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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과 건강이 하나로 … 가장 훌륭한 자연식품 ‘메밀’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12-01 1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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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질의 단백질·필수 아미노산 함유 … 항산화물질 루틴 혈관질환 예방효과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소설의 주된 배경인 메밀꽃 핀 달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아름답게 묘사돼 메밀꽃에 대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내는 메밀은 예로부터 여염집은 물론 궁중에서까지 건강식으로 사랑받아 온 식재료 중 하나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는 입맛이 없는 여름날이면 수라상을 물리고 메밀면을 먹었으며 기운이 막혀 열이 오를 때도 메밀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또 불과 30여 년 전만해도 겨울철 늦은 밤이면 ‘메밀묵∼∼찹쌀떡’을 목청 터지게 외치며 야식으로 메밀묵을 팔러 다니던 장사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오랜 세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먹거리였던 메밀은 최근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각종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립농업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메밀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항산화 성분이 많아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한국조리학회 학술지에 따르면 항산화 및 항염증 효능이 있어 각종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을 지켜주는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메밀을 이용한 요리와 메밀에 함유된 각종 영양성분, 질병 예방 효과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오랜 세월 식재료·약용으로 사용 … 메밀묵·메밀국수로 유명세


메밀(학명 Fagopyrum esculentum)은 쌍떡잎식물 마디풀과(Polygonaceae)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60∼90cm이고 줄기 속은 비어 있다. 뿌리는 천근성이나 원뿌리는 90∼120cm에 달하여 가뭄에 강하다. 잎은 원줄기 아래쪽 1∼3마디는 마주나지만 그 위의 마디에서는 어긋난다. 꽃은 백색이고 7∼10월에 무한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며 꽃에는 꿀이 많아 벌꿀의 밀원이 된다.


원산지는 야생종이 발견된 지역인 바이칼호(湖)·중국 북동부·아무르강(江)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아시아의 북부 및 중앙아시아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당나라 때 처음 알려졌으며 송나라 때에는 널리 재배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산지와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 상 중국을 거쳐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애용한 먹거리였던 메밀은 메밀묵과 흔히 소바로 불리는 메밀국수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메밀밥이나 메밀전·메밀전병·메밀차 등으로도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메밀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신체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다 특히 다른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의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밀로 밥을 지으면 쌀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강해줄 수 있어 매우 훌륭한 건강식이 된다. 메밀밥을 지을 때 쌀과 메밀의 비율은 9대1 정도가 적당하다. 이 때 메밀에 함유된 영양소인 루틴·비타민 B1·B2·칼륨 등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물에 거의 녹게 된다. 메밀을 깨끗이 씻어낸 후 프라이팬에 볶아준 뒤 물을 넣고 끓여 메밀차로 마셔도 좋다.


메밀싹은 샐러드·무침·비빔밥 등에 넣으면 좋고 메밀의 어린잎은 된장에 버무리면 맛있고 성숙한 잎은 약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메밀에 들깨를 곁들이면 필수지방산이 보충되고 메밀의 독소성분인 벤질아민은 무와 함께 먹으면 중화된다. 또 메밀의 주요 영양분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을 때는 삶은 물(면수)까지 마시는 게 좋다. 


이처럼 영양만점 먹거리인 메밀은 오래 전부터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건강을 위해 섭취하기도 했다. 메밀은 한의학에서 교맥(蕎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한의학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메밀은 성질이 차며 오장을 이롭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준다”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메밀의 효능은 건비소적(健脾消積)이라 해서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해 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변비 등에 효능이 있고 부기를 내리는 이습(利濕)효능이 있기 때문에 몸이 쉽게 붓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메밀이 건강을 지키는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함유하고 있는 각종 유익성분 때문이다. 양질의 단백질과 8종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건강식품인 메밀은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함량이 높고 비타민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건강을 지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메밀국수와 메밀묵, 메밀전 등 메밀을 이용한 각종 요리는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춘 건강식품이다.(사진=픽사베이)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 예방효과 … 알레르기 있는 사람 주의해야


특히 메밀에는 메밀의 대표적 영양성분의 하나로 혈관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물질 ‘루틴’이 다량 함유돼 있다. 루틴은 메밀의 갈색을 나타내는 색소 성분이다. 메밀가루 100g에 20㎎ 들어 있는 루틴은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조절해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메밀은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메밀 중에서도 가루로 먹으면 쓴맛이 나는 ‘쓴메밀’은 일반 메밀에 비해 루틴 함량이 70∼1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메밀싹에는 더 많은 루틴이 함유돼 있다. 루틴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메밀을 요리하고 남은 국물을 버리지 않고 육수로 사용하는 게 좋다.


메밀에는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1, 피부와 점막 건강을 도와주는 비타민 B2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체내 소화계와 신경계의 작용을 원활하게 해준다.  


메밀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합성을 촉진해 중추신경계를 안정시켜 숙면을 돕는다. 또 메밀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노폐물의 배출에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메밀은 체내의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도 하며 이뇨작용을 촉진해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고 특히 곡류에 결핍되어 있는 라이신 함량이 높아 근육 생성·간 기능 강화·칼슘 흡수에 도움을 준다. 


한편 메밀은 혈당 상승률을 나타내는 혈당지수(GI)가 다른 곡류들에 비해 낮은데 메밀의 GI 수치는 54로 70 이상인 백미·밀가루보다 낮다. GI 수치가 낮을수록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지방 축적이 억제된다. 


이처럼 한 끼 식사로 훌륭한 식재료가 되고 건강 유지와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메밀이지만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 섭취를 삼가야 한다. 


메밀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 중 급성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식품이다. 메밀을 조리한 도구들과 접촉한 식품을 섭취해도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면역계가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의 경우 메밀을 섭취하기 전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메밀의 성질이 차가운 만큼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도 메밀의 섭취를 줄이거나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돼지고기와 함께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하는데 메밀과 돼지고기 모두 성질이 차가워 잘못 섭취할 경우 배탈 또는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의학 서적에 따르면 메밀이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아마도 메밀껍질에 소량 함유된 ‘살리실아민’이라는 독성물질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살리실아민 독성물질도 무와 함께 먹으면 독성이 중화가 된다. 흔히 메밀국수를 먹을 때 무즙 또는 갈아 낸 무와 함께 먹는 것은 이러한 효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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