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채소 중 하나다. 김치·깍두기는 물론 나물과 조림 등 반찬거리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데다 다른 식재료들과 함께 잘 어울려 다양한 음식에 감초처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채소들과 달리 한겨울에도 노지재배가 가능하고 건조시켜 무말랭이로 보관해도 영양분의 손실이 거의 없어 예로부터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귀한 먹거리였다. 이런 이유로 세간에 ‘겨울 무는 인삼보다 낫다’는 말까지 있다. 그만큼 무가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과거 그냥 버렸던 무의 꼭지 부분인 무청(시래기)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무에 함유된 각종 영양성분들이 건강의 유지와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각종 연구결과들을 통해 속속 밝혀지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정혜경 호서대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는 “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애용해온 국민채소로 맛과 영양은 물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그 맛과 효능을 즐겨볼 만하다”며 “특히 식재료로서의 가치 외에 각종 약용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약용가치로도 매우 뛰어난 채소”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우리네 식탁에 오르며 사랑 받아온 식재료인 무를 이용한 음식들과 무에 함유된 각종 영양성분,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효능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고려시대 이후부터 중요 채소 대접 … 요리할 때 껍질까지 사용해야
무(학명 Raphanus sativus)는 쌍떡잎식물 십자화과(Cruciferae)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지역에 따라서는 무수·무시라고도 부르며 한자어로는 나복(蘿蔔)이라고 한다. 크기는 20∼100㎝에 달하며 뿌리는 원형·원통형·세장형 등 여러 종류가 있고 뿌리의 빛깔도 흰색·검정색·붉은색 등 다양하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크로드를 통하여 중국에 전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에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중요 채소로 취급됐다.
우리나라 채소 중 재배면적이 가장 크며 강원 평창·홍천·정선지역과 경기 여주지역, 충남 당진과 전북 고창·부안, 제주도 등지가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는 끓여서 조리하기보다는 생으로 채를 썰어 요리하는 것이 맛과 영양면에서 월등하다. 김치와 깍두기로 담가 먹으면 특유의 감칠맛이 뛰어나고 국과 볶음, 조림 등의 요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무를 넣어 지은 무밥도 식욕을 돋워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무를 이용해 요리를 할 때에는 영양분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해 껍질까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에 함유된 비타민C와 비타민B가 껍질 부분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바람 든 무는 비타민이 산화에 의해 대거 손실돼 영양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인 만큼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인 무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약용으로도 사용돼 왔다. 무가 기침·가래·천식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민간에선 기침이 심할 때 무즙을 섭취했으며 특히 목감기가 심할 때 또는 소아 천식, 백일해 등에 무즙을 내어 꿀을 타서 먹이기도 했다.
한의학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무가 소화를 돕고 기를 내리며 담을 삭이고 독을 풀어준다’고 그 효능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무는 ‘맛이 매우면서 달고 독이 없으며 음식을 소화시키고 소갈을 멎게 하며 뼈마디를 잘 놀릴 수 있게 한해주는 것은 물론 오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고 폐위로 피를 토하는 것과 허로로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해서 소화 촉진 작용·영양보충·호흡기계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무의 씨인 ‘나복자’는 소화를 돕는 약재로 현대 한의학에서도 소화기계에 문제가 있을 때 자주 처방하는 약재다.
무는 생무와 익힌 무의 효능이 각각 다른데 생무의 경우 소염작용으로 몸을 차갑게 하지만 반대로 열을 가하면 몸을 따뜻하게 한다. 예컨대 편도염이나 기침이 심할 때 생무를 씹어 먹으면 기침이 멎고 타박상·화상·류머티즘·관절염 등의 환부에 생무를 간 무즙을 바르면 열이 가라앉고 부기도 빠진다. 반면 날씨가 추운 환절기 또는 겨울철에 콩나물과 함께 국을 끓여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하지만 최근 무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은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뛰어 넘어 함유하고 있는 각종 영양성분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논문들을 통해 밝혀진데 따른 것이다.
디아스타아제·에스테라아제 함유 소화촉진 … 시니그린 성분 항암효과도
우선 무에는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diastase)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위장의 소화 능력을 높여준다. 디아스타아제는 전분 분해를 도와줘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화효소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식탁에 깍두기·총각김치·열무김치 등 무를 식재료로 한 김치가 많은 것은 무의 소화 능력을 인지한 우리 선현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또 무에는 지방의 소화를 돕는 에스테라아제도 함유돼 있다. 치킨 요리에 새콤달콤한 무절임을 함께 먹고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함께 단무지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무에 함유된 시니그린 성분도 주목할 만하다. 시니그린은 유황성분이 있는 배당체의 하나로 무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으로 생무를 먹고 트림을 하는 것은 무의 유황화합물 때문이다.
시니그린 성분은 기관지를 강화시키고 타액 분비를 촉진해 가래를 묽게 만들어주며 점막을 튼튼하게 해줘 기침이 심할 때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무의 항암효능이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시니그린 성분 때문이다. 시니그린의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항암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는 섬유소인 펙틴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펙틴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하나로 콜레스테롤 섭취를 낮춰줘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을 예방해주며 당뇨병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무에 들어있는 불용성 식이섬유소인 셀룰로오스는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줘 변비 해소를 도와준다.
이외에도 무에는 베타인이 함유돼있어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음주로 인해 손상된 간을 보호해준다. 또한 무에는 칼슘과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밥을 위주로 하는 식생활에서 영양 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 무에 풍부한 칼슘 성분은 충치예방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뇌기능 활성화에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