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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험생 학습효과 높여주는 ‘총명탕’ … 잘못 복용하면 ‘毒’
  •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1-09-30 16:48:26
  • 수정 2021-10-02 19: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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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력 감퇴·건망 증상 완화 … 예민하지 않은 수험생에겐 역효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매년 수능시험일(올해 11월 18일)이 다가오면 수험생들은 걱정과 불안에 더욱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라 여느 때보다 더한 불안감이 덮치고 있다.  


당장 수능이 연기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또는 남은 수험생활 기간 중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은 가뜩이나 힘든 수험생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킨다. 이로 인해 만성피로 또는 체력저하, 수면장애 등이 가중되기 십상이다.  


이 같은 시기에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한 번 쯤 찾게 되는 게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약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 ‘총명탕(聰明湯)’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은 한약 처방인 총명탕은 중국 명나라 때 의서인 ‘고금의방’에 기재된 공정현이란 사람이 만든 처방으로 백복신(白茯神)·석창포(石菖蒲)·원지(遠志) 등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한방 고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內景編)에도 총명탕에 대해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것을 치료하며 꾸준히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의 말을 외울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총명탕은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 등의 병증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하는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총명탕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선비들이 그동안 외운 것을 시험장에서 잊지 않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챙겨 먹은 약으로도 널리 전해지고 있다. 


총명탕이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구성 약재에서도 알 수 있다. 원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집중력 향상을 도와 오래도록 기억하게 돕는다. 석창포는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건망증을 개선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백복신 역시 정신을 안정시켜 불안감을 줄여준다. 한의사는 이들 기본 약재에 체질과 증상에 따라 필요한 약재를 추가해 처방을 구성한다. 


이들 기본 약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취하도록 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긴장을 잘하거나 예민해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복용하게 되면 숙면을 취하도록 돕고 기억력을 높여 학습 효과를 올려주는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임상연구 논문에 따르면 총명탕을 복용할 경우 뇌 혈류량이 크게 증가하고 뇌신경 세포를 보호해 학습능력·집중력·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1∼2개월 장복해야 효과 … 한의사 진료 후 복용해야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총명탕이 수험생들에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약물이 그러하듯 총명탕도 잘못 복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성적이 잘 나오다가도 큰 시험 때만 되면 과도하게 긴장해 본인이 가진 실력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긴장형 패턴의 수험생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총명탕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험 때 특별히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험생에겐 긴장을 완화시키고 예민함을 낮출 수 있는 복령, 백복신이 들어간 총명탕이 오히려 몸을 나른하게 하여 시험을 망치게 되는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수능 당일 긴장을 예방한다고 우황청심환을 복용한 후 오히려 몸이 나른해져서 시험을 망쳤다는 것과 비슷한 예라 할 수 있다. 총명탕이 기억력증대라는 측면에서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수험생 개개인의 상황과 체질에 따라 처방하고 복용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번조 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기침이 심한 경우 또는 위궤양이나 위염이 심한 수험생의 경우라면 총명탕 복용이 화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사의 진료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질 등에 맞게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총명탕을 복용하면 당장 복용 당일부터 곧바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총명탕은 적어도 1~2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했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총명탕을 복용하는 경우 적어도 수능 한 달 전에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욱이 수험생 보약의 경우 시험을 코앞에 앞둔 시점 또는 시험 당일 처음으로 복용하게 될 경우 예상치 못한 약효로 시험 당일 당황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을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장기간 수험 준비를 하며 심신이 지친 수험생의 체력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한약의 도움을 받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업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수험생의 의지와 노력이다. 무조건 총명탕을 복용한다고 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성적이 쑥쑥 오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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