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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상적혈구빈혈’의 FDA 승인 신약 3종 철저분석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4-20 01:01:11
  • 수정 2021-12-27 22: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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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약값 L-글루타민 1만4568달러, 크리잔리주맙 8만6400~11만5200달러, 복셀로터 12만6000달러
겸상적혈구 실험혈액학국제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Experimental Hematology, ISEH)가 작년 12월 1일 내놓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겸상적혈구빈혈(SCD)의 세 가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해본다. 

기증자가 완전히 일치하는 조혈모세포이식(HSCT)은 수산화요소에 불응성인 SCD 환자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다. 그러나 줄기세포 이식 합병증, 적절한 기증자의 부재, 경제적 부담, 세계 특정 지역의 부족한 줄기세포 이식센터 숫자는 HSCT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새로운 치료법과 추가적인 연구는 SCD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증 위기와 입원 일수를 줄이고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산화요소가 보조치료(수분보충, 오피오이드)와 수혈과 함께 SCD에 이용 가능한 유일한 약이었다. 수산화요소는 1998년에 승인됐다. 비록 임상적 효과가 있고, 입원을 최대 47%까지, 통증 위기를 최대 43%까지 감소시켰지만 수산화요소를 탈피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도전이다. 수산화요소를 복용하는 환자는 여전히 말단 장기 손상, 위기 증상, 기대수명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SCD 환자에 대한 L-글루타민 투여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의 기반이 됐다. 전임상 연구에서, 겸상적혈구는 망상 적혈구 대조군에 비해 글루타민을 3배 더 많이 운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찬가지로 경구 글루타민 보충제의 약동학(PK)/약력학(PD) 임상시험에서도 적혈구의 글루타민 및 아르기닌 수치가 증가했다.

1998년 파일럿 연구에서 거의 모든 환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지만, 무작위 배정 연구가 아니었고 표본 크기는 매우 작았다. L-글루타민을 투여한 피험자의 NADH 수치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은 L-글루타민의 유효성을 알아보는 추가 실험의 토대가 되었다. 

2상 임상시험에서 L-글루타민 약물군은 24주간의 추적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평균 입원 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48주간의 추적 결과 병원 입원과 통증 위기가 감소했지만 L-글루타민과 위약 대조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이는 해당 연구에서 표본 크기가 작았기 때문일 수 있다. 

임상 3상에서는 L-글루타민과 위약 대조군 간 겸상세포 위기 사례 발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이 시험의 환자 대부분은 수산화요소를 일관성 있게 투여해 L-글루타민의 이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또 수산화요소를 투여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분석에서도 사용량에 관계없이 L-글루타민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견됐다.

안전성 프로필은 L-글루타민은 이 모든 시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여줬다. 심각한 부작용은 어떤 시험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합병증이 있는 환자는 이러한 임상시험에 포함되지 않았다. L-글루타민 성분의 허가된 SCD 치료제는 엠마우스사이언스(Emmaus science)의 ‘엔다리’(Endari)이다.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lobal Blood Therapherics, GBT)의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복셀로터 voxelotor)는 1/2상 임상에서 제한된 수의 환자에서 상당한 내약성과 빠른 용혈 감소 효과를 보였다. 산소의 친화력, 헤모글로빈 수치, 용혈 표지자는 용량의존적으로 개선됐다. 용혈의 감소는 수산화요소는 무관했다. 사용된 최대 용량은 1000mg이었다. 복셀로터 그룹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위약군과 유사할 정도로 안전했다. 

임상 3상에서는 1500mg으로 늘어난 용량이 투여됐다.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고 저용량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낳았다. 빈혈은 기저 헤모글로빈 수치나 수산화요소의 투여에 상관 없이 개선됐다. 

용혈 개선은 복셀로터가 HbS(single sickle mutations, 한 개의 겸상 돌연변이만 존재) 중합에 미치는 영향과 일치했다. 1/2상 임상에서는 복셀로터를 복용하지 않을 때 환자에게서 혈관폐색 사건( vaso-occlusive episodes)이 나타났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3상 시험에서는 복셀로터 사용으로 인해 혈관폐색 위기 사건의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폐기된 SCD 약인 세니카포크(Senicapoc)도 헤모글로빈 중합 억제제였다. 세니카포크는 적혈구의 가도스(Gardos) 채널을 억제하여 중합성을 막은 탓에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혈관폐쇄성 통증 부위가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복셀로터는 헤모글로빈에서 알로스테릭한 변화(allosteric changes, 자극을 주는 물질이 수용체 또는 조절부위에 결합하면 해당 단백질이 구조적으로 변함)를 일으켜 겸상세포 적혈구에 친화력을 증가시킨다. 이 메커니즘은 점성의 증가 또는 혈관 점착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케네스 아타카(Kenneth I. Ataga) 박사는 2017년 SCD 환자를 대상으로 노바티스의 ‘아닥베오’(Adakveo 성분명 크리잔리주맙 Crizanlizumab)를 투여하는 1상 시험을 시작했다. 

겸상세포 통증 위기의 연간 비율은 위약군과 비교해 크리잔리주맙 투여군에서 45.3% 감소했다. 수산화요소로 치료된 환자의 하위 그룹에서 연간 통증위기율은 크리잔리주맙군이 위약군 대비 32.1% 더 낮았다. 마찬가지로 비 수산화요소 치료군에서도 위약대조군과 비교해 크리잔리주맙 투여군의 연간 통증위기율이 크게 감소했다. 

2019년 압둘라 쿠틀라(Abdullah Kutlar) 등의 사후분석(Post Hoc Analysis)에 의하면 수산화요소 투여군 중 VOC 없는 환자의 비율은 크리잔리주맙 투여군이 33.3%로 위약군 대비 17.5%와 비교해 향상됐다. 

