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대표적인 피부병이 무좀이다. 발 무좀은 연고를 몇 번 바르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되지만 손발톱무좀이나 생식기 또는 전신의 진균(眞菌)은 좀체 뿌리가 빠지지 않는다.
진균은 곰팡이, 효모, 버섯을 총칭하며 7만2000종이 넘는다. 그 중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나 칸디다균에 의해 감염된다. 주된 원인인 피부사상균(皮膚絲狀菌, Dermatophyte)은 각질을 먹고 살며 각질을 녹일 수 있다.
피부사상균은 아스로더마타세(Arthrodermataceae)과(科, Family)에 속하는 백선균(Trichophyton), 소포자균(Microsporum), 표피균(Epidermophyton) 등 3개의 속(屬, Genus)에 포함되는 진균들을 통칭하며, 현재까지 각 속에 약 30가지의 종(Species)이 존재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피부사상균에 침투하는 범위에 따라 균종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체부백선(Tinea Corporis), 두부백선(Tinea Capitis), 무좀(Tinea Pedis), 조갑백선(Tinea Unguium), 사타구니백선(Tinea Cruris, 고부백선, 완선) 등이 있다.
항진균제는 크게 폴리엔(Polyene), 아졸(Azole), 알릴아민(Allylamines), 에키노칸딘(Echinocandins) 등 4가지 계열로 나뉜다. 이 중 폴리엔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계열이 현재 주로 쓰인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아졸계는 다시 이미다졸(Imidazole), 트리아졸(Triazole), 치아졸(Thiazole)로 나뉘는데 지금 대세는 트리아졸 계열이다.
폴리엔 계열 중 지금도 종종 쓰이는 게 암포테리신B(Amphotericin B), 칸디시딘(Candicidin), 나이스타틴(Nystatin) 정도다. 암포테리신B는 주사제만 국내에서 유통되는데 전신성 진균감염(크립토코커스, 북아메리카 분아균증(Blastomycosis), 칸디다증, 아스퍼길루스증, 콕시디오이데스증(Coccidioidomycosis) 등)에 투여된다.
나이스타틴은 질칸디다증 및 비특이성 세균성 질염에 먹거나 바르는 약으로 처방된다. 칸디시딘은 국내 제품이 없다.
지금도 많이 쓰이긴 하지만 1970년대~1990년대에 전성기를 이뤘던 이미다졸 계열로는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 에코나졸(Econazole), 펜티코나졸(Fenticonazole, 국내 단종), 이소코나졸(Isoconazole), 케토코나졸(Ketoconazole), 미코나졸(Miconazole), 옥시코나졸(Oxiconazole 국내 단종), 세르타코나졸(Sertaconazole), 술코나졸(Sulconazole), 티오코나졸(Tioconazole 국내 단종) 등이 있다.
클로트리마졸은 바이엘의 ‘카네스텐’이란 브랜드로 유명하다. 과거에 이름값 때문에 많이 찾지만 최근엔 이보다 좋은 무좀약들이 많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다만 ‘카네스텐질정’은 칸디다성 질염을 치료하는 데 유용해 계속 찾는다.
에코나졸은 피부사상균(백선균),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전풍) 등에 외용제로 쓰인다. 이소코나졸 성분도 이와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케토코나졸은 효모균(Malassezia furfur)에 의한 비듬, 지루성 피부염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한 액제(샴푸)로 주로 상품화돼 있다. 대표적인 게 휴온스의 ‘니조랄2%액’이다. 얀센에서 오랫동안 브랜드파워를 유지하다가 휴온스에게 판권을 넘겼다.
이 성분의 바르는 크림 제형은 지루성 피부염 외에 피부사상균(백선균),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 등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먹는 약으로 처방됐으나 간 부작용이 심각하고 눈에도 나쁘고 임산부에 위험해 지금은 중단됐다.
미코나졸은 외용제로 무좀, 완선, 체부백선에 바른다. 세르타코나졸은 국내서 유일하게 부광약품만이 ‘더모픽스크림’ ‘더모픽스질정’으로 생산 중이다. 바르는 약은 피부사상균(백선균),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 등이 적응증이며 질정은 칸디다성 질염에 삽입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바르는 무좀약인 테르비나핀(terbinafine)과 효과는 대등하다. 혹시 테르비나핀으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모색해볼 수 있는 유용한 성분이다.
술코나졸 성분으로는 동국제약의 ‘동국엑셀덤크림’이 유일하다. 피부사상균(백선균),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전풍), 손가락사이 짓무름증(옅은 궤양), 조갑주위염 등에 쓴다.
