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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의 보조수단이지만 꼭 필요한 자폐증의 약물치료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4-14 18:07:56
  • 수정 2022-01-08 16: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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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DA 승인된 건 ‘리스페리돈’ ‘아리피프라졸’ 2종뿐 … 나머지는 ‘오프라벨’ 의사 판단 처방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여러 신경발달장애의 집합체다. 증상과 중증도가 다양해 진단이 매우 어렵지만 보통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뉴얼 제5판(DSM-5)을 기준으로 한다. 자폐증(autism), 아스퍼거장애(Asperger’s disorder), 특별히 명시되지 않은 만연성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s not otherwise specified, PDD-NOS) 등을 포함한다. PPDpervasive personality disorder와 거의 같은 동의어이며, 상대적인 개념은 특이적 발달장애(specific developmental disorders, SDD)이다.

ASD 증상은 일반적으로 2~3세에 나타난다. 장애를 가진 모든 어린이들은 사회적, 언어적, 행동적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치료는 행동치료 및 의사소통, 가족치료, 놀이치료 중심이다. 

약물치료로는 핵심적인 징후를 개선할 수 없고 단지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불안증, 과민성 또는 공격성, 과잉행동 및 부주의, 기억력장애, 불면증, 인지기능장애, 반복적인 행동, 비정상적 사회적 행동 등을 약으로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이 ASD 적응증을 승인한 약 외에도 오프라벨로 많은 약들이 처방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건강자료와 미국 약물치료 저널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치료제들을 총체적으로 소개해본다. 

과민성 및 공격성 (IRRITABILITY AND AGGRESSION) 치료

리스페리돈(Risperidone)은 2세대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로 초조, 공격을 낮춰준다. 양극성장애의 조증을 다스리는 기분안정제로도 쓰인다. FDA는 2006년 자폐증과 관련된 과민성을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약물로 리스페리돈을 5세 이상에게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얀센의 ‘리스페달정’이 오리지널 의약품이며 다수의 제네릭이 나와 있다. ASD 아동의 행동 문제 및 증상 관리에 리스페리돈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빠른 체중 증가는 리스페리돈과 관련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이다.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은 FDA가 2009년 ASD를 가진 소아(6~17세)의 과민증 치료를 위해 승인했다. 오리지널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국내선 오츠카)의 ‘아빌리파이정’ ‘아빌리파이메인테나주사’ 등이다. 조현병, 조울증, 주요우울증, 뚜렛증후군(Tourette’s syndrome)치료에도 적용된다. 이 약은 작용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도파민 2형 수용체(D2)와 세로토닌 1A 수용체(5-HT1A)에서 부분작용제 활성과 5-HT2A 수용체에서 길항제 활성을 보이는 게 조합돼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클로자핀(Clozapine)은 2세대 조현병 치료제로서 리스페리돈과 아리피프라졸이 ASD 증상 치료제로 승인되기 전에 주로 쓰인 항정신병 약물이다. 노바티스(국내선 환인제약)의 ‘클로자릴정’(Clozaril 성분명 클로자핀, Clozapine)이 오리지널이다. ASD에 따른 공격성과 짜증(tantrums)을 완화하는 데 사용했다. 

클로자핀은 조현병 치료나 조현병 및 정신분열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에 따른 자살행동 감소에 효과가 있다. 정신분열증에서 치료효과는 D2 수용체와 5-HT2A 수용제의 길항작용을 통해 매개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이밖에 아드레날린성, 콜린성, 히스타민성, 도파민성, 세로토닌성 수용체에서 길항제 역할을 한다. 

이 약은 ASD 환자의 공격성을 보이는 날을 절반으로 줄이고 사용하는 항정신성 약물의 가짓수와 용량을 줄인다. 다만 상당한 체중증가, 대사증후군, 빈맥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할로페리돌(Haloperidol)은 부티로페논(butyrophenone) 계열에 속하며, 매우 강력하고 선택적인 D2 수용체 길항제이다. 정신분열증 치료와 투렛증후군에 의한 틱장애 및 소리내기(vocal utterances) 등의 조절에 사용된다. 할로페리돌은 이미 약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하는 환자나 파괴적인 응급환자에서 나타는 급성 불안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급성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가장 일반적인 1세대 항정신병 약물이다.

