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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모두에 사랑받는 국민 최애 간식 ‘떡볶이’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8-25 16:13:13
  • 수정 2021-08-26 2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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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대표적 소울푸드 … 부재료 충실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어

가래떡을 매콤 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볶거나 끓인 음식인 ‘떡볶이’는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든든한 한 끼로, 어른들에겐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대표적인 소울푸드(soulfood)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든 쉽게 맛볼 수 있으며 오죽하면 노래 가사에 떡볶이가 등장하는 가요만 해도 180여건이 넘을 정도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국민 누구에게나 익숙한 한국의 대표간식인 셈이다.


이러한 떡볶이가 최근에는 때 아닌 화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끈끈한 관계에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떡볶이는 영양이 불균형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정크푸드(불량식품)로 어린이 건강에 좋지 않다”며 학교 앞 그린푸드 존에서 못 팔게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칼럼니스트는 지난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화제가 났을 때 이 지사와 경남 창원까지 내려가 떡볶이 먹방을 찍는 등 언행불일치의 코미디를 연출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학교 앞 가게 또는 노점 등에서 비싼 재료 대신 상대적으로 값 싼 가래떡에 몇 가지 양념과 물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떡볶이가 단짠’(달면서 동시에 짠음식에 탄수화물 덩어리일 수도 있어 어린이들의 식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주력 상품으로 등장한 떡볶이들처럼 부재료가 충실하게 들어간다면 영양을 어느 정도 갖춘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오래 전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으로 이제는 외국인들까지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 된 떡볶이의 역사와 맛, 종류 등에 대해 알아본다.


임금님을 위한 궁중음식 … 간장으로 맛을 낸 ‘간장 떡볶이’가 시조


지금은 누구나 접하기 쉬운 음식이지만 떡볶이는 원래 임금을 위한 궁중음식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떡볶이와 관련된 2가지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하나는 17세기경 전국 팔도에서 맛있는 대표 음식을 한양으로 올렸는데 이 중 파평 윤씨 종가에선 떡과 쇠갈비를 간장 양념에 볶아 올렸다고 한다. 잡채를 응용해 만든 이 요리는 생나물과 마른나물, 쇠고기를 주요 재료로 삼고 당면 대신 쌀떡을 넣어 간장으로 양념을 했는데 당시 입맛을 잃었던 왕이 이 떡볶이를 맛본 뒤 입맛을 되찾았고 이후 궁중의 정월 요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설은 임금님께 진상하기 위해 한양으로 올려 보낸 가래떡이 지금과 달리 며칠씩 걸리는 여정에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이를 아깝게 여긴 수라간에서 떡을 썰어 간을 하고 불에 볶아 요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궁중 떡볶이에 대한 기록은 단순히 설에 그치지 않고 문헌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1800년대 말에 쓰여진 것으로 추측되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다른 찜과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다. 흰떡을 탕무처럼 썰어 잠깐 볶는다. 다른 찜과 같은 재료가 모두 들어가지만 가루즙(가루를 묽게 풀어넣은 물)은 넣지 않는다”고 떡볶이의 조리법이 기술돼 있다. 


또 은진 송씨 동춘당 송준길 가문의 후손들에 의해 전해지는 ‘주식시의(酒食是儀)’에는 “흰떡을 잘라 기름을 많이 두르고 소고기를 가늘게 썬 것과 함께 넣어 볶는다. 송이와 도라지를 납작납작하게 썰고 계란을 부쳐 채치고 숙주나물을 장에 주물러 넣고 간을 맞춘다. 생강·파·후추 잣가루를 넣고 김을 구워 부수어 넣고 애호박·오이·갖은 양념을 넣는다”고 떡볶이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시의전서 내용을 현대식으로 재구성해보면 떡볶이의 재료는 흰떡과 고기(소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해 두부·달걀·채소·어패류·해조류(전복·해삼·다시마)·버섯(표고·느타리)과 파·기름장·후추·깨소금·생강·기름·겨자·간장·고춧가루·식초 등의 고명과 양념을 두루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떡볶이는 아이들의 간식 수준을 넘어 고급 궁중요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떡볶이는 기본 고추장 떡볶이 외에 짜장, 크림, 치즈 떡볶이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6.25 전쟁 이후 고추장떡볶이 등장 … 쌀떡·밀떡 떡볶이 국민 입맛 사로잡아


