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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라 … 세상살이가 쉬워진다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1-10-18 10:33:19
  • 수정 2021-11-01 19: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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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살아서 뭐하지?’ … 인생은 원래 허무한 맛에 사는 것

얼마 전 새벽 3시에 상담을 원하는 글을 올린 청년이 있었다.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지면 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 지 3년 정도 된 것 같고 그 때부터 자꾸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애들 결혼하면 그 때 이혼하자”는 무늬만 부부인 부모님, 그런 부모님 뜻을 아는지 독신 선언을 해버린 누나, 자기는 결혼하면 어떻게든 강남에서 살 거라는 여자친구 등 각자 자기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틈에서 ‘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까? 하는 허무함이 자꾸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토로했다. 


주변 친구들은 자기에게 조울증 증세가 있다는데 일상생활은 아무렇지 않고 그냥 혼자 있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울증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활기차게 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군대도 갔다 왔고 연애도 더 해보고 싶고 회사에 취업해서 인정도 받고 싶다고. 하지만 열심히 살아봤자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함을 느끼는데 일종의 허무주의가 아니냐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정말 행복한지 묻고 싶다며 글을 마쳤다. 


글을 올린 시각이 새벽 3시니 고민만 하지 말고 내게 전화를 달라고 하고 싶었다. 소주나 찐하게 한잔 하자고. 자살은 대한민국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제일 높다고 한다. 


이처럼 무섭고 부끄러운 데이터를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자살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죽고 싶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다.


예전 자살예방협회 임원을 맡아 어느 신문사와 캠페인을 전개할 때 20대 젊은 여기자가 인터뷰 전화를 해온 적이 있었다. 그리곤 공식적인 질문 전에 솔직히 여쭤보겠다며 “자살예방을 왜 해야 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도발적인 질문에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 건 내 스스로도 갖고 있는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자살도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 “왜 자살을 예방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살을 연구한 통계결과를 보면 과반수 이상이 충동적 자살에 해당된다. 죽은 영혼과 대화할 수는 없지만 충동적 자살을 기도한 사람의 상당수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한다. 실제로 간호사 한 명이 충동을 못 이겨 농약을 혈관주사에 넣어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데 곧바로 사망했으면 차라리 편했을텐데 한 달 이상 사투를 벌이다 죽는 바람에 그 간호사는 자신의 행동을 처절하게 후회하며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죽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을 했고 그 기자도 수긍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앞서 언급한 남성 청년의 경우 삶의 의지가 존재하는 것 같다. 연애도, 취업도 하고 싶다니 말이다. 친구가 조울증 아니냐고 물었다는데 조울증은 단순 우울증보다 훨씬 자살률이 높다. 경과도 좋지 않고 치료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차리라 조울증을 선택할 것 같다. 조울증은 기복이 있는 만큼 삶의 굴곡을 증폭시키는 데서 느끼는 재미가 있지 않겠는가? 변화가 있어야 감동도 생기고 창조성도 발현된다. 


자살은 자신의 가치가 없다 느껴질 때 저지르는 최악의 행동이다. 우리 뇌에는 내 가치의 값을 매기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내가 인생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내가 주변의 또래와 비교해 쓸 만한지 등 몇 가지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하고 이를 자존감이라는 느낌으로 정량화한다.


자존감 수치가 높으면 반드시 실제 가치와 동일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참 근사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조울증은 이 수치가 매우 심하게 출렁거린다. 이 출렁거림은 통증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굴곡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청년은 심리철학적으로 깊은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벌써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성적 변이는 잘만 활용한다면 좋은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스스로 자기가 근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손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가 봐도 잘난 사람들이고 내 자식도 저렇게 컸으면 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이 불편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자주 하는 얘기지만 삶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하는지가 중요하다.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죽을 용기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라는 말이다. 너무 촌스럽다. 죽음은 인생에서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심오한 주제다. 살고 싶은 욕구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인생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필자는 허무주의야 말로 진정한 쾌락적 행복을 이끌어내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생은 원래 허무하고 그 허무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우리가 사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허무주의에 기반한 아주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스스로의 인생소설을 써 볼 필요가 있다.


무늬만 부부인 부모님, 독신을 선언한 누나, 그리고 성공지향적인 여친… 이들을 스스로의 소설에 넣고 흔들어보라. 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의 가벼움과 삶의 여유를 느끼며 가벼운 웃음을 한 번 지어보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면 세상은 생각보다 살기 쉽다. 마지막 날에 하고 싶은 일이 내 감성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 일을 할 때 인생의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고 자신의 인생도 구원할 수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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