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부종은 흔하지만 유전성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HAE)은 극히 드문 희귀질환이다. 미국 혈관부종협회(HAEA)에 따르면 HAE는 체내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 결핍(C1-esterase inhibitor deficiency)으로 유발된다. 전세계적으로 1만~5만명 당 한꼴로 발생한다. 국내서는 100명 안팎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HAE는 C1-억제인자 수치가 낮은 1형과 적절한 C1-억제인자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2형으로 나뉜다.
2000년에는 정상적인 수준과 기능의 C1-억제인자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액응고12인자(Factor XII), 안지오포이에틴-1(Angiopoietin-1), 플라스미노겐(Plasminogen) 등 3가지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HEA가 발굴됐으며 유전학자들은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는 없는지 계속해서 찾고 있다.
진단은 혈액 샘플 등을 활용해 비교적 쉽게 나온다. HAE는 부모 중 한 명이 질환이 있는 경우 자녀가 물려받을 확률이 50%가량 된다. 그러나 가족력이 없다고 해서 HAE 진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보고에 따르면 HAE 사례의 최대 25%가 임신 시 C1-억제제 유전자의 자발적인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AE는 전신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주요 포인트는 얼굴과 목(인두, 후두, 기도), 위장관, 손과 발, 생식기 등에서 반복적으로 부종을 경험한다. 증상은 2~5일 지속될 수 있으며 발작 빈도와 심각도는 같은 가족이라도 크게 다를 정도로 다양하다. 환자의 약 25%는 HAE 발작 전이나 도중에 흔히 발생하는 편평하고 가려움이 없는 붉은 발진을 경험하게 된다.
HAE의 급성발작이 후두부에 발생하면 최소 20분에서 평균 8.3시간 내에 기도폐색으로 질식사할 수 있고, 장관에 부종이 발생하면 장폐색을 일으켜 장괴사로 이어지므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HAE를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한 달에 평균 2~4번 발작을 겪게 되는데 다음 발작의 강도를 가늠할 수 없다. 발작이 일어나면 평균 24~72시간 또는 최대 7일 이상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HAE는 기본적으로 발병 원인이 유전이지만 걱정, 스트레스, 경미한 외상, 수술, 감기, 독감, 바이러스감염질환 등에 유발 또는 악화될 수 있다. HAE 환자는 또 타이핑, 장시간 쓰기, 망치질, 삽치질, 기타 과도한 신체활동으로 사지부종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경구 피임약과 여성호르몬대체요법이 HAE의 발작 빈도와 중증도를 늘릴 수 있다. 고혈압약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도 마찬가지다. 또 치과시술로 위한 구강 외상은 구강, 인후부, 기도의 부종 위험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상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약으로는 8가지가 있다. 이들 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나졸(danazol), 옥산드롤론(oxandrolone0, 스타노졸(stanozolol) 등 단백동화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s, 또는 androgens)과 같은 예방적 HAE 치료제가 전부였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는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많은 여성이 잘 견디지 못하고, 간 독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 어린이 치료에 사용할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로 치료받은 환자는 갑작스럽게 후두 또는 복부 발작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음은 8개 FDA 허가 치료제의 개요다.
호주 제약사 CSL베링(Behring)이 개발한 ‘베리너트’(BERINERT)는 성인 및 소아 환자의 HAE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인간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이다. 정맥으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도록 2009년 10월 승인됐다. 혈장 유래 제품인 만큼 과민반응, 알레르기반응, 혈전 생성의 위험이 있고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 및 그 변종 형태(vCJD)를 포함한 감염원에 노출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임상 시험에서 후두 발작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증상 완전 해소 소요 시간은 8.4시간이었다. 또 위장관 및 안면 발작 증상 완화 시작 시간은 투여 후 48분, 증상 해소에는 5 시간 미만이었다.
일본 다케다가 개발한 ‘신라이즈’(CINRYZE) 역시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로 성인 및 청소년, 6세 이상 소아 환자의 HAE 발작에 대한 일상적 예방 치료제로 승인됐다. 월별 HAE 발작 횟수가 각각 500U 및 1000U 투여 시 평균 71.1%, 8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으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도록 2008년 10월 승인을 받았다. 베리너트가 치료제인 반면 신라이즈는 예방약이다.
