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올해 장마전선은 이달 19일 제주지방에서부터 시작돼 북쪽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 한 달 내내 비를 뿌리는 장마철, 비가 주룩주룩 혹은 부슬부슬 내려서 몸과 마음에 습기가 스멀스멀 차오를 때 가라 앉은 기분 전환에 딱인 음식이 있다.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부추전이다. 여기에 반주로 막걸리 한 잔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운치도 살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 종류의 음식에서 파전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부추전의 주재료가 되는 부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독특한 맛과 효능을 인정받아 식탁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당장 부추전은 물론 겉절이와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등에 재료로 사용하는가 하면 삼겹살 등 고기를 구워먹을 때 함께 섭취하고 국 또는 찌개에도 넣거나 만두소로 이용하는 등 아주 다양한 용도의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부추의 영양성분과 효능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녹색의 슈퍼푸드, 파워푸드로 각광받으며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흔한 탓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유용한 가치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부추의 영양성분과 효능, 부추를 이용한 각종 요리에 대해 알아본다.
양기가 일어나고 강하게 하는 채소…‘동의보감’에도 효능 기록돼
부추(학명 Allium tuberosum)는 백합과(Lili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다른 채소와 달리 한 번만 종자를 뿌리면 그 다음 해부터는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계속 자란다. 부추들이 올라오면 마치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위로 싹둑 잘라 먹고 놔두면 며칠 뒤에 또 수북이 올라와 채소계의 머리카락이라 할 수 있다. 유황화합물로 독특한 향미를 가진 것도 부추의 특징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 지역이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거나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대개 봄부터 가을까지 3∼4회 잎이 돋아나며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푸른 줄기가 나와 그 끝에 흰색의 작은 꽃이 피고 열매는 익어서 저절로 터진다. 지역에 따라 정구지·부채·부초·난총·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명으로는 기양초(起陽草), 장양초(壯陽草)로 불리는데 양기를 일어나게 하고 강하게 한다는 이름에서부터 부추가 정력에 좋은 채소임을 알 수 있다.
부추의 효과에 대해서는 한방 고의서인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 맛이 있으며 독이 없다. 위장에 좋고 기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기력을 보해준다’고 기록돼 있으며 ‘본초강목’에는 ‘신장과 비뇨·생식기를 덥히고 정신을 안정시킨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부추는 구채(韭菜) 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간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약초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간 기능을 뜻하는 것으로 외부로 분출하려는 에너지를 뜻한다. 특히 비뇨생식기의 능력을 말하는 바가 크다. 약용으로는 부추의 씨앗이 약의 성질 강하기 때문에 구자라는 이름으로 처방에 사용하고 있다. 보통 양기 부족 증상에 많이 사용하고 간을 해독하거나 혈액순환을 목적으로 처방에 응용한다.
민간에서도 부추는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소화를 도와주는 채소로 알려져 예전부터 체했거나 설사할 때 섭취하거나 신장 기능을 북돋는 효능이 있다 해서 허리나 다리가 시리고 아프거나 성 기능이 떨어졌을 때 섭취하기도 했다.
여름철 보양 음식에 부추가 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며 수행에 방해가 된다 해서 불가에서는 먹지 못하게 하는 채소로 분류하기도 했다. 또 옛날 만리장성을 쌓을 때나 피라미드를 건축할 때 노동자들에게 먹여서 힘을 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부추전에서 잡채·볶음·만두소까지 요리 다양…돼지고기와 궁합 최고
이처럼 예로부터 강장·강정 식품으로 알려진 만큼 부추는 지금도 각종 요리의 식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꽃대가 올라오기 전의 부드러운 부추는 나물이나 다른 식품과 혼합해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며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담글 때 재료로 함께 사용하며 맛의 풍미를 더해준다.
돼지국밥을 비롯해 육류가 들어간 국밥에 부추무침을 곁들이면 맛을 배가 시키며 국이나 찌개에 썰어 넣어도 좋고 만두소로 이용해도 그 맛이 그만이다. 이외에도 부추 요리로는 부추잡채, 부추나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 잔새우·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두부·버섯 등의 식재료와 함께 볶음요리를 해도 맛깔스런 은 음식이 된다. 된장을 풀어 넣고 죽을 끓이다가 거의 다 되어갈 때 부추를 썰어 넣고 한번 더 끓이면 부추죽으로도 먹을 수 있다. 부추죽을 쑬 때는 부추에 함유된 황화알릴이 열에 파괴되지 않도록 죽을 다 쑨 후에 부추를 썰어 넣고 살짝 익히는 것이 좋다. 조리과정을 거쳐 부추를 익혀 먹을 경우 위액 분비가 왕성해져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이렇듯 독특한 맛과 영양을 지닌 식재료로 사랑을 받았던 부추는 최근 들어 건강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성분과 효능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워푸드 식재료로 다시금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부추에는 비타민A·B·C·E와 베타카로틴·칼슘·철분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포도당과 과당의 단당류 당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황화아릴을 함유하고 있어 비타민 B1과 함께 섭취하면 알리티아민이라는 피로회복 물질을 생성한다. 육류, 그 중에서도 비타민 B1이 다량 함유된 돼지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더 좋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혈액순환·피로회복 등 효능 무궁무진…위장질환·체열 높을 땐 섭취 삼가야
부추에 함유된 이들 성분들은 건강의 유지 또는 질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부추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어깨가 결린다거나 허리가 아플때 또는 어혈로 인해 입속의 색깔이 자주빛을 띠고 기미가 얼굴에 낄 때에도 부추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함유하고 있는 황화아릴 성분은 체내 말초 신경을 활성화 시켜 손발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좋으며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1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피로회복에도 좋다.
또한 부추는 간기능 강화와 항암효과의 효능도 있다. 부추에 풍부하게 함유된 칼슘·철분·비타민 C·E 성분은 간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며 베타카로틴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정력을 강화시켜주고 여성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도 부추의 효능 중 하나다. 부추에 함유된 황화아릴은 비타민 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이 되는데 이는 천연 피로회복제다.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높여줘 정력을 자연스레 증강시킨다. 또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활발하도록 도와줘여성들의 생리량을 증가시키고 생리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냉한 체질을 개선시켜주는효능이 있다.
이외에도 부추는 소화를 돕고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감기에 잘 안 걸리게 하고 설사나 복통에도 효과가 있으며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감소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즙으로 만들어 먹으면 구토나 토혈·비혈·천식·식중독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좋다. 특히 코피가 멈추지 않고 나올 경우 부추즙을 따뜻하게 해서 마시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건강에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부추라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열병을 심하게 앓은 후 체액이 부족하거나 피부에 부스럼이 났을 때, 열 때문에 눈병이 났을 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매운 맛이 있기 때문에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 또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 지나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성질이 따뜻해 몸을 덥히는 성질이 있는 만큼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도 맞지 않는다. 민간요법에서는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나친 섭취는 오히려 장에 탈을 나게 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