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구용 BTK 억제제로 피하주사제 ‘듀피젠트’의 빈 공간 노려 … 알제넥스의 ‘에프카티지모드’와 라이벌 예상
사노피가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의 프린시피아바이오파마(Principia Biopharma)를 약 36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경구용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ruton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인 ‘릴자브루티닙’(Rilzabrutinib)이 희귀피부질환인 천포창(pemphigus)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사노피의 잠재적 블록버스터인 이 약은 아토피피부염, 천식을 비롯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적응증을 승인받길 기대하고 있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목표로 심상성 천포창(Pemphigus Vulgaris)을 설정했다.
릴자브루티닙은 Believe 2상 임상에서 피부 수포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심상성 천포창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노피는 4월 23일 열린 미국 피부과학회(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에서 요약된 평가자료를 발표했다. 이 약은 12주차와 24주차에 병변의 심각성을, 12주차에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였다.
릴자브루티닙은 현재 3상을 진행 중이며 2상 최종 판독은 올 하반기에나 나온다. 신약승인 신청은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노피의 글로벌 면역학 및 염증 개발 담당 책임자인 나이미시 파텔(Naimish Patel)은 “천포창은 우리의 신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좋은데다 심각하고 환자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충족되지 않은 높은 수요가 있다는 점 때문에 임상연구를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질병”이라고 말했다.
피부병 환자들은 치료에 제한적인 선택지만을 갖고 있고 일반적으로 제넨텍(Genentech)이 개발한 ‘리툭산’(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과 스테로이드 중 하나를 사용하거나 병용한다.
파텔에 따르면 리툭산은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고 스테로이드는 쇠약성 부작용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리툭산이 효과 발현 소요 기간을 줄이고, 스테로이드 복용 환자들이 점차 약을 끊게 만드는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높다.
사노피가 인수한 프린시피아바이오파마(Principia Biopharma)는 이제 프린시피아 사노피(Principia Sanofi)라는 한 부서가 됐다. 이 연구팀은 두 개의 단백질에 결합하는 작은 분자를 개발, 한 쪽은 BTK 단백질에만 결합하고 다른 쪽은 BTK 단백질에 결합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로써 부작용을 줄이는 이점을 확보하게 됐다.
초기에 개발된 BTK 억제제는 간 독성,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 낮은 혈소판 수치를 유발했다. 일반적으로 림프종이나 백혈병을 겨냥한 신약후보들이었다. 사노피는 기존 약보다 부작용이 적고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높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질병인 천포창을 지향점에 놓고 개발하게 됐다.
파텔은 “림프종이나 백혈병은 약의 이점이 분명히 매우 크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할 만한 종양학 분야”라며 “하지만 사노피는 더 나은 BTK 억제제를 개발해 BTK 표적에 더 구체적인 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심상성 천포창은 사노피에게 일종의 시험장으로서, 사노피는 환자 수가 많고 수익성이 더 높은 질병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천포창재단에 따르면 천포창은 세계 인구 10만명당 0.1~2.7명에서 발병한다.
수익 측면에서 사노피의 가장 큰 면역질환 치료제이자 회사 전체 매출 넘버원인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듀필루맙 Dupilumab)는 2020년 전세계에서 35억유로(4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약은 피하주사를 통해 주입돼 일부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파텔은 “아직 주사 가능한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할 준비가 되지 않은 천식 환자와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제대로 증상이 관리되지 못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릴자브루티닙은 경구용 제제로 듀피젠트가 남겨둔 공백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파텔은 호흡기, 피부과, 류마티스 관련 여러 적응증에서 이 약의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은 또 2상 임상에서 이미 다른 6가지 종류의 기존 치료제로도 실패한 환자를 위해 혈소판 감소증을 야기하하지는 검증받고 있다. 파텔은 이미 이 임상시험에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혈소판 수치가 증가해 약물에 반응하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다른 작은 2상 시험에서 탐색되고 있는 또 다른 목표 적응증은 면역글로불린G4( IgG4) 관련 질병으로, 장기 및 신체의 다른 부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군이다. 이밖에 아토피피부염, 천식,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등에 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파텔은 “릴자브루티닙은 정말 흥미로운 신물질로 우리는 그 잠재력을 밝혀 내는 것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릴자브루닙은 천포창, 혈소판감소증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3상 임상 중인 알제넥스(Argenx)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에프가티지모드(efgartigimod)와 한판 겨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