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단일클론항체는 수십 개에 달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이토록 빨리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 이전에 ‘임기응변적’ 치료제로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단일클론항체 연구에 우선을 두자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주요 예방백신 4종〔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미국선 未승인)〕은 변이 출현으로 기대하던 집단면역 완성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단일클론항체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데다가 곧 먹는 항바이러스제 치료제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
현재 미국에서 3개의 단일클론항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정식 승인은 아직 없고, 모두 입원하지 않은 경증~중등도의 환자로서 중증 질환(합병증)이나 입원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에 국한한다. 미약한 유효성도 문제지만 경증~중등도 환자 중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가려내는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출시 초기의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그만큼 불완전하고 미온적인 구석이 많다고 봐야 한다.
릴리 ‘밤라니비맙’ + ‘에테세비맙’
가장 먼저 승인된 것은 2020년 11월 9일에 허가된 릴리의 ‘밤라니비맙’(bamlanivimab, 코드명 LY-CoV555)이다. 임상시험에서 밤라니비맙 투여군은 치료 후 28일 이내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입원 또는 응급실에 내원한 이들의 비율이 평균 3%로 위약군의 10%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약의 효과와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 이 약의 채택을 거부했다.
이 약은 릴리의 에테세비맙(etesevimab, 코드명 LY-CoV016)과 병용하는 용법이 2021년 2월 9일 승인됐다. 병용요법은 3상 임상에서 경증 및 중등도 환자의 입원 및 사망위험을 87% 낮추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밤라니비맙 단독요법과 이를 포함한 병용요법이 공존하다가 FDA는 급기야 두달 후인 4월 6일 단독요법의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단독요법의 잠재적 이점이 잠재적 위험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이었다. 밤라니비맙에 내성을 보이는 코로나19 환자 비율도 높았고(변이주에 대항하지 못했고) 유효성이 위험성을 상회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 다만 FDA는 밤라니맙을 다른 단일클론항체(에테세비맙. 카시리비맙, 임데비맙 등)과 병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반면 병용요법은 귀중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21년 9월 16일 코로나19에 노출된 환자의 예방 용도로 FDA가 승인을 내줬다. 다만 백신처럼 노출 전 예방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 승인은 밤라니비맙 단독으로 시행한 임상결과(위약 대비 57~80% 감염 위험 감소)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에테세비맙은 무임 승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병용요법조차도 감마 및 델타 변이에 무용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올해 5~6월에는 미국의 많은 주가 주문을 중단했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적용 대상자는 12세 이상이거나 최소 40kg 이상의 체중이 나가야 한다. 밀접접촉자와 15분 이상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으되 완전접종(2차 또는 1차(얀센백신) 접종 후 2주 경과)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대상이 된다.
리제네론 ‘카시리비맙’ + ‘임데세비맙’
코로나19에 두 번째로 긴급사용승인된 단일클론항체가 2020년 11월 21일에 허가된 리제네론 및 로슈의 이중 항체 칵테일 요법제(REGEN-COV, 성분명 카시리비맙, 임데비맙/casirivimab, imdevimab)이다. 이 병용요법은 같은 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투여돼 쾌유를 앞당겼다고 평가한 약이다.
이 칵테일 투여 후 28일 이내에 입원 및 응급실 방문 확률은 평균 3%로 위약 투여군의 9% 대비 크게 낮았다.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70%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리제네론의 칵테일은 릴리의 칵테일과 마찬가지로 적용 대상자는 12세 이상이거나 최소 40kg 이상의 체중이 나가야 한다. 검사 결과 양성이고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환자로 65세 이상이거나 특정 만성질환 환자를 포함한다.
처음에는 카시리비맙 1200mg + 임데비맙 1200mg의 정맥주사(IV)로 허가됐으나 2021년 6월 4일에는 용량을 600 + 600mg으로 절반 줄이고 피하주사로도 투여할 수 있다는 승인을 FDA로부터 받았다. 피하주사제는 투여가 간단하고 주사 시간을 크게 줄인 게 장점인데,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무증상 환자가 증상이 있는 상태로 진행할 위험을 31%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칵테일은 2021년 7월 30일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백신 접종에 적절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사람, 특정 환경으로 인한 감염인에 대한 노출 위험이 높은 사람 중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의 노출 후 예방요법’으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최초의 ‘코로나19 노출 후 예방요법’ 치료제로 승인됐으며 이는 릴리의 이중 칵테일 항체보다 2개월 보름이나 빠른 것이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소트로비맙’
세번째로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단일클론항체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가 공동 개발한 ‘제부디’(Xevudy 성분명 소트로비맙 sotrovimab, 개발코드명 VIR-7831 또는 GSK4182136)이다. 2021년 5월 26일 FDA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소트로비맙은 12세 이상이면서 체중이 40kg 이상에 해당하고, 경도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소아 및 성인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이고 입원 또는 사망을 포함해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됐다.
3상 ‘COMET-ICE’ 임상시험 결과 입원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들은 소트로비맙 500mg(430명) 또는 위약(438명)을 단일제로 정맥주사로 치료했더니 소트로비맙은 위약 대비 24시간 이상 입원 또는 사망률이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