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과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호중구감소증은 암환자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심각한 증상이다. 백혈구 중 과립이 있는 것을 과립구(Granulocyte, 顆粒球)라 하며 이를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로 나눈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호중구다. 호중구는 전체 백혈구의 50~60%를 차지하며 혈관을 따라 순환하며 식세포로 작용한다.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은 골수 이상에 의해 나타나는데 암 자체, 항암치료제의 독성, 방사선치료, 비타민B12 결핍, 재생불량성 빈혈, 에이즈 등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 된다.
암젠의 ‘뉴포젠’(Neupogen 성분명 필그라스팀 Filgrastim)은 2006년에 유럽에서, 2013년에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등 오리지널 약물들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출시 및 개발되고 있지만 기존 치료제의 한계(부작용이나 협소한 적용 범위)을 크게 극복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화학적 항암치료 환자 30%서 호중구감소증 발병 … 10%는 중증
백혈구의 50~60%를 차지하는 호중구는 체내로 침입하는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등을 탐식하고 사멸시키는 면역세포로 미생물의 조직 침입에 대항하는 1차적인 방어자다. 호중구는 골수에서 생성돼 말초혈액으로 방출되며 높은 운동성과 탐식능을 갖고 있어서 침입한 미생물을 소화, 살균, 분해한다. 호중구 수가 정상치 이하로 감소하면 그만큼 감염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즉각적인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다.
항암제나 방사선 등의 항암치료는 골수기능을 저하시켜 호중구 생성을 줄인다. 항암제 투여는 국소적으로 염증반응을 유도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이토카인(cytokine) 및 케모카인(chemokine) 분비가 촉진돼 혈중 호중구가 혈관 밖으로 과도하게 유출되는 현상(extravasation)이 나타난다. 항암제 투여에 따른 골수기능 억제와 호중구의 과도한 이탈로 혈중 호중구가 고갈되는 현상을 ‘화학요법제 유발 호중구감소증’(Chemotherapy-Induced Neutropenia, CIN)이라고 한다.
건강한 사람의 절대 혈중 호중구 수치(Absolute Neutrophil Count, ANC)는 대략 2000~8000/㎣이며 호중구 수치가 낮아질수록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흔히 1500~2000 사이를 경계치(境界値)로 본다. 1500개 이하로 감소된 것을 호중구감소증으로 진단한다. 1000이상~1500미만이면 경증, 500이상~1000미만이면 중등도, 500미만이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항암제 투여 후 중등도나 중증의 호중구감소증이 나타날 경우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게 된다. 이는 최적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중증이면서 고열이 동반되면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ebrile neutropenia, FN)이라고 한다. 발열성 호중구감소증의 정의는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은 체온이 38.3도를 넘거가 1시간 이상 38도를 초과한 상태에서 ANC가 500개 미만이거나 현재 1000개 미만이지만 48시간 내에 500개 미만으로 예상되면 FN으로 정의한다.
FN은 암환자에게 응급상황이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입원 후 적극적인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7~1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입원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1회 치료비용이 약 2만달러에 달한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치료 환자(3 사이클 치료 완료 기준)의 약 30%에서 나타난다. 중증 FN은 전체 항암 환자의 약 10%에서 일어난다. FN은 종양 유형과 상관없이 화학요법의 첫 번째 사이클에서 주로 발생해 그만큼 급작스럽게 나타남을 시사한다.
1세대 필그라스팀, 레노그라스팀 … 2세대 PEG 결합한 서방형 제제로 개량
항암제 투여 후 호중구 수치가 낮아지면 의사는 즉각 항생제 또는 항진균제를 투여해 감염에 대처한다. 이와 병행하여 과립구 생산을 자극하는 약물인 과립구대식세포집락자극인자(granulocyte macrophage-colony stimulating factor, GM-CSF) 또는 과립구집락자극인자(granulocyte-colony stimulating factor, G-CSF)을 사용한다. GM-CSF는 단구/대식세포, 섬유아세포, 내피세포 등에서 생산하는 체내 당단백질로서 백혈구 중 과립구, 대식세포, 혈소판이 될 세포가 더 잘 생성되게 만들고 혈액 생성에도 작용한다. 현재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 치료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의 화학요법 후 회복, 골수이식 후 골수재구성 등에 투여되지만 사용 범위가 협소하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엔 주로 G-CSF제제인 암젠의 필그라스팀(filgrastim), 일본 쥬가이제약의 레노그라스팀(lenograstim)을 원전으로 삼아 이를 다소 개량한 바이오시밀러들이 사용된다.
필그라스팀은 1984년 일본 기린제약(기린홀딩스)과 암젠이 5대 5 동일 지분으로 세운 기린-암젠에서 개발한 것이다. 기린-암젠은 적혈구생성 촉진인자(EPO)인 ‘에포젠’(EPOGEN 성분명 에포에틴 알파, epoetin alfa)이란 혁신의약품도 상용화했다. 이 두 제품은 일개 바이오벤처인 암젠을 거대 다국적 제약사로 키운 초석이 됐다.
로슈는 1989년 기린으로부터 판권을 얻어 미국, 유럽, 일본·한국·중국 등을 제외한 나머지 동유럽, 중남미,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100여개국 시장에서 1991년 ‘뉴포젠’ 출시 이후 후속 제품인 ‘뉴라스타’까지 마케팅했다. 그러다가 2014년 1월 1일자로 암젠이 모든 판권을 로슈사로부터 인수해 현재는 기린제약의 후신인 하코쿄와기린이 한·중·일 유통만을 전담하고 있다.
필그라스팀은 발열성 호중구감소증(FN)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가장 보편적인 항암치료 보조제가 됐다. 이 약은 내인성(천연) human G-CSF와 서열이 동일한 175개의 아미노산 단백질로서 분자량은 약 1만8000달튼(Da)이다. 대장균에 G-CSF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대장균에서 배출하는 분비물을 정제해 생산한다.
