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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메르스 사태 직후 ‘K방역’ 토대 닦은 정기석 한림대 교수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1-27 01:22:49
  • 수정 2022-01-29 0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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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국힘黨 ‘코로나19대응위원장’ 맡아 ‘과학적 방역정책’ 설파 … “중대본 없애고 질병청 중심 컨트롤타워” 주장

2020년 봄 마스크 조기 확보 및 착용 일상화, 전국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K방역’은 일단 성공을 거뒀고 이는 그 해 4월 여당의 총선 대승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K방역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 들만 하면 정부가 여론에 휩쓸려 방역 경계를 느슨하게 한 탓에 확진자가 급증했다. ‘태극기 집회’ ‘민노총 집회’ ‘명절 및 여름휴가’ 등으로 방역 기강이 해이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같은 경제 수준의 국가들보다 3개월가량 늦어지는 참담함도 겪었다. 최근엔 ‘방역패스’에 불복하는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고 ‘부스터샷 접종률’ 제고에 실패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여당 편향의 공중파 방송이 ‘K방역’의 단점 비판을 자제하는 가운데 예리한 논리를 들어 반박하는 의료 전문가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가장 문제점은 컨트롤타워가 없이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의학적·과학적 근거 없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고 일관성이 없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신규 확진자가 하루 7000명이 넘으면 새로운 오미크론 방역대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것’,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9시간 4명으로 제한한 것’, ‘마스크를 썼는데도 방역패스자(백신 접종 완료자)가 아니면 대형마트의 출입을 금지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전부 과학적 근거없이 즉흥적으로 설정되고 집행되는 방침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16년 초에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에 취임했다. 당시 현 정부가 뽐내는 K방역의 핵심인 3T(검사·추적·치료)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감염원을 추적하는 역학조사관을 제대로 선발·훈련하고 코로나 중환자와 메르스 환자 등을 치료하는 음압병실 확보에 나선 것도 그가 질병관리본부장에 취임한 이후부터다. 신종 전염병 확산에 대비해 새로 개발된 진단키트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사용승인을 내리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한 것도 그의 실적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정 교수가 박근혜 정부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그의 제언을 곧이듣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12월 초 정 교수를 ‘코로나19대응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그의 조언을 바탕으로 선거전략과 공약을 짜고 있다. 정 교수가 자의반 타의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다. 


정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뾰족한 대안도 없이 정부와 여당의 K방역 정책을 비판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모든 정보와 정책수단을 갖고 있는 만큼 제한적인 정보에 그치는 여당이나 일반 국민보다 더 과학적, 합리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팬데믹 사태를 맞아 정부가 ‘감(感)’만 갖고 정책을 짤 수밖에 없는 사정도 이해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왜 이런 정책을 펼치는지에 대해 수치적으로 합당한 설명을 내놓으려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작년 12월 18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을 4명까지로 제한하고,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9시로 강화하는 거리두기 강화방안을 내놓았다가 올해 1월 14일부터 3주간 6인 9시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바꿨다. 이에 정 교수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지만 이론적으로 접촉 인원과 시간이 줄면 감염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이 분들이 가장 원하고 빈궁한 영업 형편을 좋아지게 하고, 방역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은 밤 10시까지 4인 영업으로 제한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장의 니즈와 과학적 근거에 맞게 정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로부터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관련해  3T 정책 완화,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기간 단축, PCR 검사기준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이 기존 델타변이의 20% 수준인 데다가 주된 감염자인 젊은층에서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것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 1차 및 2차 접종을 마친 국민은 85%를 넘어섰지만 부스터샷까지 맞은 환자는 25일 오후에야 50.1%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다. 부스터샷 기피자가 많은 게 보건당국의 고민이다.

“백신 부작용을 겪었거나 백신공포증으로 안 맞겠다는 사람에게 접종을 강요할 수는 없다. 헌법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 백신 접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극소수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중에서도 기피자가 있는 이유다. 미국 등 해외 여러나라는 사실상 공직자에게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직자가 솔선수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특별한 사유 없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일반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백신을 맞으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세밀하게 알려야 한다.”


- 백신 접종 기피자가 여전한 이유는 미흡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에 있다. 당초 전국민 70% 접종을 ‘집단면역’을 획득하는 기준으로 봤는데 현재는 무용지물이다.

“맞다. 백신의 유효성 부족이 감염 확산 저지 실패와 부스터샷 접종 기피를 낳고 있다. 70%는 델타 변이 출현 이전의 시나리오로, 이젠 없는 이야기가 됐다. 오미크론 변이로 이젠 국민 100%가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을 갖는 것은 글렀다.” 


- 정부가 방역패스 완화 차원에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늘리고 있다. 반면 임신부는 여전히 방역패스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유소아들은 전적으로 부모의 판단에 의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자기 생각이 있으니까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이나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유소아와 청소년은 백신을 필수적으로 맞도록 해야 한다. 임산부는 모성애가 강해 약 12만명의 임산부 중 약 1000명 정도만 백신을 맞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최기형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년 후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 mRNA 백신은 특성상 더욱 그렇다. 산모도 자율에 맡겨야 한다. 18세 이상 성인의 1, 2차 접종률 96%는 대단한 수치다. 하지만 방역패스 예외자는 지금처럼 최소화하려 노력해야 한다.”


- ‘방역패스’란 용어는 ‘백신패스’로 불러야 맞지 않은가.

“백신 접종자에게 공중시설 이용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이니까 백신패스다. 다만 PCR검사 음성 판정자에게도 같은 권한을 주니깐 ‘방역패스’라 부르는 것이다.”