서트랄린(Sertraline)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로서 화이자의 ‘졸로푸트정’(Zoloft)이 오리지널이다. 아스퍼거장애를 가진 11세 소녀에서 분리불안장애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럴 경우 서트랄린은 6개월에 걸쳐 하루 150mg으로 증량해 투여한다. 보통 성인의 우울증 치료제 용량은 하루 한번 50mg이거나 하루 두 번 100mg이다.

청소년들의 과민성이나 공격성을 치료하는 서트랄린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잘 설계된 대규모 임상시험은 시행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SSRI는 젊은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에너지 증가, 충동성, 집중력 저하, 설사, 불면증 등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로페리돌과 서트랄린은 FDA로부터 ASD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했다. 국내서 서트랄린은 소아(6~17세)의 강박장애에 하루 한번 50mg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으나 상태에 따라 하루 최고 200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요컨대 리스페리돈과 아리피프라졸은 ASD 어린이의 과민성과 공격성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클로자핀은 ASD 환자의 공격성을 줄일 수 있지만, 상당한 체중 증가, 대사증후군, 심박박동상승 등 14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할로페리돌은 ASD 관련 과민성 및 공격성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치료는 지속적인 운동이상증 및 추체외로증후군 때문에 역시 적용하기에 제한이 많다. 

비정상적 사회적 행동(ABERRANT SOCIAL BEHAVIOR) 치료

리스페리돈 대 할로페리돌

30명의 ASD 어린이 및 청소년(8~18세)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한 리스페리돈과 할로페리돌 비교 이중맹검 연구에서 리스페리돈은 리트보-프리먼 실생활 등급 척도(Ritvo–Freeman Real-Life Rating Scale)의 감각령 및 언어 관련 하위 기준에서 유의한 (P< 0.05) 점수 감소를 달성했다. 

리스페리돌은 할로페리돌과 비교해 자폐행동 체크리스트(Autistic Behavior Checklist, ABC) 점수 및 투르게이(Turgay) DSM-IV 만연성 발달장애(PDD) 점수가 크게 감소하였다(각각 P < 0.05 및 P < 0.01). 중요한 것은 두 약물이 기저치 대비 증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리스페리돈은 사회적 행동을 치료하는 데 할로페리돌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또 할로페리돌 투여군은 더 많은 추체외로증상(extrapyramidal symptoms)의 발생이나 악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옥시토신(Oxytocin)은 뇌하수체후엽에서 분비되는 분만(자궁수축) 및 수유를 촉진하는 내인성 호르몬이다. 인간과 동물 모두에서 관계 형성과 사회적 기능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손상과 의사소통 장애와 관련된 질환이어서 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결함을 줄일 수 있는지 옥시토신 비강분무제의 효과를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제품이 파스테라일프로덕트(Par Sterile Products)피토신’(Pitocin)이다.

이중맹검, 교차, 위약대조 연구에서 비강내로 옥시토신을 투여한 16명의  ASD 남자 청소년(12~19세)에서 정서적 인식이 향상된 것으로 입증됐다. 피험자의 평가는 감정 인식에 널리 사용되는 ‘Reading the Mind in the Eyes’ 테스트가 활용됐다. 그러나 피토신은 산전 조기분만 유도나 산후 출혈 개선을 위한 용도로만 허가돼 있다. 

세크레틴(Secretin)은 위, 췌장, 담낭에서 위산, 췌장액, 담낭액 등의 분비를 촉진하는 내생적 외분비 호르몬이다. 중추신경계(CNS)에서 신경펩타이드 역할을 한다. 후자의 관점에서 연구해봤으나 ASD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비정상적 사회적 행동 치료제로서 리스페리돈은 일반적으로 더 효과적이었으며, 부작용은 적었다. 옥시토신 비강 스프레이는 ASD 환자의 사회적 장애뿐만 아니라 감정 인식 및 시선 맞춤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크리틴은 여러 ASD 시험에서 임상적 이점을 보이지 않았으며, 권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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