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은 평생 가는 질환이기 때문에 질병의 정도, 통증의 심각성, 임신 계획을 바탕으로 치료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자궁내막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개선해주는 약물을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약도 있다. 보통 2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하는 게 권고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환자 안내서와 여러 학술저널을 통해 자궁내막증의 약물치료를 개괄해본다.
난소에서 생성된 난자가 나팔관을 따라 이동하면 자궁 안에서는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자궁내막이 증식된다. 증식된 내막은 임신되지 않으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를 월경이라 한다. 월경으로 다 빠져나가지 못한 내막조직이 나팔관을 타고 역류해 난소를 비롯한 다른 조직에서 자라는 게 자궁내막증이다.
진단은 의사의 촉진에 의한 골반검사,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복강경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골반검사는 자궁내막이 만져질 정도의 낭종을 형성하지 않는 한 파악하기 어렵다. 초음파는 복부에 대거나 질에 삽입해 검사하는데 확진은 불가능하지만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낭종(endometriomas)을 식별할 수 있다. MRI는 자궁내막조직(endometrial implants)의 위치와 크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수술계획 수립에 도움을 준다. 복강경 검사는 배꼽 근처에 작은 구멍을 뚫고 복강경을 삽입해 자궁내막조직을 찾고 조직생검을 하거나 제거하는 데 쓰인다.
통증 억제
만약 증상이 경미하면 진통제 복용이 권고된다. 이부프로펜(Ibuprofen)이나 나프록센(Naproxen)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가 쓰인다. 그래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으면 더 강한 진통제를 투여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호르몬제를 활용한 피임요법
피임을 위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일반적으로 자궁내막증에 동반되는 심한 월경 출혈을 막을 수 있다. 생리를 막기 위해 3개월 또는 그 이상의 지속적인 호르몬제 섭취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자궁내막증에 대해 처방하는 호르몬제는 경구용 피임약, 패치, 질내 삽입용 링(ling) 등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복합한 게 대부분이다. 이들 호르몬은 매달 자궁내막 조직의 축적을 담당하는 호르몬을 억제한다. 피임약의 원리는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배란 전에 분비돼 여포의 성숙과 배란 유도)과 프로게스틴(배란 후에 분비돼 자궁벽 비후, 배란 억제, 임신 유지)의 주기와 양을 무시하고 소량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추가함으로써 임신을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임약으로 이런 과정을 차단하면 배란과 월경이 중단된다. 자궁내막증에서 피임약은 가볍고 짧은 월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속적, 주기적으로 피임약을 투여하면 통증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프로게스틴 단일 함유 피임제로는 경구용 정제(levonorgestrel 성분), 주사제(화이자 데포프로베라주,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자궁내 삽입장치(IUD, 미레나(Mirena) 등), 피부삽입용 임플란트(넥스플라논 Nexplanon) 등이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런 방법들을 활용해 생리가 없어지거나 최소화되기 때문에 관련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동국제약의 ‘로라엔정’(성분명 디에노게스트 Dienogest)는 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토겐)의 일종으로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작용제로 자궁에 강한 영향을 미쳐 자궁내막증을 개선하거나 여드름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호르몬(피임제) 치료는 체중 증가, 우울증, 여드름, 체모, 불규칙한 출혈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자궁내막염 증상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고나도트로핀 방출 호르몬(GnRH) 유사체
NSAIDS와 호르몬제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GnRH) 유사체가 추천된다. 이 약은 난소의 에스트로겐 생성을 멈추게 해서 자궁내막 조직을 위축시킨다. 이 약을 투여한 여성의 80% 이상에서 심한 통증을 포함한 통증이 줄어들었다. GnRH 유사체는 일시적인 갱년기를 초래하는 셈이므로 임신하려는 여성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GnRH 유사체(analogue)는 작용제와 길항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GnRH 작용제는 류프로라이드(leuprolide acetate, Leuprorelin과 동의어) 성분의 동국제약의 ‘로렐린데포주사’(류프로렐린, Leuprorelin), 한올바이오파마의 ‘엘리가드주’(Eligard), 한국다케다제약 ‘루프린디피에스주’(류프로렐린, Leuprorelin) 등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졸라덱스데포주’(고세렐린, Goserelin), 한국페링제약 ‘데키펩틸데포주’(트립토렐린, Triptorelin) 등이 대표적이다.
