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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동백꽃, 종포해양공원, 이순신 대교와 묘도 다랭이논이 살가운 여수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1-12-24 20:15:27
  • 수정 2021-12-29 00: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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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엑스포 개최로 사통발달 … 야경이 아름다운 종포 해안가, 국내 최대 목조건물 진남관

물빛이 곱다는 여수(麗水)는 전라남도 동쪽 끝으로 삐죽하게 불거져 나온 반도다. 북으로 순천에 붙어 있고, 순천의 동쪽이 광양이다. 서쪽으로는 순천만을 사이에 두고 고흥반도(고흥군)을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광양만을 사이에 두고 경남 남해와 맞닿아 있다. 


여수는 본래는 백제 땅으로 원촌현과 돌산현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삼국통일 후에는 해읍현, 여산현, 마산현 등의 이름으로 순천에 속했다가 고려시대에 비로소 여수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고려 공민왕 때 유탁과 정지라는 이가 왜구를 크게 물리치는 전과를 올려 수군 방어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1479년(성종 10년)에 전라좌수영이 설치되면서 조선 수군의 실질적인 본거지가 됐다. 1896년 순천에서 떨어져 나와 여수시와 여천군으로 독립했고 1998년 4월 여수시로 통합돼 오늘에 이른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3개월간 개최된 '2012 여수 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인 여수가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1989년 시작된 전주~순천 간 전라선 복선 전철화 공사는 2004년에 완료됐다. 여수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여수~순천 복선 전철화가 추진돼 2011년 10월 5일 서울서 여수까지 가는 KTX가 운행을 시작했다.  2015년 4월 2일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익산역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변경됐다.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순천 자동차 전용도로 및 이순신대교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이 확충되어 여수는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도시로 급성장했다.


이순신대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국내 최장 다리


여수 여행의 신 명물이 이순신대교다.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이 해 5월 10일 임시 개통했다가, 엑스포 직후에 폐쇄했다가 2013년 2월 8일 정식 개통했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평행선’, ‘철로 만든 하프 다리’라는 별칭답게 끝이 없을 것처럼 길게 이어진다. 


국내 최장인 2260m 길이의 이순신대교. 사진 변영숙

총 연장 2260m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는 이순신장군이 태어난 해와 같은 1545m이다. 국내 최장,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이순신대교는 순수 우리 기술로 시공한 첫 현수교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묘도에는 이순신대교 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2014년에 개관한 홍보관은 거북선을 형상화했다. 1층 홍보관에는 건설 당시의 사진과 주요 교량 사진 등이 전시돼 있고 영상이 상영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묘도 인근의 바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묘도 앞바다는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이자 이순신장군의 생명을 앗아간 노량해전이 시작된 곳이다.


묘도(묘도동)는 다시 여수산업단지 GS칼텍스 공장과 묘도대교로 연결됐다. 이순신대교와 묘도대교 덕분에 여수산단과 광양산단 거리는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참고로 금호도(금호동) 갯벌을 매워 건립한 게 광양제철소로 1987년 가동을 시작했다. 


여수여행의 1번지, 오동도


여수 여행 1번지는 단연 오동도다. 방파제를 따라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스하고 비릿한 바닷바람과 반짝반짝 윤이 나는 탱글탱글한 동백나무 이파리와 붉디붉은 동백꽃, 아찔한 해안절벽 풍경까지 오동도 탐방은 마치 천국의 섬을 거니는 듯하다.


섬의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생기고 옛날엔 오동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오동도라 불렸다. 오동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오동나무는 없고 동백나무만 지천이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은 이곳에 처음으로 수군 연병장을 만들고 시누대를 심어 화살을 만들었다. 이후 대나무가 무성해져서 ‘대섬’이라고도 불렸으며 ‘꽃섬’, ‘숲섬’으로도 불린다.


오동도에 전하는 전설이 있다. 오동나무숲에 봉황이 깃들자, 봉황은 새로운 왕이 나타남을 뜻한다고 해서 왕의 명으로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설은 이렇다. 도적떼를 만난 아낙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벼랑 끝에서 바다로 몸을 날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은 오동도 기슭에 아내를 묻어 주었다. 그해 겨울부터 눈이 쌓인 무덤가에서 동백꽃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푸른 정절을 상징하는 시누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백꽃을 ‘여심화’(女心花)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800여m의 방파제를 따라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여유롭게 동백열차를 타도 좋다. 섬 초입 중앙광장에 거북선과 판옥선의 모형과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란 이순신 장군의 글귀가 적힌 대형 비석이 서 있다.


