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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장기이식 ‘실현가능한 꿈인가’ ‘절대불가한 기망인가’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3-15 16:51:17
  • 수정 2022-03-17 1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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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사람간 장기이식 … 유전자 차이 커 성공 가능성 희박, ‘연구를 위한 연구’일 뿐

지난 1월 7일 세계 최초로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 씨가 수술 두 달 만이난 지난 8일 사망했다. 환자의 생존 기간은 짧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기 급성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베넷은 치명적 부정맥으로 입원해 6개월 이상 기계의 도움을 받아 연명했지만, 심장이식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1월 미국 바이오기업 리비비코어(Revivicor)가 제공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회사는 미니 돼지의 면역 거부 유전자 3개를 차단하고, 인체의 면역 체계에 순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기능도 억제했다.


수술 후 수주 동안 베넷에게 아무런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돼지 심장 이식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넷은 사망 수일 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 재활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고 수퍼볼 경기도 시청했다고 병원은 밝혔다.


리비비코어는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PPL테라퓨틱스(PPL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리비비코어의 모회사인 생명공학업체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에 도전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2021년 9월에도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는 면역거부반응을 없앤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소장팀은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연결하는 실험을 했다. 의료행위로서의 이식이 아니라 사흘(54시간) 동안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중단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을 연결한 뒤 3일간 면역 거부반응과 정상 기능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식된 돼지 신장은 즉각적인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신부전 증상 지표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도 신장이식 후 ‘거의 즉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도 지난해 9월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체외에 이식해 수술 23분 만에 돼지 신장이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사흘간 정상 기능을 확인했다. 올해 연말까지 실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정식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3가지 임상연구 또는 체외실험에는 모두 리비비코어의 돼지 장기가 쓰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시도에 대해 이식할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작은 성공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종 장기이식은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 1960년대엔 몇몇 환자가 침팬지 신장을 이식받아 최대 9개월까지 생존했다. 1983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소녀가 20일 동안 생존했다.


이후 의과학자들은 키우기 더 쉽고 6개월 만에 사람의 성인 몸집 크기까지 자라는 돼지에 주목했다. 그동안 돼지 심장과 신장 이식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해왔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식 실험은 안전상의 문제로 금지돼 왔다. 


그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변형 돼지에 대한 의료용 사용 허가를 내줌으로써 이종간 장기이식 실험이 물꼬를 텄다. 


이종장기이식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많다. 우선 기술적으로 미완에 그칠 확률이 높다. 리비비코어가 창조한 ‘갈세이프(GalSafe)’는 면역거부 반응의 주범인 돼지 세포의 당 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다. 


그러나 단지 이런 것 몇 개를 해결한다고 해서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면역학자들이 더 잘 안다. 면역체계는 워낙 복잡하고 미묘해 몇 가지 경로의 거부반응을 막는다고 해서 거부반응이 소멸될 리 없다. 


지금 사람간 장기이식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는 장기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막는다. 이 때문에 신독성, 신경독성, 고혈당,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각종 감염 등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


흔히 돼지가 잡식성으로 사람과 먹는 게 비슷해 유전자가 가장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이종장기 동물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그칠 뿐이다. 돼지보다 인간에 가까운 것으로 개가 있고 그보다 더 가까운 게 영장류(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원숭이) 등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99.4%의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갖고 있었다. 쥐와 인간도 유전자의 80%가 똑같다.


하지만 이런 수치조차도 비교하는 유전자의 범위와 종류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좀 더 보정해보면 사람 간 유전자는 99.9% 동일하다. 차이는 0.1% 미만에 그친다. 침팬지와는 96~99% 동일하다. 고양이와는 90%, 쥐와는 80~85%, 개·돼지·소 등  가축과는 80% 정도로 동일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도 큰 데 하물며 사람과 돼지의 동일성을 운운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이같은 과학적 사실을 모른 척하며 이종장기이식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희망고문’이자 ‘기망’에 가깝다. 유전자가 0.1%만 다른 사람끼리도 타인의 장기를 동종이식하려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20% 안팎 차이가 나는 돼지의 장기를 떼어다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자가 서울대 의대, 수의대 등에서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한다고 접한 때가 이미 1990년대 중반이었다. 거의 30년이 다 돼 가는데 획기적인 성과는 없었다. 국내에서 이종장기이식의 선구자라는 제넨바이오도 결국은 이들 연구팀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바이오벤처다. 


대학이 됐든, 바이오기업이 됐든 이들은 정부로부터 연구과제 수행비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타다 썼다. 바이오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수 천 억원을 조달했다. 근거 없는 낙관을 바탕으로 조달한 투자자들의 쌈짓돈이다. 이종장기이식은 취지야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자들 스스로 중단을 선언하는 게 맞다고 기자는 본다.


2000년대 중반 서울대 의대 모 교수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종장기이식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기’에요. 나도 연구비를 타서 연구에 동참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다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언젠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랏돈이나 투자자의 돈을 투입할 더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연구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 점을 지적하고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봤지만 워낙 연구자들의 자기고집이 강하고 이는 그들의 살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더군요” 


데이비드 베넷은 결국 돼지 심장 이식 후 60일 살다가 저승에 갔다.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 고인의 아들인 데이비드 베넷 주니어는 “병원 의료진이 아버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아버지는 실험적인 이식 수술을 받아 의학에 이바지했으며 장차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종장기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비관하는 사람이 볼 때엔 씁쓸하다. 그럼에도 이종장기이식에 바이오기업이나 의학자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나설 것은 확고해보인다. 


미국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나 한국의 제넨바이오나 대중의 기대에 올라 타 가끔 호재가 생기거나 생명공학 바람이 불 때 주가가 상승하는 재미를 볼지 모르겠다. 특히 제넨바이오의 대주주(지분 7.22%)인 제넥신은 1999년 설립된 오랜 역사와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변변한 신약을 내놓지도 못한 기업이다. 


제넥신은 지난 11일 오후 3시 40분, ‘제넥신, 엔데믹 시대 맞아 개발 전략 수정’이란 보도자료를 내놨다. 시장이 마감된 후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은 ‘사업성이 낮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던 코로나19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상, 3상을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신약 또는 백신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때에 ‘동물실험에서 효과’ ‘특허 출원’ ‘1상 결과 발표’ 등 설익은 내용을 생중계하듯 보도자료를 내놓아 15일 현재 42800원에 머문 주가를 2020년 9월 4일엔 17만6500원까지 부양시켜놨다. 호재성 보도자료는 아침 일찍 내고, 창피한 악재성 보도자료는 오후 장 마감 후 내는 작태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유전적 차이에 따른 이종장기이식의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했다 해도 문제다. 생명윤리 상 인간이 동물의 장기를 달고 사는 게 바람직하고 당당하며 인간의 존엄성,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느냐는 얘기다.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게 옳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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