이를 개선한 암젠의 ‘뉴라스타프리필드시린지주’(Neulasta neuroblastoma 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 Pegfilgrastim)는 약 2만달튼의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 분자를 필그라스팀에 결합시켜 분자량을 3만9000달튼 수준으로 대폭 키운 변형단백질이다.
필그라스팀이 1일 1회 투여한다면 PEG 결합으로 반감기와 작용기간이 연장된 페그필그스팀은 화학요법 주기당 1회씩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1세대가 매일 맞는 기본형이라면 2세대인 페그필그라스팀은 서방형 제제다.
G-CSF 사용의 주된 목적은 화학요법제 투여로 유발되는 호중구감소증 기간을 단축하고 FN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다. 최근에는 FN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도 페그필그라스팀을 투여하는 추세다. NCCN은 화학항암제별로 호중구감소증 유발률을 평가해서 20% 이상일 때는 반드시 G-CSF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발생률이 10~20%일 때는 사용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71억달러 시장서 40% 남짓이 암젠 차지
항암치료에 의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는 G-CSF 의약품 글로벌 시장규모는 제품군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전체시장 규모는 2015년 65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71억달러(추정치)로 다소 커졌다. 이 중 오리지널인 뉴포젠과 뉴라스타의 2020년 1분기 매출은 뉴라스타가 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0억달러로 감소했다. 뉴포젠 매출은 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7300만달러로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바이오시밀러의 출시로 2015년 전체 G-CSF 시장의 약 90%를 차지했던 암젠 두 제품은 시장 영향력이 감소하긴 했지만 수십개의 바이오시밀러가 난립해 ‘레드오션’ 경쟁을 벌이는 있는 상황에 비춰 보면 40~50%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선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오시밀러는 2015년부터 본격 출시됐다. 노바티스 계열사 산도스가 내놓은 ‘작시오’(Zarxio, 성분명 필그라스팀–sndz)가 2009년 2월 유럽에서, 2015년 3월 미국에서 승인받으며 뉴포젠의 시장을 잠식해왔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는 화학성분 신약의 제네릭과 달리 제조공정상 워낙 생산단가가 높아 오리지널제품과 큰 가격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보다 고작 15~25%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G-CSF 제제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가격이 더 내려갔다.
화이자 홈페이지에 따르면 도매상이 제약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wholesale acquisition cost, WAC) 480mcg 함유 프리필드시린지(PFS) 기준으로 암젠의 암젠의 ‘뉴포젠’은 531.43달러, 노바티스 계열 산도스의 ‘작시오’는 438.98달러, 테바의 ‘그라닉스’(Granix 성분명 tbo-필그라스팀)은 399.89달러, 화이자가 호스피라(Hospira)를 인수함으로써 품목을 획득한 ‘니베스팀’(Nivestim)은 350.40달러다. 니베스팀은 뉴포젠보다 34%나 저렴하다. 니베스팀은 2010년 유럽에서, 2018년 7월 미국에서, 2020년 4월 캐나다에서 각각 승인받았다.
약값만 보면 연간 환자당 절감비용(연간 6사이클 치료 기준)은 산도스의 ‘지엑스텐조’(Ziextenzo, 뉴라스타의 첫 바이오시밀러)는 뉴라스타 대비 3348달러(주사약물 사전충전 방식 PFS 기준), 3363달러(주사약물 직접주입 방식 OBI 기준) 저렴했다. 작시오는 뉴포젠 대비 연간 1074달러 정도만 절감된다.
이밖에 필그라스팀 바이오시밀러 중 주요 제품으로는 테바의 ‘그라닉스’(Granix, 성분명 TBO-filgrastim, 유럽 제품명은 테바그라스팀·Tevagrastim)가 있다. 2012년 8월 29일 FDA 허가를 받아 2013년 11월 11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유럽에선 테바그라스팀이 2008년 9월 15일 승인을 받아 이후 착실하게 마케팅에 성공했다.
미국 시장에서 승인된 페그필그라스팀의 바이오시밀러로는 산도스의 ‘지엑스텐조’(코드명 LA-EP2006, 2019년 11월 승인), 인도 바이오콘/화이자 계열 마일란(Biocon/Mylan)의 ‘풀필라’(Fulphila, 코드명 MYL-1401H, 2018년 6월 승인), 코헤루스(Cpherus)의 ‘우데니카’(Udenyca 성분명 pegfilgrastim-cbqv, 2018년 11월 승인), 화이자의 ‘나이베프리아’(Nyvepria 코드명 PF-06881894, 2020년 6월 승인) 등 4가지가 있다. 종근당의 CKD-12101는 아직 전임상시험 중이다. 미국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건재하고 특별히 시급하거나 각별한 장점이 없으면 의외로 바이오시밀러 승인이 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쥬가이제약(Chugai Pharmaceutical)의 레노그라스팀(Lenograstim)은 필그라스팀과 다른 오리지널로 1991년 일본, 1994년 유럽에서 허가받았다. ‘뉴트로진주’(Neutrogin 또는 Granocyte)란 브랜드로 마케팅되고 있으나 미국에서 승인받지 못한 데다가 생산단가가 비싸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쥬가이제약의 오랜 제휴사인 JW중외제약이 이 제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레노그라스팀은 중국햄스터난소(Chinese hamster ovary, CHO) 유래세포에서 추출한 것으로 174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4%가 당화돼 있다. 반면 필그라스팀은 대장균(Escherichia coli)를 사용해 더 저렴하게 생산 가능하며 175개 아미노산으로 이뤄졌고 N-말단에 메티오닌 그룹이 있으나 당화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