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의 3차원적 형태가 시신경 모양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석환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안과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시 자극을 받아들여 뇌로 전달하는 안구는 흔히 공 모양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완벽한 구형이 아니다. 안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팽창하는데 이로 인해 앞뒤로 긴 모양, 양 옆으로 긴 모양, 그리고 비대칭적으로 돌출된 모양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모양을 갖는다.
연구팀은 3D-MRI 분석을 통해 이러한 안구의 3차원적 형태가 시신경의 형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냈다.
시신경은 시 자극을 받아들인 망막신경절세포가 뇌와 연접하기 위해 안구를 빠져나가는 출입문의 역할을 하는데 이는 가장 안쪽의 망막층과 가장 외곽의 공막층의 정렬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갖게 된다.
연구진은 안구가 팽창하더라도 망막층에서는 안구의 해상도를 유지하기 위해 황반부의 세포 밀도를 보존하고 안구의 적도 방향에서 주된 팽창이 이루어지는 반면 공막에서는 그런 차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망막 층과 공막 층의 정렬 상태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시신경 모양의 변화가 야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수한 시신경의 변형은 녹내장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이경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생아의 시신경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성인의 시신경에서는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지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있었으며 일부 선천적 기형으로 생각되어오던 시신경의 변화 또한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김석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신경 검사를 통해 과거 안구의 성장 과정 중 있었던 변화를 추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큰 의의가 있으며 특히 공막층에는 녹내장 발병에 주된 역할을 하는 사상판이 포함돼있어 향후 시신경 변형이 있는 눈에서 녹내장이 호발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안과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