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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세포 고장으로 일어난 백혈병을 다스리는 BTK 억제제
  • 임정우 기자
  • 등록 2021-07-29 16:30:55
  • 수정 2022-11-08 2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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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세포수용체(BCR)과 항원 결합으로 BTK 과발현 … 미성숙 B세포 늘며 혈액암, 자가면역질환 발생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크게 B세포와 T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로 구분된다. B림프구(B세포)는 항체를 생산하고 T림프구(T세포)는 항원을 인식하며 NK세포는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 세포나 종양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미성숙 림프구가 현저히 증가하는 백혈병은 림프구의 종류에 따라 B세포성과 T세포성으로 구분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가장 흔하지만 국내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드물고(전체 백혈병의 5.4% 이하) 주로 50대 이상 중년 남성(여성의 2배 이상)에서 발생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95%가 B세포성으로서 항원인 CD19, CD20, CD38, CD40, HLA-DR 등이다. 반면 T세포성은 항원이 CD5 등이다. 


BTK는 대부분의 조혈세포(특히 B세포에서), 골수세포, 혈소판 등에서 발현되는 반면 T세포와 혈장세포는 BTK의 수치가 낮거나 검출되지 않는다.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는 인간의 BTK 유전자(X염색체 내 Xq21.3-q22 위치에 존재)에 의해 작동되는 티로신 키나제(세린이나 트레오닌 같은 아미노산에 인산염을 부착시켜 세포 신호전달 기능에 스위치를 켰다가 껐다가 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로서 B세포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B세포가 과도하게 발달하면 B세포성 백혈병이 되므로 이를 억제하면 다양한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BTK는 5가지 다른 단백질 상호작용 도메인으로 구성돼 있다. 즉 아미노말단 플렉스트린 상동(Amino terminal pleckstrin homology, PH) 도메인, 프롤린 풍부 TEC 상동(proline-rich TEC homology, TH) domain, SRC 상동(SH) 도메인인 SH2 및 SH3, 효소 활성과 관련된 키나제 도메인 등이다. 


BTK 유전자는 TEC(또는 Tec, tyrosine kinase expressed in hepatocellular carcinoma, 간세포암으로 표현되는 티로신 키나제) 키나제 패밀리에 속하는 세포질 비수용체 티로신 키나제를 암호화한다. 인간의 경우 이 단백질 계열의 구성원은 주로 조혈세포에서 발현되며, 이들의 활성화는 항원 수용체 신호화의 첫 단계 중 하나다. 


BTK는 TEC를 특징적으로 포함한 5개 신호 도메인을 포함하는 659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다. BTK는 다양한 파트너 분자를 갖고 있어 세포가 조직미세환경 내의 다른 세포와 통신하는 다양한 표면분자의 신호를 전송하고 증폭할 수 있다. 


BTK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수용체로는 항원수용체, 특히 B세포수용체(B세포항원수용체, BCR), 성장인자 및 사이토카인 수용체, GPCR(G단백질 결합 수용체, G-protein coupled receptors), CXCR42와 같은 케모카인(chemokine) 수용체, 인테그린(integrin) 등이 있다. 


BTK는 인산화이노시타이드 3-키나제(phosphoinositide 3-kinase, PI3K)-AKT 경로, PLC, PKC, 핵인자-κB(nuclear factor-κB, NFκB)를 포함한 여러가지 다운스트림 신호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밖에 종양괴사 패밀리 수용체(tumor necrosis family receptors, TNFR),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s, TLRs)의 신호전달에도 관여한다. 


BTK는 포스파티딜이노시톨(3,4,5)-삼인산(PIP3)과 결합하는 PH 도메인을 함유하고 있다. BTK와 PIP3과의 결합은 BTK가 포스포리파아제 C를 인산화하도록 유도하고, 이어서 포스타티딜이노시톨(PIP2)를 두 번째 메신저인 이노시톨 트리포스페이트(IP3)와 디아실글리세롤(DAG)로 가수분해함으로써 B세포 신호전달 과정에서 다운스트림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한다. 


BTK는 면역글로불린 중사슬(heavy chain) 재배열에 성공한 후 형성되는 B전구세포 수용체에 신호를 전달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B세포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 고친화성 IgE 수용체를 통한 비만세포 활성화에도 관여한다. 