크리잔리주맙이 수산화요소 치료에도 불구하고 유발되는 VOC를 상당히 감소시키고 첫 번째 VOC로 가는 시간을 지연시킨 게 확연하게 입증됐다. 마찬가지로 크리잔리주맙(5mg/kg)을 복용하는 환자에서도 연간 위기 비율이 위약 대비 32.1%까지 감소했다. 크리잔리주맙과 위약 대조군 간 용혈 변수에서 유의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크리잔리주맙과 위약의 안전 프로파일은 유사했다. 심각한 감염의 발생률은 두 분석 모두에서 크리잔리주맙과 위약 그룹에서 유사했지만, 이 임상에는 합병증이 없는 환자만 포함되었다.

혈관폐색위험(vaso-occlusive crises, VOCs) 사건 발생은 사망률 증가와 관련된 여러 급성 및 만성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용혈 감소와 헤모글로빈 수치의 향상도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용혈성 빈혈은 뇌졸중, 신부전, 조영한 심근경색(silent infarcts), 폐고혈압, 조기사망과 관련이 있다. 

결론적으로 L-글루타민, 크리잔리주맙, 복셀로터 모두 SCD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끝난 임상시험에서는 이런 약물이 다른 합병증, 담석증, 신경증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다. 임신 또는 합병증 환자에서의 효능과 안전성도 평가하지 않았다. 

프라수그렐(prasugrel), 세부파린(sevuparin), 리비판셀(rivipansel), 세니카포크(senicapoc) 등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 다른 약물은 2/3상 시험에서 SCD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여주지 않았다. 

L-글루타민 등 3가지 약물은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이들 약물은 작용 타깃에도 서로 차이가 있어 수산화요소와 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두 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으로 합병증이 생겼을 경우 나머지 한 가지 약과 수산화요소의 병용이 가능하다. 

SCD 약물은 매일 복용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낮은 순응도를 나타낸다. 크리잔리주맙은 4주에 1회만 복용하면 돼 약물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은 30분이란 긴 정맥주사가 요구된다. 더 간단한 투여방식이 개발되면 크리잔리주맙의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서 크리잔리주맙은 의료기관 방문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L-글루타민, 복셀로터, 크리잔리주맙은 수산화요소보다 거의 20~50배 비싸다. 특히 크리잔리주맙과 복셀로터는 비싼 약제비가 약물의 광범위한 사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비록 입원의 감소가 이러한 약물의 비용을 보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약물이 SCD의 1차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크리잔리주맙과 복셀로터의 약가 인하가 필요한 실정이다. 

옥스브리타는 보통 하루에 3알씩 복용한다. 한달 분 90정이 1만500달러가 든다. 연간으로는 12만6000달러로 평생 복용해야 한다.

크리잔리주맙은 한 달에 한번 투여하지만, 한번에 3~4 바이알이 필요하다. 바이알당 2400달러로 한달에 7200~9600달러가 든다. 연간으로는 8만6400~11만5200달러가 소요된다. L-글루타민은 하루에 2번 한달에 60포를 복용하는데 한 달 약값이 1214달러, 연간 약제비가 1만4568달러가 든다.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SCT는 사용 가능한 최고의 치료제이지만, 일치하는 기증자는 제한돼 있다. 이에 반일치(haplo-identical 半一致) SCT나 유전자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은 거의 모든 SCD 환자에게 SCT를 가능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는 SCD 환자에 대한 사용을 제한했다. 최근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정돈된 준비 절차와 방사선 치료로 치료결과가 상당히 개선됐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무작위 임상시험이 여전히 필요하다. 

유전자치료도 SCD 환자들을 위해 테스트되고 있다. 유전자치료에는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기증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SCT에 비해 치료 관련 합병증이 극히 적다. SCD 환자의 유전자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 6회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돌연변이의 종류와 사용 가능한 벡터의 종류를 기준으로 다양한 유형의 SCD의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유전자치료는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이며, 이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기술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의 줄기세포를 모으는 것이 결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전자치료는 미래에 SCD 환자들의 주요 치료 방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을 새로운 기술로 훈련시키고, 장기적인 결과를 얻고, 비용 효율적이고 널리 이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가능한  최선의 치료는 약물 병용을 통한 약리학적 관리다. 결론적으로 L-글루타민, 복셀로터, 크리잔리주맙 등 세 가지 약물 모두 심각한 부작용 없이 내약성이 좋다. 

L-글루타민은 5세 이하 환자, 복셀로터는 12세 이하 환자, 크리잔리주맙은 16세 이하 환자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됐다. L-글루타민과 크리잔리주맙은 수산화요소에 치료와 관계 없이 혈관폐색 위기 및 입원 일수를 줄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약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하지 못했다. 

반면 복셀로터는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하고 수산화요소 사용 여부와 상관 없이 SCD 환자의 용혈 현상을 예방한다. 복셀로터 임상에서 헤모글로빈 수치의 증가는 VOC 횟수의 증가와 관련이 없었다. 모든 연령 그룹과 건강 상태가 서로 다른 참가자에게서 이러한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더 많은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임상시험 중 편견을 보일 위험이 낮은 무작위 임상시험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L-글루타민과 크리잔리주맙에 대한 임상시험에서는 상당수 참가자들이 종료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치료를 포기했다. 또 어떤 임상시험은 특정 연령군에서 다른 용량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시험했다. 이러한 기존 임상시험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겸상세포질환에서 L-글루타민, 복셀로터 및 크리잔리주맙의 효능과 안전성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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