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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남도여행의 마음산책길 순천 ‘송광사’ … 매향 진한 ‘금둔사’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1-06-12 05:13:20
  • 수정 2021-06-12 05: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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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허교에서 무욕, 우화각에서 깨달음으로 우화등선 … 송광사의 ‘압권’

남도여행에서 송광사(松廣寺)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순천 선암사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굴목재가 있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을 배출한 사찰로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꼽힌다. 국보 네 점, 보물 19점, 지방 문화재 9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적 506호로 지정되어 있다.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 느슨한 산길을 오르다면 능허교(凌虛橋)라는 무지개다리를 만나게 된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불국(佛國)을 향하는 선승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순천 송광사 풍경의 키 포인트인 능허교 무지개다리와 그 위의 우화각. 출처 순천시청

그 위의 문루 형식의 우화각(羽化閣)이 있다. 송나라 소동파(蘇東坡)의 적벽가(赤壁歌)에 나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나온 뜻이다. 깨달음을 얻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져 신선이 된다는 것으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열망을 담은 누각의 이름이다. 능허교와 우화각은 ‘우화청풍’(羽化淸風)이라 하여 송광사 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우화각은 정면 1칸, 측면 4칸 규모에 입구 쪽은 팔작지붕, 출구쪽은 맞배지붕을 조합한 특이한 양식이다. 공포는 간결한 주심포(柱心包) 양식이다. 기록에 의하면 1707~1711년에 건립한 후 1774년에 중수한 것으로 18세기 누교 건축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능허교 아래 한가운데엔 용머리 석상이 있다. 용은 계곡물의 나쁜 기운을 차단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수호신 역할을 하는 용두의 입 부분에 옆전 세닢이 철사줄에 매달려 있다. 옆전은 둥그렇지만 그 안의 구멍은 사각형이다. 안으로는 반듯하게 밖으로는 둥글게 살라는 의미다. 둥근 것(圓)은 하늘이며 모난 것(方)은 땅이니 우주를 품고 있다고 하겠다.


옆전 세닢이 달린 것에는 공사를 감독하던 스님이 다리를 완공하고 남은 엽전을 자기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다리 아래에 매달아 놓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탐욕을 부리지 않고 반듯하게 수행하려는 무욕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송광사 전경. 출처 순천시청

송광사는 절의 건축미와 문화재도 좋지만 훈훈한 분위기와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누구나 찾고 싶은 절집이다. 


이 절에는 빼놓을 수 없는 3대 명물이 있다. 쌀 7가마인 4000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는 ‘비사리구시’와 어느 순서로 포개어도 포개어지는 수공예품 그릇인 ‘능견난사’, 천연기념물 88호로 높이가 무려 12m에 달하는 800년 된 두 그루의 향나무 ‘쌍향수’가 바로 그것이다.


쌍향수는 송광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천자암의 뒷산에 있다. 20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명 두 마리 용이 또아리를 틀 듯 꼬이며 자란 향나무를 만날 수 있다. 묘한 모습이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폐사지에서 살아난 금둔사 … 야생차밭과 납월매 유명 


순천 금전산 서쪽 금둔사 전경

선암사에서 상사호를 끼고 오도재를 넘으면 낙안면 금둔사(金芚寺)에 닿는다. 오공재 정상(오공치) 전망대에 오르면 낙안읍성과 낙안면 일대의 너른 들판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만개한 꽃잎처럼 펼쳐진다.  


오공치는 손오금처럼 오그라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혹자는 금둔사 계곡에 지네가 많이 살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오공치는 지네를, 진계제는 닭을 말하는데 서로 앙숙지간인 지네가 닭을 헤치려고 하여 지네의 허리를 자르기 위해 오공치에 길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오공치를 넘으면 거대한 암석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는 금전산(金錢山 해발 667.9m)이 나온다. 그 모양이 마치 500나한이 선정에 든 모습을 연상시킨다. 산 이름은 석가세존의 500나한 중 금전 비구의 이름을 따 온 것이라고 한다. 


