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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적 지위? 인생의 목표를 리세팅하라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2-17 16:28:48
  • 수정 2021-12-17 16: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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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 가능 … 짝퉁도 오리지널을 이길 수 있다

1남 3녀 중 막내로 지방대 졸업 후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여성이 상담을 청해왔다. 첫째언니는 선생님, 둘째언니는 변리사, 오빠는 세무사로 자신만 미운 오리새끼인데 친구들에게는 무시당하기 싫어 언니오빠의 스펙을 전시하며 자신을 내세운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신조는 ‘어느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어. 그럼 반드시 복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대기업을 다니고 돈도 어느 정도 모이니 자신감이 생겼는데 문제는 결혼이라 했다. 20대 때는 자신을 무시하지 못 할 만만한 남자를 골랐지만 서른이 되니 언니오빠들과 밸런스가 맞는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5년 동안 사귄 오빠와 최근 헤어졌다고 했다. 여기서 결혼마저 뒤처지면 영영 미운 오리새끼가 될 것 같아서란다.


그런데 이별소식에 언니가 “왜 그 정도면 괜찮은데. 네 나이에 새로운 남자 만나기 힘들어”라고 말해 충격이었다고 했다. ‘자기는 의사랑 결혼해놓고 여동생은 중소기업 다니는 남자랑 결혼하라는거야? 친언니 맞아?’하는 생각까지 들었단다.


자신은 나름 괜찮게 성장했고 언니나 오빠처럼 부모님에게 고비용의 교육자금을 갉아 먹으면서 자란 것도 아니고 손 안 벌리고 스스로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자신을 집에서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하고 인정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은 모아야 하니 독립할 생각은 없는데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사연을 듣고 난 후 느낌은 ‘건강하다’였다. 잘 살고 있다 해야 할까. ‘어느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어. 그럼 반드시 복수할거야’란 말이 파이팅 넘치고 귀엽기까지 하다. 복수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것 같지만 안으로도 쳐들어와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건강하게 잘 자란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겼다라는 말 정말 좋다. 그런 귀여운 복수 에너지는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서는 뒷심을 일으키는 보조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형제자매간 경쟁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 반응 중 하나다. 기본적인 생존 반응이랄 수 있다. 바라건대 미운 오리새끼님이 일등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꼭 복수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복수방법은 별로다. 말 그대로 ‘비추’다. 아무리 노력해봐야 두 언니와 오빠의 짝퉁밖에 안될 것 같다. 짝퉁으로 오리지널을 이길 수는 없다. 두 언니와 현재로서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의 승자들이다. 교사, 변리사, 세무사 등은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에서 최상위 그룹은 아니지만 나름 어깨 펼 수 있는 레벨이다.


게다가 언니가 의사랑 결혼했다니 정말 전통적인 만남이고 모양은 나쁘지 않다. 현재 사회적 레벨이 언니들보다 떨어지니 이들을 확 누르려면 대기업 회사원으로는 어림없고 의사나 변호사랑 결혼해봐야 스스로의 레벨이 낮아 결국 언니 쫓아 사는 짝퉁밖에 안될 듯하다. 웬만한 기업 오너 2,3세라면 확 누를 것 같은데 현재 스펙으로는 만만치 않겠고. 그렇다면 싸움의 방법을 바꿔야 한다. 현재로서는 백전백패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철학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와 힘은 ‘철학적 용기’에서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쓰레기 같은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의 미운 오리새끼로 살지 말고 고고하고 도도한 심리철학운영 소프트웨어로 갈아타야 한다. 그래서 언니 오빠를 물리치고 진정한 ‘심리적 승자’인 우아한 백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왜 헤어졌어, 그 정도면 괜찮은데. 네 나이에 새로운 남자 만나기 힘들어”라니 정말 속물적인 말이다. 속물 랭귀지로 다시 번역하면 “왜 헤어졌어, 너의 사회적 레벨로는 그 정도면 서로 적당한데. 게다가 여자는 결혼 적령기에서 멀어질수록 신선도가 떨어지는데 넌 이제 더 낮은 레벨의 남자조차 만나기 어려울거야”라는 의미다.


속물 이데올로기란 자신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속물 이데올로기가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사람 마음속 감정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


사회적 레벨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것 자체는 성실하고 좋다. 어찌 됐든 자본주의 안에선.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함께 서로를 위해주며 건실하게 살 때 자연스럽게 상승되는 사회적 지위는 중독적이지 않고 상쾌하고 근사하다. 그러나 사회적 레벨 자체를 목적으로 사는 삶은 다른 고귀한 정신적, 심리적 가치를 손상시켜 결국 스스로를 ‘실존적 허무’에 빠뜨린다.


특히 경쟁심리 자체가 동력이 돼 결혼과 같은 중요한 인생의 과제를 결정해나간다면 머지 않아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강력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허무는 곧 행복에 대한 내성을 일으키는데 ‘행복에 대한 내성’이야말로 우리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무서운 병이다. 자본주의 속물 시스템은 ‘더 강한 것!’을 외치며 가장 높은 마약을 끝없이 찾게 만들어버린다.


상담을 청한 여성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적 레벨은 떨어져도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소위 ‘사자’커플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다. 우리네 감성시스템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만큼 강력한 갈망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모양과 안정성, 사회적 레벨에 대한 집착으로 병든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병에 걸리면 안 된다. 결혼은 누구와 하느냐가 90%다. 정말 사랑이 넘치는 결혼을 하려면 결혼 적령기 따위에 쫓기면 안 된다. 그리고 남자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자본주의적 속물 레벨로만 남자를 보기 시작하면 감성적 만족을 주는 부분이 보이지 않게 된다. 여유를 갖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때까지 버티면서 그 긴장감을 즐기는 것이 좋다. 오늘부터 인생의 목표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리세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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