섬을 빙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하늘도 가릴 만큼 울창한 동백 숲을 지나면 푸른 시누대 터널이 나온다. 후박나무, 팽나무, 소태나무, 참식나무, 은단풍나무, 검팽나무, 머귀나무, 쥐똥나무, 광나무, 돈나무 등 무려 160여 종의 아열대성 희귀 수목이 자라는 오동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아열대식물원이다. 가지 대여섯 개가 붙어 자라는 나무와 거대한 남근목도 있다. 푸르다 못해 검은 숲을 빠져나오면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다와 아찔한 해안 절벽과 갯바위들이 펼쳐진다. 병풍바위, 소라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오동도 수호대처럼 해안을 지킨다.


산 정상에는 하얀색 오동도 등대가 서 있다. 야자수와 하얀색 건물이 이국적이다. 1925년 건립돼 여수항과 광양항을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운영이 잠정 중단돼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동백꽃 관람 시기는 1~3월이 최적기다.


오동도와 돌산도를 잇는 여수해상케이블카. 사진 여수시 제공

오동도와 돌산도를 잇는 여수해상케이블카의 자산 탑승장(오동도 자산공원 인근) 일출정에 오르면 여수 바다와 오동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동도는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야경이 살가운 낭만과 추억의 불빛, 종포해양공원


종포해양공원 야경. 사진 여수시 제공

오동도도 좋지만 실상 여수의 대표적 밤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돌산대교를 사이에 놓고 오동도의 정 반대편(서쪽)인 종포해양공원이다. 동문동 하멜등대에서 중앙동 이순신 광장까지의 1.3km 해변거리다. 


공원 앞바다는 수심 15m, 폭 400m 작은 바닷물길이 흘러 조류가 거세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를 볼 수 있다. 해양공원 동쪽 돌산2대교(거북선대교)와 해상케이블카에서 발산하는 빛이 밤이면 알록달록하다. 바다는 유람선의 화려한 조명으로 얼룩진다. 


가로등 불빛 아래는 사시사철 학꽁치, 노래미 등 잡어를 잡는 낚시꾼들로 북적인다. 포구는 먼바다로 조업을 나가는 어선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종포해양공원 바닷가는 항구의 추억과 청춘의 낭만이 어우러진다. 공원 인근에는 세련미가 넘치는 커피숍과 횟집, 음식점이 즐비하다. 코로나19 이전엔 무명가수는 물론 유명가수도 종종 참여하는 길거리 공연도 많았다. 밴드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노래 ‘여수 밤바다’도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분위기다. 


종포해양공원 인도 200m 구역에 운영되는 낭만 포장마차에서는 여수에서 생산되는 제철 해산물을 3만원 이하의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종포해양공원 시작점에 있는 10m 높이의 빨간 하멜등대는 이순신 장군이 1592년 거북선을 진수했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오동도 방향에서 진입하는 왜군을 물리치기 위한 쇠사슬을 설치했다’고 기록돼 있다. 바다 건너편 돌산대교 밑 장군도는 이순신 장군이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수중 석성을 쌓았던 곳이다. 장군도와 돌산도 사이 좁은 바다에는 아직도 수중 석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국보 제304호로 지정된 국내 최대 단층 목조건물 여수 진남관. 사진 여수시 제공

공원 끝자락인 이순신광장 앞에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가장 실물에 가깝게 복원했다는 목선 한 척이 전시돼 있다. 광장 북쪽 군자동에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의 객사로 사용하던 국보 304호 진남관(鎭南館)이 있다. 이순신 장군 당시에는 진해루라는 누각이 있었던 자리에 훗날 전라좌수사가 두 번 고쳐 지었다. 국내 최대 단층 목조건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해체 복원 공사가 이뤄졌다. 


진남관 바로 위 동산동에는 여수의 진산(鎭山)인 종고산(鐘鼓山 199m)이 버티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거두던 날 산에서 북소리, 종소리 같은 소리가 사흘 동안 났다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종포해양공원의 종포는 종고산 아래 아름답고 평화로운 포구에서 유래됐다. 종고산 밑에 전라좌수영이 둥지를 튼 것은 주변 해상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서해안으로 진출하는 지름길이라는 지리적, 전략적 이점 때문이다. 


진남관 옆 고소동 산동네에 오르면 고소대(姑蘇臺)와 오포대(旿砲臺) 공원이 있다. 고소대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지휘소 격인 장대(將臺)다. 고소대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기린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이순신 장군 덕을 추모하는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다.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를 세우게 된 사연을 적은 동령소갈비도 세워져 있다.


