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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쓸데없는 시술보다 자신에게 저축하라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2-23 11:49:05
  • 수정 2021-12-23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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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의 집착보다 세상 중심에 서는 게 중요 … 일급 볼매녀가 되어보라

특별히 못생긴 건 아니고 예쁘지 않을 뿐 뚱뚱하지도, 날씬하지도 않고 미니스커트가 덜 어울릴 뿐이라는 서울대 다니는 20대 여성이 상담을 청해왔다. 돈만 생기면 뷰티클리닉에 쏜살같이 갖다 바치다보니 가족들에게 “성형중독도 아니고 시술 중독”이라는 놀림을 받는다고 했다. 


반면 자기 친구는 170cm에 75kg의 건장한 체구임에도 민소매 티셔츠나 꽉 끼는 청바지도 서슴지 않고 입으며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면 “저 남자가 나 보는 것 봤어?”하면서 우쭐해 하는데 자신이 보기엔 시선의의미가 그게 아니지만 친구의 자신감이 부럽기만 하다고 했다.


자신의 소원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55 사이즈를 유지하고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길 가는 남자들의 엉큼한 시선을 받아보고도 싶고 키가 159cm인데 딱 1cm만 더 커서 보통보다 좀 나은 예쁘장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똑똑해도 어느 정도 예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주목받기 힘든데 이런 자신이 이상한 거냐고 물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권력인 것은 인류역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자로서 예쁘다고, 미인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세상에 미인보다는 그렇지 않은 여자들이 많다는 거다.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남자들은 다 그리 생각한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멋있는 남자는 별로 없고 찌질이만 잔뜩 있을 뿐 좀 괜찮은 남자는 벌써 임자가 있는 유부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니 말이다.


일단 상담을 청한 여성은 일급 미모도, 일급 추녀도 아닌 중간 그룹으로 여겨진다. 미모의 정도에 따라 삶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일급 미모가 부러울지 모르지만 이건 알아야 한다. 전략 없는 일급 미모는 일급 추녀보다 못한 삶을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중급 미모인 상담 여성의 삶의 전략을 같이 고민해보자. 삶의 전략은 자신의 인생철학이다. 철학 없이 세상의 고장 난 시스템에 인생을 던져 놓고만 있다가는 어느덧 허무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전략을 잘 세우면 인생역전도 가능할지 모른다.


우선 미용·성형의 문제에서 돈이 너무 아깝다. 애매한 시술에 돈 쓰지 않는 게 좋다. 기왕 할 거면 화끈하게 안면윤곽 수술처럼 뼈까지 손대는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는 게 낫다. 가급적 고민은 그만 하는 게 좋다. 여러 성형외과를 직접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이미 성형한 친구들이 있으면 그들의 경험을 바닥까지 다 긁어 얻어내라. ‘애매한 고민’처럼 인생을 허비하고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매한 차선책만 찾는 건 용기 없는 자들의 행동이고 그러다가는 정말 이류로밖에 살 수 없다.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외모는 중급이어도 삶의 태도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으니까.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방법을 다시 정리하자면 고민이 있으면 일단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하려는 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과 미디어, 실제 사람과의 만남 등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다. 우리 감성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반대 의견을 자동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 때 정보수집은 이성적으로 하되 어느 쪽을 택할지는 결코 이성적으로 고민하면 안 된다. 감성적 결정이 확실치 않을 때 계속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 노력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기다림이 중요하다. 그리고 감성적 결정이 분명해지면 그 쪽을 택하면 된다.


이 방법은 우리 안의 또 다른 나인 감성 시스템, 감성 자아를 활용하는 법이다. 우리는 자신의 감성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비즈니스를 위해 쏟아내는 수많은 감성 마케팅의 전염성 있는 정보에 이성이 마비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감성 자아의 소리를 듣는 법’을 연습하는 건 일급의 삶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테크닉이자 철학이다.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가로수길을 거닐고 남자들의 엉큼한 시선을 받아보고 싶다면서 보통 여자가 되고 싶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런 여자는 그냥 보통여자가 아니다. 대단한 여자다. 성적 매력이라는 점에서 일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급 미모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일급 미모의 여자는 남자에게 저 여자와 자고 싶다는 성적 반응과 엄청난 소유욕을 단번에 일으킨다. 그러데 그 바람에 감성적 느낌을 공유할 여지를 빼앗아버린다. 남자는 미치면 감성적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여자는 남자와 정신적 네트워크를 맺을 때 최대의 엑스터시를 경험하는데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강렬하고 즉각적인 반응이나 모든 시선을 독차지하는 일급이 최고인 것 같지만 사실은 ‘볼매’가 실속을 챙기는 세상이다. 잉꼬부부들을 보면 미칠 듯 섹시하거나 일급 미모의 선남선녀끼리 만난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약간 부족한 이류의 만남이다. 이급이니까 강렬한 감성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그러기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감성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렬해진다.


상담을 청한 여성의 외모와 지적 능력은 이급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행복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 자체가 이급이다. 우리 시스템이 끊임없이 일급을 찾는 것도 이급이기 때문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일급에는 채워지지 않는 중독적 허무함만 존재한다.


당장 가로수길에서 엉큼한 시선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볼매’기질을 알아보는 최적의 남자를 만났을 때 그 남자에게만큼은 최고의 섹시녀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면 뭇 남성들의 눈길만 받고 정작 밤에는 홀로 외로이 지내는 여자들이 더 이상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고령화 사회다. 쓸데없는 시술에 투자 말고 저축을 하는 것이 좋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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