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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랑캐 왕의 사자’ 이름값 하는 통증제거의 총아 ‘강활’
  •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1-10-14 16:48:41
  • 수정 2021-10-14 16: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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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살감기와 관절통증 다스려 … 상체의 모든 통증 적용 가능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 아침저녁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비염과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이맘 때 쯤이면 “무릎에 바람 들어서 시리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크게 늘어난다.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는 바람이 드는 느낌은 통증이나 부종 같은 관절염과는 사뭇 다르다. 은근히 시큰하면서 속이 아린 느낌이 들고 꽤 불쾌하고 불편하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의 통증을 풍습(風濕)이라고 하는데 풍과 습이 공격하면 관절에서 열이 나고 당기면서 아프며 손을 대면 통증이 극심해진다. 


이처럼 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무릎에 바람이 들어 시린 증상이 나타날 때 증상 개선에 효과를 나타내는 약재로 강활을 들 수 있다. 


강활(학명 Angelica koreana L.)은 쌍떡잎식물 산형과(Umbelliferae/Apiaceae)의 여러해살이풀로 강호리 또는 독요초(獨搖草), 장생초(長生草)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골짜기 계곡에서 자라는데 높이는 약 2m로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를 가지며 3장의 작은잎이 2회 깃꼴로 갈라진다. 작은잎은 넓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깊게 패인 톱니가 있다. 작은 잎자루는 올라가면서 짧아지고 잎자루 밑부분이 넓어져 잎집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북·강원·경기·평북·함남·함북 지역과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하는데 독특한 향이 나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하며 풍열을 재거하는 데 처방한다.  


강활은 효능과 관련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중국 당나라 말기에 유사정이라는 성품이 정직하고 선량했던 군벌이 있었는데 그의 형이 오랫동안 사지 관절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있는 관절염을 앓아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온갖 좋다는 약을 다 구해 보고 명의를 찾아봤지만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어느 날 꿈속에서 약재를 찾아 산을 헤매고 있을 때 수염이 긴 노인이 나타나기에 형의 질병을 얘기하니 ‘호왕사자’로 술을 만들어 마시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꿈에서 깨어나 뛸 듯이 기뻐했으나 도대체 호왕사자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이 약재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닌 끝에 호왕사자가 바로 강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활로 술을 담가 형에게 복용시켰더니 노인의 말처럼 몇 달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 그 후 유사정은 사람들에게 강활이 관절염에 좋다는 효능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강활은 호왕사자(胡王使者)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서운 오랑캐의 왕이 보낸 공식 사자의 명칭처럼 그 효력이 강력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풍습 제거에 탁월한 효과 … 피부의 찬 기운도 발산시켜 줘


한의학 고의서인 ‘동의보감’에는 ‘강활은 성질은 약간 따뜻하며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고 효능은 독활과 거의 같다. 혼란해진 것을 바로잡아 원기를 회복시키는데 주로 쓴다.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없다. 따라서 온몸의 뼈마디가 아픈 데는 이것이 아니면 치료하지 못한다’고 강활의 효능에 대해 적고 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것처럼 강활의 효능은 거풍습(祛風濕), 즉 풍과 습을 제거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풍증은 머리와 목이 뻣뻣해져서 굽히기 힘들고 허리와 무릎을 굴신하지 못하면서 저려 걷기가 불편한 증상이다. 심한 경우 마비감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데 모두 풍한서습, 즉 체내 온도와 습도의 불균형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산표한(散表寒)과 이관절(利關節)의 효능도 있다. 즉 피부에 있는 찬 기운을 발산시키고 풍습으로 온몸이 찌뿌듯한 증상을 없애서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외에 상승하는 기운이 강해서 특히 상체 부위에 모든 통증에 응용할 수 있는 한약재로 몸살감기에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감기약이며 두통·인후통·항강근급(項强筋急)·낙침(落枕)·어깨결림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어깨에서 팔까지에 이르는 모든 부위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강활을 법제할 때는 주세강활(酒洗羌活)이라고 해서 깨끗한 것들을 골라내어 술로 씻는 방법이 있다. 무작정 달여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술로 법제를 하는 셈이다. 전설에 등장하는 노인도 술에 담가 먹으라고 한 것처럼 술로 법제를 한다.

 

강활은 기운이 맹렬한 반면 부작용은 적은 편인 약재다. 하지만 따뜻한 성질이 커서 음분(陰分)과 혈분(血分)을 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는 사용을 삼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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