지금의 대세인 트리아졸 계열로는 에피나코나졸(Efinaconazole), 플루코나졸(Fluconazole),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 포사코나졸(Posaconazole), 보리코나졸(Voriconazole) 등이 있다. 이밖에 Albaconazole, Epoxiconazole, Isavuconazole, Propiconazole, Ravuconazole, Terconazole, posaconazole 등이 있으나 국내외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동아에스티의 ‘주블리아외용액’(Jublia 성분명 에피나코나졸 efinaconazole)은 출시된 손발톱무좀 국소외용제 중 유일한 전문의약품이다. 기존 국소도포제의 낮은 치료율을 개선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상연구 결과 경구용 이트라코나졸만큼 치료효과가 뛰어나면서도 환부에 국소적으로 작용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블리아는 뛰어난 약물침투력으로 사포질 없이도 유효성분이 손발톱 깊은 곳까지 빠르게 도달하며 항균력이 탁월해 효과적으로 균의 증식을 막아준다. 본체와 브러시가 일체형이어서 사용이 간편하고 액이 새거나 깨질 염려도 없다. 바르고 10분 내에 마르고 물과 접촉해도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여성들로부터 가장 많이 사랑받는 치료제 중 하나다.
플루코나졸은 1993년 12월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화이자의 대표적 제품이다. ‘디푸루칸건조시럽’ ‘디푸루칸정맥주사’ ‘디푸루칸캡슐’ 등이다. 피부사상균(백선균),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전풍)은 물론 재발성 질칸디다증,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AIDS, 장기이식, 항암제, 방사선치료, 골수이식, 대수술 등)의 칸디다감염증, 크립토코커스 감염증 등에 광범위하게 쓴다.
이트라코나졸은 대사과정에서 간에 부담을 주고 간 손상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위장장애 위험도 있다. 과거 한국얀센은 이 성분의 ‘스포라녹스캡슐’을 1990년대에 먹는 무좀약으로 대대적으로 마케팅했다. 무좀의 뿌리를 뽑으려면 약을 먹어서 전신으로 확산시켜야 된다는 논리였다. 특히 손발톱 무좀 환자를 집중 공략했다.
그러나 진균은 웬만해서는 완전정복되지 않고 인류와 공생한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만용이었다. 부작용 논란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사실상 얀센은 이 약의 마케팅을 중단했다. 급만성 간염 환자나 상습 음주자가 이 약을 같이 먹었다가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수차례 생기기도 했다.
보리코나졸은 플루코나졸의 대를 잇는 화이자의 항진균제다. ‘브이펜드정’ ‘브이펜드주사’가 있다. 2002년 5월 24일 FDA 승인을 얻었다. 침습성 아스퍼길루스증, 호중구감소증이 없는 피부·복부·신장·방광·상처부위 칸디다 감염, 식도 칸디다증 등의 치료와 급성백혈병·림프종·만성골수성백혈병 등에 의한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침습성 진균 감염증 예방에 쓴다. 종근당의 ‘보리코정’ ‘보리코주’가 유일한 제네릭으로 시판돼 있다.
포사코나졸은 한국MSD의 ‘녹사필장용정’ ‘녹사필현탁액’(NOXAFIL)으로 제네릭 없이 국내에 출시돼 있다. 암포테리신B 또는 이트라코나졸에 불응성 또는 불내성(내약성 없음)인 침습성 아스퍼길루스증 치료에 쓴다. 또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등에 의한 침습성 진균감염 예방 용도로 투여한다.
알릴아민 계열로는 아모롤핀(amorolfine), 부테나핀(butenafine), 나프티핀(naftifine), 테르비나핀(terbinafine) 등이 있다.
갈더마코리아의 ‘로세릴네일라카’는 아모롤핀 성분의 대표적인 매니큐어 타입 제품이다. 줄을 사용해 손발톱무좀 부위를 갈아내야 하는 게 불편하다. 효과가 에피나코나졸에 비해 떨어진다.
