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망가진 세포막과 유전자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 영양소가 있다. 특히 섭취한 영양소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생성하는 췌장은 매우 중요한 장기다. 또 췌장효소 중 단백질분해효소는 건강과 질병 치료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
이자(胰子, pancreas)로도 불리는 췌장(膵臓)은 소화기관이자 내분비기관으로 위 아래쪽, 쓸개 옆쪽에 붙어 있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이자 인슐린·글루카곤·소마토스타틴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샘이기도 하다.
외분비 췌장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혼합된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 대부분이 생성되는 곳이다. 또 췌장의 분비 능력과 장이 필요로 하는 효소가 적절히 나오도록 연결하는 중요한 되먹이(feed back) 기전에 관여하는 감시 펩티드(monitor peptide)를 분비하기도 한다.
췌장효소는 단백분해효소·녹말분해효소·지방분해효소·핵산분해효소의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췌장효소가 없을 경우 3대 영양소가 모두 흡수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생명 영위에 막대한 해를 끼친다. 너무나 중요한 췌장효소 중에서도 특히 막중한 것은 단백분해효소라고 할 수 있다.
췌장 단백분해효소에는 트립신과 키모트립신, 카복시펩티다제 등이 있다. 트립신(trypsin)은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로 펩신과 함께 제일 중요한 단백질분해효소다. 펩타이드 아미노산 서열 중에서 아르기닌(arginine)과 라이신(lysine) 뒤를 가수분해하는 분해 기작을 지닌다.
이자가 콜레시스토키닌에 의해 자극을 받게 되면 트립시노겐을 분비한다. 분비된 트립시노겐은 엔테로키나제에 의해 활성형 트립신으로 전환된다. 이는 다른 트립시노겐 분자들을 분해해 활성형인 트립신으로 변환을 재촉한다. 트립시노겐의 형태로 분비되고, 분비 후 트립신으로 활성화돼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를 가수분해할 수 있다.
키모트립신은 단백질 분해를 일으키는 소화효소로 펩티드 결합을 끊는다. 키모트립신은 키모트립시노겐으로부터 합성되며 키모트립신의 합성은 췌장에서 이루어진다. 키모트립시노겐은 효소활성이 없는 불활성효소다.
트립신은 키모트립시노겐을 두 부분으로 분해하고 트립신에 의해 분해된 산물은 서로를 작은 펩티드로 분해해 활성형의 키모트립신이 생성된다.
카복시펩티다제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의 하나다. 아미노산 잔기를 분리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효소는 동물로부터 미생물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활성발현에 필수인자다. 카복시펩티다제의 기능은 단백질 성숙에 도움을 주고, 생물학적 과정을 조절한다.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 내성·금단현상 전무 … 파파야 파파인 단백질 분해 능력 탁월
이처럼 중요한 단백질분해효소는 천연 식물에서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과 파파야의 파파인, 낫토의 나토키나제를 들 수 있다.
브로멜라인은 파인애플 줄기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분해효소다. 고대 의학의 약재로 오래 전부터 추출돼 사용됐으며 고기의 연육제, 약재로 사용될 만큼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가래 제거에 효과적이며 비문증 치료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브로멜라인은 천연 효소로 부작용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복용 시에도 내성이나 금단현상이 없어 항생제 치료로 잘 듣지 않는 부비동염·전립선염 등 염증질환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널리 이용된다. 특히 항생제와 병용 시 항생제의 효과를 높여 준다.
또 염증을 가라앉히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분비를 억제해 증상을 완화한다. 그 결과 면역력을 높여주며 관절염이나 상처로 인한 통증과 부기를 완화한다. 아스피린·이부프로펜·나프록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이들 약품과는 달리 위장장애의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다.
이밖에 혈관 내에서 혈액이 자연적으로 응집되도록 만들어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지혈 성분인 피브리노겐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막아주는데 이런 이유로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혈관이 막히는 증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파파야의 식물 전체에는 흰 유액(latex)이 있는데 이 액의 성분을 파파인(papain)이라고 한다. 인체 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작용이 있어 소화제를 만들기도 하고 단백질 분해 능력을 이용해 질긴 소고기 등의 연화제로도 사용하고 있다.
파파야 열매는 식용 외에 약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주로 소화제·구충제·전립선이상·당뇨병·암·만성간염·고혈압·말라리아 등에 효과가 있으며 화분알레르기·기관지천식·요통·아토피성피부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요법으로 상처나 화상에 파파야 나무수액(파파인효소)를 직접 발라 약용으로 사용해왔으며 ‘papain enzyme(파파인효소)’라는 성분에는 아주 뛰어난 작용이 있어 불쾌한 체취는 물론 광범위한 문제성 피부를 회복시키는 물질로 활용되고 있다. 파파인은 척추수술에서 불필요하게 돌출한 디스크 부위를 용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나토키나제는 일본의 전통식품인 ‘낫토’의 끈적거리는 부분에 함유된 단백질 분해 효소다. 나토키나제에는 혈전의 주성분인 피브린에 직접 작용해 용해하는 작용, 신체 내의 혈전용해효소인 우로키나제의 전구체 프로우로키나제를 활성화하는 작용, 혈전용해효소 플라스민을 만들어 내는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체(t-PA)량을 증대시키는 작용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혈전이 녹기 어렵게 하는 혈전용해저해물질 PAI-1을 분해하는 작용, 유글로불린 용해시간의 단축작용으로 혈전용해활성의 증강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전은 심야부터 이른 아침에 걸쳐 생성되기 쉬워 나토키나제의 섭취는 저녁식사 후나 취침 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