분을 우선적으로 7월 중 국내에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시가테크놀로지(SIGA Technologies)가 개발한 경구용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 상품명 티폭스 TPOXX)는 최초의 사람두창 적응증 획득 치료제로 미국(2018년), 유럽연합(2022년), 캐나다(2021년)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원숭이두창 치료제로는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다.
테코비리마트는 바이러스의 외피 형성을 막아 바이러스가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코비리마트 FDA 승인은 동물실험 및 피험자 안전성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창을 유발하는 바리올라바이러스(variola virus, Orthopoxviridae에 속하며, 같은 올소폭스바이러스속에 포함된 원숭이두창, 우두, 백시니아바이러스과 일으키는 임상 증상이 매우 유사)에 감염된 동물들을 대상으로 테코비리마트와 위약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테코비리마트 투여군에서 생존율이 높았다는 결과다.
이어 두창에 감염되지 않은 359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받았다. 당시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설사, 메스꺼움, 구토 및 복통 등이 보고됐다.
국내 도입이 추진되는 테코비리마트는 경구제 형태로, 투여 대상은 몸무게가 13kg 이상인 소아와 성인이다. 바이러스 확산이 적은 초기 투여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 치명률은 3∼6%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치명률(1.14%)보다 높으며, 특히 신생아나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테코비리마트는 고가의 약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량 비축 중으로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에 대비해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테코비리마트 외에 외국에서 허가받은 원숭이두창 치료제로는 브린시도포비어·시도포비어·백시니아 면역글로불린 등 3종이 있다. 우리 정부는 시도포비어와 백시니아 글로블린 100명분 정도를 비축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