이 같은 궁중 떡볶이는 현재 우리가 먹는 붉은 고추장을 풀어 만드는 떡볶이와는 사뭇 다르다.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고추장 떡볶이는 6.25 전쟁 휴전 직후 대중적이고 서민적으로 변화해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광고 대사로 유명세를 치렀던 서울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로 전해진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중국음식점을 찾았던 마복림 할머니가 개업 기념으로 주는 가래떡을 실수로 친정아버지의 자장면 그릇에 빠뜨렸는데 차마 버리진 못하고 건져 먹었더니 오히려 맛이 더 좋아 춘장 대신 고추장에 비벼 먹어도 맛있겠단 생각을 했다. 신당동 한 어귀에 노점을 차려 연탄불 위에 밀가루 떡과 야채, 고추장을 볶아 팔던 것이 현재 고추장 떡볶이의 시작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연탄불에 올려 놓은 양은 냄비에 떡과 야채·고추장·춘장 등을 버무려 팔다 지금의 떡볶이의 형태로 바뀌고 어느 날 여학생이 라면을 사들고 와서 같이 끓여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초가 돼 라면 등의 각종 사리를 팔기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처럼 전 국민들의 최애 간식으로 자리 잡은 고추장 떡볶이는 현재 시중에 쌀떡과 밀떡 떡볶이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쌀떡과 밀떡은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는 것과 소스를 부어 먹는 것을 이르는 일명 ‘부먹찍먹’ 논란이 있는 것처럼 마니아들 사이에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예전 쌀의 자급자족이 어렵던 시기에 가격이 싼 밀가루로 떡을 만들어 떡볶이에 사용해왔는데 밀떡은 쌀떡과 다른 나름의 쫄깃한 식감과 함께 양념이 떡 속까지 잘 배어들기 때문에 떡볶이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밀떡의 고유한 장점 때문에 일부러 찾아먹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쌀떡은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아 오래 끓여도 고유의 탄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장시간 떡볶이를 끓여야 하는 분식집에서는 국물의 점도와 떡의 탄력성을 위해 쌀떡을 사용하기도 한다. 


짜장·크림·치즈 떡볶이 등 다양 … 떡볶이의 세계화 방안도 모색


최근에는 고추장을 이용해 만드는 기본 떡볶이 외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떡볶이가 등장해 몸값을 올리고 있다. 매운 고추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추장을 조금 넣는 대신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첩을 넣은 케첩 떡볶이나 고추장을 베이스로 하고 카레 가루를 첨가해 감칠맛을 내는 카레 떡볶이, 중화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춘장이나 짜장가루로 대신한 짜장 떡볶이가 대표적이다. 


기름에 볶아서 내놓는 기름 떡볶이 역시 전통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크림소스를 이용한 퓨전 크림 떡볶이도 선보이고 있다. 또 라면 사리를 넣은 라볶이나 각종 해물을 넣은 해물 떡볶이, 피자 치즈를 얹은 치즈 떡볶이에 궁중 떡볶이에 가까운 간장 떡볶이까지 실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아딸·죠스·국대·엽기 떡볶이 등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성업 중인가 하면, 유명 식품 업체들도 잇달아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 스타일의 초간단 냉장 떡볶이들을 선보이고, 온라인에서도 즉석 떡볶이 판매를 시작하면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은 떡볶이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떡볶이는 여행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아 이제 국민간식에서 세계인의 간식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2009년 한식의 세계화 메뉴로 떡볶이가 선정됐다.  


한식 세계화 메뉴로 선정되면서 떡볶이에는 ‘TOPOKKI’라는 영어 이름(위키피디아에는 Tteokbokki)이 붙여졌고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소스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으로 ‘떡볶이연구소’가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떡볶이의 세계화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중화되어 있는 가래떡과 고추장을 사용한 떡볶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강한 매운 맛, 탄수화물 외에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떡볶이의 다양화와 세계화를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색깔, 맛을 통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서의 떡볶이 조리법에 대한 연구가 한식 관련 단체와 요리 관련 대학, 한식 연구가 등에 의해 속속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국민 간식이던 떡볶이가 가래떡과 고추장이라는 등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세계인의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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