고소대 인근에 있는 오포대라는 붉은 망루 형태 건물이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에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는 포탄 없이 화약만 넣고 포를 쏘아 소리로 정오를 알리던 것을 말한다. 오포대에는 일제 강점기에 조망등(서치라이트) 부대가 주둔하기도 했다. 


여수는 맛의 도시다. 이순신광장 바로 옆 여수여객터미널 방향 도심 700m 거리에는 좌수영음식특화거리와 수산물 시장이 있다. 여행에 지친 길손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이곳은 서대회, 게장백반, 장어구이, 갯장아 등 ‘여수 십미(十味)’를 맛볼 수 있다.


오동도 ‘여순사건 기념관’


지난 10월 오동도 ‘2012여수세계박람회유치기념관’에 여순 10.19사건 73주년에 맞춰 ‘여순사건기념관'이 개관했다. 전시실에는 여순사건의 개요와 진행 상황 등이 당시의 자료와 그림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돼 있다. 영상관도 있다. 


‘여순사건의 기억’이라는 그림과 일명 ‘손가락 총’ 조형물이 여순사건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객관적 증거도 없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부역 혐의자로 분류해 학살했던 상황을 표현한 ‘손가락총’은 지금도 누군가를 고발하는 듯하여 섬뜩하다. 73년이 지나서야 이제 겨우 4.3 특별법이 통과됐다. 해설사에 따르면 지금도 여수 사람들에게 70년 전 여순사건은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이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지금도 ‘여순사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여전히 ‘손가락 총’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제 겨우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넋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수 구도심에서 가까운 경도, 장도, 묘도


여수반도에는 오동도 외에 많은 부속섬들이 있다. 멀리 거문도, 백도, 초도부터 여수 도심에서 가까운 경도와 장도, 다리가 놓이면서 조용한 어촌에서 시끌벅적한 관광지로 바뀐 묘도, 갓김치로 유명한 돌산도, 여수 최남단 끝에 꼬리처럼 달려 있는 금오도 등이 있다. 


여수 구도심 앞바다의 경도. 사진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구도심 국동항에서 보이는 경호동 경도(莖島, 흔히 대경도라 함, 인근 소경도와 구분함)는 전용 왕복선이 운항하는 여수 쪽 대경도 부두에서 500m 떨어져 있다. 그 동쪽은 돌산도다. 양방향 여객선(240t)은 승용차 16대, 승객 95명을 태울 수 있다. 5분이면 벌써 도착해 있다. 


경도는 줄기가 있는 풀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갯장어(일본어로 하모 ‘はも’)로 유명하다.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갯장어는 바다뱀장어의 일종으로 양식이 되지 않는다. 갯장어 샤부샤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 여기라 한다.


경도는 가장 높은 구릉이 92m일 정도로 완만하고 여유롭다. 11km 길이 해안을 따라 포구가 조성된 한산한 어촌이다. 섬 중앙의 4km 도로가 깔끔하다. 둘레길 4개 코스가 9km로 연결돼 있다. 


경도해양관광단지는 2010년에 착공돼 27홀 골프장과 100실 규모 콘도 등으로 구성된 1단계 조성 사업이 2014년에 끝났다. 리조트는 지중해 연안을 연상케 하는 건축디자인으로 아늑한 분위기다. 경도 끝자락,  바다를 끼고 있는 시사이드(seaside) 골프장은 연평균 기온이 14.6도로 포근하고 바람이 세지 않아  겨울철에도 라운딩하기에 좋다. 3개 골프코스의 이름이 금오도·돌산도·오동도다. 


삶의 형태가 노루를 닮았다는 장도(獐島, 노루섬)는 여수시 웅천동에서 2017년에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이다. GS칼텍스가 지역사회 문화공헌사업의 하나로 지은 웅천동 예울마루와 연계돼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다도해정원과 아뜰리에, 산책길(대나무, 해송, 동백)이 조성돼 있다. 


섬 모양이 고양이 같다는 묘도(猫島)는 노량해전 전적지, 읍동마을 다랭이논, 명나라 진린 도독이 주둔했다는 도독마을,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독살’,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조선수군을 조련했던 창촌 선창개, 봉화산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묘도 건너편 광양시 구봉산(473m) 전망대에서는 묘도를 비롯해 여수, 광양, 순천, 하동, 남해 일대를 꽤 멀리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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