금전산 기슭에 자리한 금둔사는 백제 위덕왕 30년(583년)에 담혜화상이 일본에 처음으로 승려 10여 명을 양성하고 귀국해 창건했다. 금둔사의 ‘금’은 부처님을, ‘둔’은 싹이 돋아난다는 뜻으로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수행을 통해 부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둔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손을 보았고,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사자산문의 창시자인 철감국사가 이 자리에 동림선원을 개원했으며, 그의 제자 징효대사와 중창했다. 그 후 정유재란(1597년)으로 전소됐다가 18세기 후반까지 가까스로 유지됐으나 결국 폐사지가 돼 개인 소유의 전답이 되었다. 


지금의 금둔사는 1983년 지허스님이 태고선원을 개설하고 대웅전과 일주문 선원, 약사전, 요사채, 홍교 등을 차츰 복원했으며 지금도 중창 중이다. 경내에는 9세기 때 철감국사와 징효대사 때 조성된 보물 945호인 삼층석탑과 보물 946호 석불입상이  있다. 삼층석탑은 완전 도굴돼 흩어져 있는 탑 조각을 모아 1979년 7월 10일에 복원한 것이다. 


금둔사는 선암사와 마찬가지로 한국 자생 전통차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라 때부터 두 곳의 선원을 유지해 온 금둔사는 자연히 차의 수요가 많았다. 현재도 절 주변에 500여 평의 자생차 밭이 남아 있다.


금둔사는 1990년 이후 직근성(直根性, 물을 찾아 뿌리가 수직으로 뻗는) 한국 전통 차나무 밭을 운영 관리하며, 9증 9포 방식의 수공업으로 전통차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 중단됐으나 한국 자생차를 맛볼 수 있는 다원이 운영되고 있다.

 

금둔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납월매로 유명하다. 음력 12월(납월, 臘月, 섣달)에 핀다하여 납월매로 불리는데 번식이 어려워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매화이다. 금둔사에는 지허스님이 아랫마을인 낙안읍성의 부호의 뜰에서 오래된 매화나무의 종자를 어렵게 얻어 살린 6그루의 납월매가 자라고 있다.


납월매는 다른 매화와 달리 한꺼번에 꽃을 피우지 않고 간격을 두고 꽃이 핀다. 진한 꽃향기를 풍기는 것도 색다르다.


매화로는 순천시 북쪽의 월등면 계월리도 20만평이나 되는 넓은 매화마을로 유명하다. 날이 추운 산골이라 광양보다 무려 보름이나 늦게 매화꽃이 핀다. 계월리는 앞뒤로 바랑산(620m), 문유산(688m), 병풍산(499.8m)을 껴안고 있다.


계월리에서 매화를 심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55여 년 전. 일제 때 일본으로 건너간 이 동네 주민 고(故) 이택종씨가 매화나무 등 과수 묘목을 가지고 1960년대 중반에 영구 귀국하면서다. 매화나무 밭 아래에 심은 보랏빛 자운영도 4월 중순 이후에는 장관을 이룬다.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낙안읍성’ 


낙안읍성 전경

금둔사에서 10여 분 거리에는 조선 태조 때 축성된 낙안읍성(樂安邑城))이 자리하고 있다. 해미읍성, 고창읍성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읍성으로 꼽힌다. 


낙안읍성은 남쪽 해안에 출몰하는 왜구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처음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세종 6년에 석성으로 개축됐다. 전라남도 지정 문화재인 객사 1동, 민속문화재 가옥 9동, 노거수 14주, 임경업 장군 비각 1동, 동헌, 낙민루, 내아, 옥사, 우물 등이 복원돼 있다.


낙안읍성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지금도 120세대, 300여 명의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가정집 외에도 염색이나 목공예, 악기 공방, 민박 등이 운영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낙안읍성에는 삽살개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풍수지리적으로 순천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험준한 기운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한 마리는 오봉산을, 또 한 마리는 제석산과 거석봉을, 또 한 마리는 금전산과 우산, 고동산의 기운을 막기 위한 것으로 원래는 3구였으나 현재는 2구만이 남아 있다.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8위로 선정된 낙안읍성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낙안읍성의 호젓한 산세와 어우러지는 풍경. 출처 순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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