류프로라이드는 1개월 또는 3개월에 한 번, 고세릴린은 4주에 한번 주사한다. 화이자의 ‘신나렐비분무액’(Synarel, 성분명 나파렐린 Nafarelin)은 하루 2회 사용하는 비강 분무 스프레이이다. 국내서는 시판이 중단됐다.
GnRH 길항제로는 애브비의 ‘오릴리사’(Orilissa 성분명 엘라골릭스 Elagolix)가 있다. GnRH 작용제가 음성 되먹임 작용으로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 분비를 억제해 인위적 폐경을 유도한다면, GnRH 길항제는 직접적으로 GnRH를 억제하는데 궁극적 결과는 같다. GnRH 작용제는 황체형성호르몬방출호르몬(luteinizing hormone-releasing hormone, LHRH) 작용제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들 중 대부분은 전립선암 치료(내과적 거세, 화학적 거세)에도 쓰인다.
엘라골릭스는 골밀도 감소를 통해 골절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장기 복용을 제한한다. 하루 1~2회 경구 복용한다.
한편 지난해 5월 29일엔 애브비 ‘오리안캡슐’(Oriahnn)이 자궁근종(자궁섬유증) 동반 출혈 적응증을 획득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엘라골릭스(elagolix) 성분에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프로게스틴의 일종인 노르에틴드론아세트산염(norethindrone acetate, 노르에티스테론 Norethisterone과 같은 호르몬)을 소량 함유한 경구용 복합제 캡슐이다. 자궁내막증 치료제에 피임약을 추가함으로써 자궁근종 치료제로 업그레이드 됐다.
폐경기 전 여성에서 자궁섬유증과 관련된 과다월경 출혈을 관리하는 용도로 비(非) 외과적, 경구요법제가 FDA 허가를 취득한 것은 오리안이 처음이다. 최대 2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엘라골릭스와 같은 GnRH 길항제로는 화이자 및 마이오반트가 공동 개발 중인 렐루골릭스(relugolix), 스위스 옵스에바(ObsEva)가 개발한 ‘이젤티’(Yselty 성분명 린자골릭스 Linzagolix)가 있다. 둘 다 자궁근종에 따른 출혈 개선제로 개발되고 있지만 작용기전이 엘라골릭스와 같아서 차후에 자궁내막증 승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겐 수용체 작용제
다나졸(Danazol)은 자궁내막증, 섬유낭종성 유방질환, 유전정 혈관부종 등에 쓰는 경구용 제제다. 약한 안드론겐 작용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단백질 동화) 작용, 약한 프로게스토겐 작용, 약한 항 성선호르몬 작용, 약한 스테로이드 생합성 억제 작용, 약간의 기능적인 항에스트로겐 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궁극적으로는 남성화를 초래해 여드름이 나고, 모발 성장이 과도해지며, 목소리가 굵어진다. 임신 중인 여성이 이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여자 태아가 남성적인 특징을 갖게 된다. 결론적으로는 여성이 생리작용을 돕는 호르몬을 막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아로마타제는 우리 몸의 에스트로겐 생산을 증가시키는 효소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그 작용을 막아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춘다. 주로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고 자궁내막증에는 그리 많이 쓰지 않는다. 다만 의사들은 임신 계획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자궁내막증의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호르몬요법(피임제) 이외의 대안으로 ‘오프 라벨’(적응증 외 처방)로 추천한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으면 자궁과 난소를 보조하면서 자궁내막조직을 제거하는 보존적 수술을 통해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이 일반적이지만 범위가 넓을 경우 개복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증이 심하면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소를 자극해 더 많은 난자가 배출되도록 유도하고 체외수정을 하는 불임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