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은 자율신경의 조절로 넓어지거나 좁혀지는데 긴장하거나 흥분할 경우 자율신경이 자극받아 늘어난 혈관에 피가 모여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린다. 특히 양볼은 다른 부위보다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다.
혈관이 체질적으로 잘 늘어나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것을 ‘주사(酒齄, rosacea)’라고 한다. 이로 인해 코가 검붉고 부어 있으면 주사비(酒齄鼻,일명 딸기코)라고 한다. 국내서는 주사를 ‘MAX G’, ‘스타룩스’, ‘퍼팩타’, ‘엑셀V’, ‘아이콘’ 등 다양한 레이저 기기로 치료하지만 증상의 정도에 따라 생활요법과 국소치료제에 이어 경구 항생제를 쓰는 게 원칙이다.
미국 의사들이 인터넷 상에서 항생제 사용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을 의학적으로 검증해 요약한다. 항생제가 필요하지만 내성이 생기거나 오남용이 우려되므로 적절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우선 주사 환자는 생활요법으로 발생 또는 악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예컨대 강하게 문지르는 세안, 자극적인 화장품, 사우나, 맵고 뜨거운 음식, 커피, 술, 담배 등은 가급적 피해 피부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술을 혈관이 늘어지게 해 반드시 금해야 하고 자외선 차단도 필수”라며 “차단제는 자외선차단지수(SPF) 30정도에 자외선 A·B 모두 차단하는 제품을 쓰라”고 권고했다. 녹차, 오이, 메밀처럼 체온을 낮춰주는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사를 완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피부관리, 식사요법,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요령 등을 3대 포괄적 생활개선요법으로 볼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학적 치료가 시도된다. 많은 환자들이 항생제를 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경우 항생제이자 항원충제 메트로니다졸 성분의 겔(metronidazole gel, 상품명 Metrogel) 또는 항히스타민 계열인 아젤라인산 겔(azelaic acid gel, 상품명 Finacea)를 바른다.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계열의 국소 완화제도 항세균, 항염증 효과를 같이 갖는다.
나이아신아미드(niacinamide) 함유 국소치료제는 이론적으로는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탄력을 개선해주고 피부 톤을 균일하게 하며 염증과 싸우도록 돕는다. 여드름으로 인한 염증 제거에 효과적이다.
그러다가 심하게, 갑작스럽게 발적되면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또는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같은 경구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다. 독시사이클린과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은 여드름에도 흔히 투여되는 항생제다.
독시사이클린은 테트라사이클린에서 유도된 항생제로 항염증 효과가 더 낫다. 항균효과가 미약한(submicrobial, subantimicrobial) 신제형 독시사이클린은 적정한 농도여서 오남용 위험이 적고 항염증에 초점을 맞춰 주사비 및 여드름의 염증과 발적을 억제하는 데 적합하다. 주사비가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사비를 다스리는데 항생제가 아닌 항염증제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최신의학의 지견이다.
항생제가 주사에 효과적인 이유는 세균과 싸우는 능력과 함께 항염증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후자가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나타나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사로 인한 발적과 여드름이 동시에 나타나면 테트라사이클린과 국소요법제를 병행한 다음 증상이 어느 정도 제어되면 완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국소요법제만 장기간 사용할 수도 있다.
주사는 코, 이마, 얼굴에 생기는 만성 피지선 염증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항염증 효과로 이를 완화할 수 있다. 저용량으로 시작해 부작용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3~4주마다 진료실에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증상 조절에 필요한 최소용량을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저용량을 투여한다는 것은 항생제로서는 효과가 거의 없고 항염증 효과만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가라앉으면 항생제를 줄인다. 또 부족한 약효를 바르는 제제로 보완한다.
항생제가 근본적인 진정한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여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극단적으로 전신적 경구용 항생제는 가장 낮은 순위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효과가 확고하거나 장기적이지 않고, 항생제의 남용과 내성 발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비가 두드러지거나 국소치료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때 항생제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항생제가 권장되는 상황으로는 구강 주변 피부염의 급성 발적, 국소 치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염증성 구진 및 농포의 발적, 안검염이 있는 안구 주사, 여드름이 동반된 경우 등이다. 항생제는 오남용과 내성 예방을 위해 3개월 이내에서 끊는 게 좋다.
주사가 생기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해본다. 피부를 가볍게 부식시키는 산(酸)을 이용한 필링(peeling)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글리콜(glycolic acid), 살리실산(salicylic acid), 수용성인 알파하이드록시산(AHA, 건성), 지용성인 베타하이드록시산(BHA, 지성·복합성), 이보다 발전된 폴리하이드록시산(PHA, 민감성) 등을 함유하고 있다. 가벼운 필링은 피부를 살균하고 박테리아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항생제 복용이 고려될 수 있다.
레이저를 선호하는 의사들은 폭발적인 발진이나 염증이 있을 때에만 항생제를 최소하하는 게 바람직하며 일반적으로는 바르는 국소적 치료제와 레이저 치료를 병용한다. 레이저 치료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고 약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레이저 치료가 주가 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의료환경이다.
레이저 치료나 간단한 시술은 눈에 보이는 혈관을 제거하고 광범위한 발적을 줄이고 코의 변형을 개선하는 데 동원된다. 주사가 눈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경구 항생제와 안과치료로 좋아지지만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에릭 황(Eric Huang) 피부과 전문의는 “주사로 인한 안구 침범은 최대 50%에서 발생할 확률이 있고 홍채염, 각막혈관신생, 각막흉터 등을 유발하므로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에는 꼭 경구 항생제 투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주사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주사비의 초기 관리는 국소적이어야 한다. 순한 세정제, 자극 방지, 국소 항생제 또는 과산화벤조인산(benzoyl peroxide) 등으로 다스려야 한다. 과산화벤조인산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은 국소용 메트로니다졸이 일반적인 1차 치료제로 권장된다. 양호한 국소요법(바르는 약)은 경구 항생제의 남용과 내성을 방지할 수 있다.
주사비의 자가 초기 치료에 실패하면 국소 레티노이드와 경구 항생제의 병용이 필요하다. 이 때 테트라사이클린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이며, 가능한 경우 초기 치료 후에 점차 용량을 줄이고 항생제 남용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소 메트로니다졸로 대체해야 한다. 염증 완화를 위해 아젤라인산 또는 나이아신아미드를 포함한 국소치료제를 보완하면 더욱 좋다.
주사비는 메트로니다졸 및 나트륨 설파세타마이드(sodium sulfacetamide) 같은 국소 제제로 치료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들 제제는 항생제 내성을 초래할 위험이 없고 많은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레티노이드 계열 아큐탄(Accutane, 성분명 이소트레티노인) 경구제를 저용량 투여하는 도 유용하지만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한 용량 조절이 요구된다. 레티노이드는 피부 각화 정상화, 피지분비 70% 감소, 항염증 작용 등을 나타내지만 기형아 유발, 우울증 또는 자살충동 초래 등의 부작용이 있다.
중등도~중증의 주사비 환자는 울퉁불퉁 돋아오른 구진(papules), 고름이 잡히는 농포(pustules), 비류성 변화(鼻瘤性 변화, phymatous changes, 딸기코, 주사비)를 동반한다.
임이석 원장은 “주사비 환자는 외모에 대한 부끄러움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사회적 및 직업적 활동이 제약을 받으므로 정서적, 심리적 영향을 줄이고 안정된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