다케다에 인수된 샤이어(SHIRE)가 개발한 ‘피라지르프리필드시린지’(FIRAZYR, 성분명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 icatibant acetate)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HAE의 급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브라디키닌 B2 수용체 길항제(bradykinin B2 receptor antagonist)다. 2011년 8월 25일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는 2018년 9월 1회분에 한해 급여가 허가됐다. 올 3월에는 급여기준이 개정돼 2회분까지 급여가 적용된다.
C1 에스테라제 억제제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연쇄반응(Cascade)으로 인해 혈장 칼리크레인(kallikrein)을 거쳐 브라디키닌이 과다 방출된다. 브라디키닌이 너무 많으면 혈관이 체액을 방출해 HAE 발작의 증상인 국소 부종과 통증을 유발한다. 피하주사로 자가 투여한다.
피라지르는 임상시험에서 투여 후 급성발작을 50% 감소시키기까지 2시간이 걸려 위약(19.8시간) 대비 효과가 입증됐다.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6시간 간격으로 주사할 수 있으나 24시간 이내 3회 넘게 투여하지 않는다. 임상에서 한 달 동안 8회를 초과해 투여한 사례는 없다.
CSL베링이 개발한 ‘해가다’(HAEGARDA 성분명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 농축액)는 6세 이상의 환자에서 HAE 발작을 일상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로 자가투여가 가능하도록 2017년 6월 23일 HAE 예방약으로 FDA 승인을 얻었다.
다케다가 개발한 ‘칼비토’(KALBITOR, 성분명 에칼란타이드 Ecallantide)는 12 세 이상 HAE 환자의 급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혈장 칼리크레인 억제제다. 입니다. 피하주사로 의사가 처방 및 주사해야 한다. 2009년 2월 5일 FDA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 소재 제약기업 바이오크라이스트(BioCryst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올라데요캡슐’(Orladeyo, 성분명 베로트랄스타트 berotralstat)은 유일한 경구제다.
올라데요는 혈중 칼리크레인 저해제(plasma kallikrein inhibitor)로서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 결핍(C1-esterase inhibitor deficiency)으로 인한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발작 예방을 위해 12세 이상 성인용으로 허가됐다. 매일 한번 경구 복용해 편리한 게 경쟁력이다. 2020년 12월 3일 승인된 후발주자로서 경구 복용 이점을 활용해 기존 제품을 맹추격 중이다.
네덜란드 레이던(Leiden) 소재 파밍헬스케어(Pharming Healthcare)가 개발한 ‘루코네스트’는 최초이자 유일한 재조합 인간 C1-esterase inhibitor(rhC1INH) 성분의 급성 HAE 발작 치료제다, 혈장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2014년 7월 성인과 청소년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이 회사는 FDA에 이 약을 예방약으로 승인받으려 시도했으나 2018년 9월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FDA의 반응종결서신(CRL)을 받고 무산됐다.
다케다의 HAE 치료제 ‘탁자이로주’(Takhzyro 성분명 라나델루맙 lanadelumab-flyo)는 2018년 8월 23일, 12세 이상 유전성 혈관부종 1형 및 2형 환자의 HAE 발작 예방약으로 처음 승인받았다. 혈중 칼리크레인 저해제(plasma kallikrein inhibitor)로서,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C1-esterase inhibitor, C1-INH)의 결핍 또는 기능 상실로 인해 혈청 칼리클레인 활성이 증가하고 염증유발물질인 브래디키닌(bradykinin)의 과잉 생성이 유발됨으로써 HAE 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
HAE 치료제는 고가 처방약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굿RX(GoodRx)가 집계에 따르면 타크자이로가 연간 약값이 56만6000만달러로 7위에 랭크돼 있다. 해가다는 51만달러(약 11위권), 올라데요는 48만5000달러(약 13위권)로 역시 높은 정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