부테나핀 성분 외용제은 JW신약의 ‘부테나크림’ 등 국내에 10여종이 있으며 백선과 어루러기에 쓴다. 나프티핀 성분 외용제는 태극제약의 ‘나프졸크림’ 등 국내에 20종 가까이 출시돼 있다. 백선과 어루러기 외에 피부칸디다증, 손발톱무좀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테르비나핀으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효과적인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 먹고 바르는 무좀약의 최고 상품은 뭐니뭐니 해도 테르비나핀 성분 제제들이다. 무려 250개 제품이 나와 있다. 오리지널 제품으로 무좀약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컨슈머헬스케어코리아(원 개발사는 노바티스)의 ‘라미실크림1%’ ‘라미실원스외용액’을 비롯해 동아제약의 ‘터비뉴겔’, 한미약품의 ‘무조날크림’ 등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터비뉴겔은 빠른 흡수력과 높은 피부 침투력을 자랑하며, 뒤꿈치 각질이 갈라지는 각화형 무좀에 더욱 효과적임을 내세워 마케팅에 성공했다.
에키노칸딘 계열로는 아니둘라펀진(Anidulafungin), 카스포펀진(Caspofungin), 미카펀진(Micafungin) 등 크게 3가지 의약품이 쓰이고 있다.
아니둘라펀진 성분으로는 한국화이자의 ‘에락시스주’(Eraxis)가 있다. 성인 침습성 칸디다증에 처방한다.
카스포펀진 성분의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칸시다스주’(Cancidas)는 칸디다혈증, 식도칸디다증, 침습성 아스퍼길루스증 등에 투여한다. 2001년 1월 26일 FDA 승인을 얻었다.
미카펀진 성분의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마이카민주사’(Mycamine)는 칸디다혈증, 칸디다속 진균감염, 식도 칸디다증 등의 치료와 골수이식 후 칸디다 속 감염 예방 용도로 처방된다.
이들 3가지 성분은 환자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에 제네릭이 나와 있지 않다.
이밖에 시클로피록스(ciclopirox) 성분으로 한국메나리니의 ‘풀케어네일라카’, 한독의 ‘로푸록스네일라카’, 한미약품의 ‘무조날S네일라카’ 등이 있다. 로푸록스는 로세릴과 마찬가지로 약물 침투력을 높이기 위해 처음 바를 때 감염된 조갑 부위를 줄이나 사포로 완전하게 갈아내야 한다. 그러나 나중에 나온 풀케어나 무조날은 이럴 필요가 없다.
과거에 쓰이던 고전적인 항 진균제로는 푸마길린(Fumagillin), 그리세오풀빈(Griseofulvin) 등은 이제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황화셀레늄(Selenium disulfide)과 아연피리치온(Zinc pyrithione)이 비듬 제거 및 지루성 피부염 개선을 위한 샴푸액에 들어간다. 비듬균을 죽이고 청량감을 제공하고 가려움증을 줄여준다. 이황화셀레늄은 모발 손상을 이유로 최근 사라졌다.
지난 6월 1일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JERSEY CITY) 소재 사이넥시스(Scynexis)가 개발한 최초의 비(非) 아졸계 여성 질진균감염증(질외음부 캔디다증, vulvovaginal candidiasis, VVC) 치료제 ‘브렉사펨’(Brexafemme, 성분명 이브렉사펀거프 ibrexafungerp, 개발코드명 SCY-078)이 FDA 승인을 받았다. 보리코나졸(2002년), 카스포펀진(2001년)에 이어 근 20년 만에 승인된 항진균제다.
이 약은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 계열 글루칸 합성효소 억제제(glucan synthase inhibitior)로 진균의 세포벽을 이루는 글루칸(1-3-β-D-glucan)의 합성을 방해한다. 1일 2회(한번에 300mg) 복용한다. 트리터페노이드 계열이라 정맥주사가 아닌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 다만 정맥주사는 임상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개발이 중단됐다.
앞서 지난 4월 28일 화이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감염병 신약개발 전문기업 앰플릭스파마슈티컬스(Amplyx Pharmaceuticals)를 인수하면서 2상 임상을 진행 중인 침습성 항진균제인 ‘포스마노제픽스’(Fosmanogepix, 코드명 APX002)를 확보했다.
2020년 7월에 나온 포스마노제픽스 2상 임상 결과 칸디다감염증의 1차 치료제로서 80%의 치료성공률을 입증했다. 즉 14일간 이 약을 정맥주사로 투여하고 필요할 경우 플루코나졸(Fluconazole, 또는 진균감수성 검사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항진균제)를 투여한 결과 추가적인 항진균제 투여 없이 혈액배양 결과 칸디다균이 검출되지 않고 생존한 경우가 20명 중 16명이었다.
침습성 진균감염증(Invasive Fungal Infections, IFI)은 매년 세계 각국에서 150만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유형에 따라 치사율이 30~80%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항진균제 신약개발은 고부가가치 우선순위에 밀려 항암제, 자가면역질환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