BTK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주요면역결핍성질환인 X염색체 관련 무(無)감마블로불린혈증(X-linked agammaglobulinemia, 또는 Bruton’s agammaglobulinemia, 약어 XLA,  선택적  IgM 결핍, selective IgM deficiency)와 관련돼 있다. 감마글로불린이 혈액 중에 전혀 함유되지 않아 홍역, 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등에 대한 항체 또는 항독소가 결여되는 XLA 환자는 골수에 정상적인 B전구세포 집단이 있지만 이런 세포들은 성숙하지 못하고 혈액의 순환에 진입하지 못한다. BTK 유전자는 400개가 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BTK억제제는 장기간 지속 투여할 경우 만성림프구성백혈병에서 조직에 존재하는 B세포를 말초조직으로 이동시켜 림프구증가증(lymphocytosis)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BTK가 세포운동성(cell motility)과 조직귀소성(tissue homing)에 미치는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임상 현상의 기초는 BTK가 B세포에서 케모카인 수용체 및 인테그린 신호전달에 관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요컨대 BTK는 정상 및 악성 B림프구 모두에서 B세포 항원 수용체(BCR)와 기타 세포 표면 수용체의 신호 전달에 중심 역할을 하는 비수용체 (nonreceptor) 티로신 키나제다. BCR 신호전달과 세포이동에서 BTK의 역할을 차단하는 게 BTK억제제(BTKi)의 핵심이다. 


BCR과 항원이 결합하면 BTK가 활성화되고 B세포의 생존, 증식, 분화를 초래하는 다운스트림 신호 연쇄반응이 유발된다. 세부적으로 BCR과 항원의 결합으로 신호전달 분자인 Igα 및 Igβ(CD79a/CD79b)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이어 세포질 꼬리의 면역수용체 티로신 기반 활성화 모티브(immune-receptor tyrosine-based activation motifs, ITAM)에서 인산화된다. 이후 비장 티로신 키나제(spleen tyrosine kinase, SYK)가 ITAM 모티브와 결합하며, 이는 다시 B세포 링커 골격 단백질(B cell linker scaffold protein, BLNK, SLP65 또는 BASH라고도 함)을 활성화한다. 


이후 BTK와 CD19가 활성화돼 PI3K를 활성화하고 결과적으로 세포질 PIP3 수치를 증가시킨다. 다운스트림에서는 인지질분해효소 Cγ2(phospholipase Cγ2, PLCγ2)가 활성화돼 NF-κB와 ERK를 통해 칼슘과 PKC 신호와 전사 활성화가 발생한다. 


BTK가 없을 경우 BCR 신호는 B세포 분화를 성숙한 주변 B세포로 유도하는 게 불충분하다. 이는 세포 증식, 활성화 마커의 발현, 사이토카인 및 항체 생성, 감염병 대응 등 B세포의 발달과 기능적 반응의 결함을 초래한다. 


흥미롭게도 B세포에서 BTK의 과발현은 생식핵 형성, 항핵학체 생성, 전신성홍반성낭창(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일명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초래한다. 이는 BCR 신호전달의 과잉반응으로 야기되며 NF-κB 활성화를 증가시킨다. 이런 BTK의 과발현은 BTK억제제로 역전시킬 수 있다. 


BCR 신호는 2차 림프기관에서 활성화되며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환자에서 BTK 억제제가 화학요법 기반 치료법을 대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BTKi는 특히 CLL과 MCL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인다. 아울러 발덴스트룀거대글로불린혈증(Waldenström’s macroglobulinemia, WM, 원발성 고분자글로불린혈증, 혈장 내 lgM 증가), 소림프구성림프종(small lymphocytic lymphoma, SLL), 변연부림프종(Marginal Zone Lymphoma, MZL),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hronic graft versus host disease, cGVHD)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았다.


현재 BTKi의 지속적 장기 투여로 인한 부작용이나 약물 내성 등이 뒤따르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1세대는 최초의 BTKi인 얀센 및 애브비의 ‘임브루비카’(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 Ibrutinib)으로 이후에 나온 2세대 BTKi는 BTK에 대해 더 특이적이며 부작용이나 효능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2세대로는 중국 제약사 베이진(BeiGene)의 후발 BTK 억제제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 BGB-3111)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퀜스’(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Acalabrutinib)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 2020년 일본에서 승인된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티라브루티닙(Tirabrutinib, ONO/GS-4059), 독일 머크가 다발성경화증에서 2상 임상 중인 에보브루티닙(Evobrutinib, M2951),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 소재 서네시스파마슈티컬스의 CLL, SLL 신약후보인 베카브루티닙(Vecabrutinib, SNS-062), 릴리가 인수한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가 재발성 B세포 림프종 또는 B세포 백혈병으로 2상을 진행 중인 피르토브루티닙(Pirtobrutinib, LOXO-305) 등이 주목받는 BTK 억제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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