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에 본사를 둔 차세대 백신 개발 전문기업 노바백스가 드디어 7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백신‧생물학적제제 자문위원회(Vaccines and Related Biological Products Advisory Committee, VRBPAC)로부터 재조합 단백질 기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NVX-CoV2373’을 찬성 21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긴급사용승인’(EUA)을 권고하는 결정을 얻어냈다. 이로써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용도의 백신으로 상용화를 앞두게 됐다.
노바백스의 스탠리 어크(Stanley C. Erck) 대표는 “FDA 자문위가 우리가 도출한 자료의 견고함과 전통적인 백신 기술에 혁신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해 개발된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며 “자문위가 단백질 기반 백신을 학수고대해 왔던 의사, 의료기관, 소비자들이 우리 백신에 압도적인(overwhelming) 지지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 보건당국에 제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FDA에 제출한 긴급사용승인 신청서에도 업데이트한 제조정보를 추가해 내용을 수정했다”며 “FDA가 최종결정을 내릴 때까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VRBPAC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총 3만여명의 18세 이상 성인들이 피험자로 충원된 3상 ‘PREVENT-19’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자료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 임상자료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올해 2월호에 “미국 및 멕시코 성인들에서 ‘NVX-CoV2373’의 유효성과 안전성”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 임상에서 NVX-CoV2373은 90.4%의 유효성(예방효과)을 보인 것으로 입증됐다.
중증 및 위중증 부작용은 소수에 불과했고, 백신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이 비슷했다. 피험자의 10% 이상에서 빈도 높게 관찰된 부작용은 두통, 구역, 구토, 근육통, 관절통, 주사부위 압통/통증, 피로 및 불쾌감(malaise) 등이었다.
심근염이 발생한 비율을 보면 백신 접종군에서 0.007%, 위약 대조군에서 0.005%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FDA는 지난 3일, 자문위원회 회의(7일)를 앞두고 공개한 브리핑 자료에서 노바백스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가운데 심근염 또는 심낭염 사례 6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의 위약군 중에는 1명이 심근염을 겪었다. 이를 바탕으로 FDA는 노바백스에게 심근염 및 심낭염을 중요한 확인된 위험으로 제품 설명서에 명시할 것을 요청했지만, 노바백스는 인과관계를 설명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거부한 상태다.
FDA 심사관은 노바백스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및 하위 변이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가 부재하지만, 임상시험 추정치에 기초해 백신이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와 중증 질병에 대해 의미 있는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FDA는 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권고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NVX-CoV2373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18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접종토록 정식 허가, 조건부 승인 또는 긴급사용승인 등을 취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목록’(EUL)에도 이미 오래 전에 등재됐다. 만약 FDA가 이를 긴급사용승인할 경우 2020년에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사용분은 물론 노바백스의 해외사용분(수출물량)까지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서는 지난 1월 12일 5번째 코로나19 백신으로 사용승인을 받았다. 지난 3월 7일부터 국내 접종이 시작돼 6월 8일 0시 기준 54만2002회분이 접종됐다.
하지만 미국인의 4분의 3이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황에서 미접종자가 신뢰를 갖고 노바백스 백신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맞지 않은 사람들은 기술(부작용)보다도 이념(자연면역 선호) 때문에 백신을 기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바백스 백신은 낮은 생산원가와 상온 보관의 편리함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등에 보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