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유발하는 신호전달 캐스케이드(RAS-RAF-MEK-ERK)에서 MEK 억제제는 현재 주로 악성피부암인 흑색종 치료제로 주로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MEK 억제제는 노바티스의 ‘매큐셀정’(Meqsel 또는 Mekinist, 성분명 트라메티닙, trametinib, 코드명 GSK1120212, JTP-74057), 화이자(어레이바이오파마)의 ‘멕토비’(Mektovi, 성분명 비니메티닙, binimetinib, 국내 미시판, 코드명 MEK162, ARRY-438162), 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캡슐’(Koselugo 성분명 selumetinib 셀루메티닙, 코드명 AZD6244, ARRY-142886), 엑셀리시스 및 로슈(제넨텍)의 ‘코텔릭정’(Cotellic 성분명 코비메티닙, cobimetinib, 코드명 GDC-0973, XL518) 등이 있다.
그 중 매큐셀만 단독 또는 BRAF 억제제와 병용으로 절제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에 투여된다. 나머지 MEK 억제제는 병용요법으로만 허가돼 있다. BRAF 억제제 + MEK 억제제는 BRAF 억제제 단일요법에 비해 절제 불가능한 흑색종 환자에서 현저한 생존율 또는 치료반응률을 보이고 있다.
노바티스 BRAF억제제 ‘라핀나캡슐’+ 노바티스 MEK억제제 ‘매큐셀정’
매큐셀(트라메티닙)은 BRAF V600E 또는 BRAF V600K를 표적으로 한다. 매큐셀은 2013년 5월 29일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단일요법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내성으로 인한 BRAF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4년 1월 9일 FDA로부터 노바티스의 BRAF억제제인 ‘라핀나캡슐’(Rafinlar 또는 Tafinlar 성분명 다브라페닙, dabrafenib)과 병용요법도 가속승인을 받았다. 암 성장과 전이와 관련된 생화학적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종양 성장을 늦추고 재발 없는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BRAF V600E/V600K 변이를 가진 진행성 흑색종 환자 423명을 대상으로 한 COMBI-d 3상 임상시험에서 라핀나 단독치료 시 5년 생존율은 21%인 반면 라핀나+매큐셀은 28%로 향상됐다. 5년 무진행생존율은 전자가 3%에 불과한 반면 후자는 13%나 됐다.
또 BRAF V600E/V600K 변이를 가진 절제불가 전이성 흑색종 환자 704명을 대상으로 라핀나+매큐셀을 로슈의 BRAF억제제인 ‘젤보라프정’(Zelboraf 성분명 베뮤라페닙, Vemurafenib) 단독요법과 비교한 COMBI-v 임상시험 결과 3년 생존율이 45%대 31%로 차이가 났다.
2018년 4월 30일에는 이 병용요법이 BRAF V600E 또는 V600K 변이를 가진 흑색종 3기 환자 중 완전 절제수술 후 림프절을 침범한 흑색종 환자 870명을 대상으로 한 COMBI-AD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절제수술 후 보조요법제로 승인받았다. 병용군(438명)은 위약군(432명)과 비교해 질병 재발 또는 사망위험을 53% 낮췄다. 추적기간 중앙값 2.8년의 시점에서 3년 무재발 생존율은 병용군이 58%, 위약군이 39%였다. 3년 전체생존율은 각각 86%, 77%였다.
이밖에 이 병용요법은 2017년 6월 22일 BRAF V600E 돌연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로, 2018년 5월 4일에 BRAF 양성 역형성(Anaplastic) 갑상선암 치료제로 각각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서 갑상선암 적응증은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로슈 BRAF억제제 ‘젤보라프’+ 로슈 MEK억제제 ‘코텔릭정’
젤보라프+코텔릭 병용요법은 BRAF V600E 또는 V600K 변이 양성 진행성 흑색종 치료제로 2015년 11월 10일 FDA 승인을 받았다.
한편 젤보라프는 BRAF V600 변이가 있는 진행성 흑색종에서 단일치료제로 2011년 8월 17일 승인받았다. 2017년 11월 6일에는 BRAF V600 변이를 보이는 에르트하임체스터병(Erdheim-Chester Disease, ECD)의 단독치료제로 허가받았다. ECD는 포말 대식세포가 침습해 황색육아종증을 일으키는 다발성 장기 침범 조직구증을 보이는 희귀 혈액암으로 전세계에 600~700명의 환자가 존재하며 약 54%가 BRAF V600 변이를 갖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젤보라프+코텔릭 병용요법이 12.3개월이었고 위약+젤보라프 병용요법은 7.2개월에 그쳤다. 또 평균 전체생존기간은 전자가 22.2개월인 반면 후자는 17.4개월에 불과했다.
2017년 9월 노바티스의 다브라페닙+트라메티닙 병용요법은 3기 흑색종 환자에서 재발이나 사망 위험을 53%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로슈의 베뮤라페닙+코비메티닙 병용요법은 이를 입증하지 못해 사실상 노바티스에 판정패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화이자 BRAF억제제 ‘비라토비’+ MEK억제제 ‘멕토비’
화이자는 2019년 6월 17일, 총 114억달러에 어레이바이오파마(Array BioPharma)를 사들이면서, 어레이가 2018년 6월 28일에 절제 불가 또는 전이성 흑색종의 병용요법제로서 FDA 승인을 받은 BRAF억제제 ‘비라토비캡슐’(Braftovi 성분명 엔코라페닙, encorafenib)과 MEK 억제제 ‘멕토비’(Mektovi, 성분명 비니메티닙, binimetinib, 국내 미시판) 파이프라인을 같이 획득했다.
한편 비라토비는 2020년 4월 8일 세툭시맙(Cetuximab)과 병용요법으로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결장직장암(대장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절제불가 전이성 흑색종 환자 57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비라토비+멕토비 병용요법은 48.8개월의 추적기간(중앙값) 동안 객관적반응률 63%를 보인 반면 비라토비 단독요법은 51%, 젤보라프 단독요법은 40%에 그쳤다. 또 병용요법은 33.6개월의 전체생존기간을 보여 비라토비 단독요법의 23.5개월, 젤보라프 단독요법의 16.9개월과 큰 격차를 보였다.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중앙값)을 14.9개월로 늘려 비라토비 단독요법 9.6개월, 젤보라프 단독요법 7.3개월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다.
한편 나머지 한 가지 FDA 승인을 얻은 아스트라제네카의 MEK 억제제인 ‘코셀루고’는 2020년 4월 10일 제1형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 type 1, NF1)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구체적 허가 적응증은 2세 이상의 증상이 뚜렷하며 수술이 불가능한(symptomatic, inoperable) 망상(網狀) 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s: PN)을 가진 NF1 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