  

-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백신을 화이자는 오는 3월까지, 모더나는 9월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거는 기대는.

“25일 화이자가 오미크론용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임상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오미크론 백신 승인 후 3개월쯤 지나서 또다른 변이가 나오면 어떡하나. 전문가들은 오는 6월쯤 또다른 변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해마다 다른 변이가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처럼 풍토병화되길 바란다. 매년 백신을 맞아 대응이 가능하다면 그쪽이 더 바람직하지만 기대처럼 될지 걱정스럽다.”


-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해 평가한다면.

“직접 처방해보지는 않았지만 문헌상으로 볼 때 아주 긍정적인 ‘게임 체인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팍스로비드와 같은 치료제가 몇 개 더 나올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아주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부 전문가는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 때문에 하루 3만명, 심지어 10만명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피크를 찍어야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국내 실정에서 하루 3만명을 웃도는 확진자 발생은 감당하기 힘들다. 3만명 발생이 몇 주만 지속되면 의료체계가 붕괴돼 다른 중증 질환자를 커버할 수 없고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 3만명 선에서 막아야 한다. 서구 선진국처럼 걸릴 사람은 걸리도록 방임해 진단을 덜하고 1~3개월 간의 피크 후 진정세로 접어드는 것은 의료체계나 국민정서 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정부와 혼연일체가 돼 일사불란하게 방역지침을 준수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에서 의료 인프라가 감당할 수준의 환자가 발생해 충분히 이를 처리해내는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 윤석열 후보를 돕는 입장에서 차기 정부에서 또다른 팬데믹 관련 입안을 하는 직책을 맡게 된다면 어떤 정책을 꼭 구현하고 싶은가.

“외람된 말이다. 의사로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은 게 윤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첫째 목표다. 두 가지를 제언한다면 팬데믹 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과 감염전문병원의 증설이다. 현 정권은 질병관리청을 만들어 놓고서도 국무총리실,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에서 누가 중심이 돼 코로나19에 대응하는지를 국민이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개입할 수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없애고 질병관리청이 중심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질병관리청장이 총지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질병관리청장이 차관급이라도 권한을 이양하면 된다. 그러나 차관급 지휘자의 말이 잘 먹히지 않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해서 보건부 장관이 책임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 보건부 독립은 여야 간에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 질병관리청의 역할 확대 방안이 있다면?

“질병관리청의 지청을 광역시도별로 두고, 해당 광역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방역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중심이 되고 각 주 정부와 유기적으로 감염병을 통제한다. 상설 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장의 실무 책임자에게 권한을 줘 주도적으로 상황을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


- 현재 청와대의 역할은 적절한가?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코로나백신 도입 지연’ ‘1차 위드코로나 실패’ 등으로 역량 입증에 실패했다. 현재 어떤 방역정책도 청와대의 조율을 거치지 않는 것은 없다. 미국 백악관의 앤서니 파우치 수석의료자문관처럼 전문성을 갖고 말에 신뢰가 쌓이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기왕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을 두려면 방역학을 강의한 경험이 있는 교수나 정책 실행을 담당한 공직자, 연구논문을 잘 쓰는 학술전문가 중 하나여야 한다. 경험이나 이론적 체계가 덜 잡힌 사람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감염병전담병원이 꼭 필요한가?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규모의 감염병전담병원이 전국에 5~6개 정도 필요하다. 이런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임산부, 신장병 환자, 만성질환자, 급성질환자 등을 전담하면 다른 병원에서 의료적 부담이 덜해져 웬만한 상황에서도 의료체계의 유지가 가능하다. 또 거점요양시설을 지정해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도 환자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 국민의힘 캠프에 들어가 얻은 보람이 있다면?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가 제안한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전담병원 개편안(전체 병상에 코로나 환자 수용)을 발표하자 바로 받아들여졌다. 대형마트와 과도한 방역패스 제한도 이를 반대하는 논리를 펴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옛 여권 출신이라고 홀대하더니 대선 캠프에서 목소리를 내니까 바로 받는 걸 보고 참 씁쓸했다. 방역과 국민건강엔 여야가 없어야 한다.”


정기석(鄭錡碩)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1983년 서울대 의대 의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의대 의학과 석사 졸업

1993년 서울대 의대 의학과 박사 졸업  


경력 

1993~1994년 영국 사우스햄튼(Southampton)대학 연구원 ‘호산구와 비만세포 연구’ 

2003~2005년 한림대 성심병원 수련교육부장

2007~2009년 한림대 성심병원 내과과장

2008~2010년 한림대의료원 학술연구위원장

2011~2012년 한림대 성심병원 폐센터장

2011~2012년 한림대 의대 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2~2016년 한림대 성심병원장

2016~2017년 질병관리본부장


대외활동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연구회 회장

천식연구회 운영위원

KOCOSS(The KOrea COPD Subgroup Study Team Cohort) 대표연구자 : 전국 40개 이상 종합병원 COPD 환자 등록 및 연구사업 진행 

前 대한내과학회 교육이사 역임

前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정보이사, 국제협력이사, 간행이사 


2014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 초기COPD 환자 진료방침 연구수행(연구비 2억원)

학회지 흉부질환저널(Journal of Thoracic Disease, SCIE) 편집위원

前 결핵및호흡기질환(Tuberculosis & Repiratory Diseases) 저널 편집위원장


수상

1998년, 2002년 대한내과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2005년 미국흉부학회 우수초록상

2013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우수논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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