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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의 문을 열고 신선이 되는 약초 ‘천문동(天門冬)’
  • 김달래 한의원장(前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1-07-08 11:24:58
  • 수정 2021-07-13 2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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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로부터 천연 자양강장제로 인식 … 조선시대 영조도 즐겨 먹어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뜻이다. 향토의 먹을거리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 중에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식재료로 쓰이지만 약재로도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 남부지방 해안가 또는 섬에서 많이 자라는 천문동(天門冬)도 그 중 하나다. 


천문동(학명 Asparagus cochinchinensis)은 백합과(Liliaceae)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타이완·중국 지역에 분포한다.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뿌리줄기는 짧고 양끝이 뾰족한 원기둥 모양의 많은 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줄기의 밑 부분은 달걀 모양의 비늘 조각이 있다. 줄기는 녹색으로 길이 1∼2m에 달하며 덩굴성이고 잎같이 생긴 가지는 1∼3개씩 모여 달리며 활처럼 굽어 있다. 


연한 줄기 산채나물로 으뜸 … 이름값 톡톡히 하는 약재로 널리 사용


천문동의 연한 줄기는 예부터 식용으로 사용해왔다. 울릉도에서는 눈 속에서 돋아나는 천문동 나물을 춘궁기에 허기를 달래주는 부지깽이나물(不知飢餓草)이라 해서 산채 중의 으뜸으로 꼽았다. 


목심을 제거한 후 꿀에 절여 먹기도 하는데 조선시대 후기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생활경제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천문동을 담가 불려서 풀잎같이 저며 살짝 데쳐서 꿀을 넣고 숯불에 조려서 천문동 정과를 만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약재로서 천문동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천문동은 이름에서부터 대단한 약재임을 짐작케 한다. 하늘의 문을 열고 신선이 된다는 약초라는 뜻을 지녔기 때문이다. 중국 무협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천문동은 100근만 먹으면 몸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를 정도로 기운이 나는 약재로 구전되고 있다. 


천문동은 마치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여러 덩이뿌리가 달려 있는데 이 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 한의약 고의서인 ‘향약집성방’에는 ‘신선방(神仙方)’이라고 해서 사람을 신선이 되게 만들어주는 약과 처방이 많이 실려 있는데 이 중 천문동이 들어간 살과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하는 3가지의 처방이 전해진다. 


신선방에는 천문동으로 약을 만들어 오랜 기간 복용하면 천명(天命)만큼 오래 살거나 하루에 500리 또는 1000리를 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거뜬해지고 달리는 말을 따라잡을 수 있으며, 장복하면 무병장수하며 진인이나 신선이 된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신선이란 신(神)이라기보다는 늙지 않고 병들지 않으며 장수를 하는 특별한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슈퍼맨’으로 부를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천문동은 민간은 물론 왕실에서도 사랑을 받은 약초였다. 조선시대 역대 왕 중 장수한 왕으로 손꼽히는 영조가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한의약 고의서인 ‘동의보감’에 따르면 천문동은 약성이 차고 맛은 약간 달고 쓴 성미를 갖고 있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온순한 약재로 한방 또는 민간요법에서 천연 자양강장제로 인식됐다. 천문동은 향취가 인삼과 비슷한데 실제로 다량의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기침·가래 증상 개선에 도움 … 피부 미용에도 효과


하늘의 문을 연다는 뜻을 가진 천문동은 자양강장과 호흡기질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약재다.(사진=서울약령시협회)

천문동 전초(출처 위키피디아)

사포닌 함량이 많은 만큼 한방에서는 기침을 멎게 하고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결핵 등으로 인한 가래나 객담 등의 배출하는 약재로 많이 사용해왔다. 기관지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면서 담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이런 증상을 개선하는 데 유리하다.  


천문동은 기력이 저하된 노인들의 만성기관지염, 폐결핵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재로도 쓰이며 결핵후유증으로 미열이 있거나 빈혈과 병후의 쇠약으로 인한 미열을 다스리는 데에 사용되고 천식 증상이 있을 때도 사용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간기능장애·임신중독증·고암모니아혈증 등 각종 중독 증상의 해독과 피로회복에 자주 처방된다. 최근에는 피부의 수분을 유지시켜주고 탄력을 더해주며 윤기가 나게 하는 피부 미용 효과가 알려지면서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주므로 소변을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당뇨병으로 인한 갈증을 제거하거나, 성기능을 촉진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천문동은 천연 항균제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항균효과가 좋다. 황색포도상구균·용혈성연쇄상구균·폐렴쌍구균·디프테리아균 등에 대한 항균효과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항균효과에 해열효과도 있어 다양한 식중독질환에도 애용된다. 천문동을 달인 물을 웅덩이에 뿌리면 여기에 서식하는 파리나 모기의 유충을 살충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식용으로, 약재로 널리 사용되어 온 천문동은 주로 해안가 절벽 또는 섬 지방 등에 자생하는 탓에 채취하려면 절벽을 기어오르는 등 애를 먹는다. 재배를 위해 파종도 하지만 발아율이 워낙 낮은 편이어서 최근에는 자생 천문동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 유통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천문동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산 천문동의 경우 우리나라 자생 천문동에 비해 더 굵고 찰기가 적어 약효가 많이 떨어져 찾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편이다. 


최근에는 국내 일부 농가에서 자생 약초인 천문동의 인공재배에 성공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문동은 천연 자양강장제로, 피로회복제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약성이 차가운 만큼 몸이 냉하고 장 기능이 저하돼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이라면 섭취를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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