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소암 4기 및 대장암 4기서 효과 확인 … AZ ‘린파자’와 병용 가능성 시사 … AZ도 WEE1 억제제 ‘아다보서팁’ 임상 중
미국 머크(MSD)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 같은 폴리 ADP리보스 폴리머라제(poly ADP-ribose polymarase, PARP) 억제제는 난소암 환자들에게 장족의 발전이었지만 암들은 언제나 이를 벗어나 내성을 발달시킬 수 있게 때문에 최종의 치료제는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젠탈리스파마슈티컬스(Zentalis Pharmaceuticals)는 PARP 억제제 및 기타 암 치료제와 병용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WEE1 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가상으로 치러지는 미국암연구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AACR) 2021년 연례회의에서 신약후보물질인 ZN-c3의 유망한 초기 1상 데이터를 지난 10일(현지시각) 내놨다.
안토니 선(Anthony Sun) 젠탈리스 CEO는 “이번 연구는 여러 종류의 암이 진행된 환자에서의 안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매우 아픈 환자에게서 ‘뜻밖의’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WEE1 억제제인 ZN-c3는 두 환자의 종양을 충분히 수축시켜 대응했다고 간주할 수 있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 환자는 난소암 4기에 18개의 약으로 치료를 시도했고, 다른 환자는 대장암 4기에 5개 약을 투여했다.
난소암 환자는 표적종양이 약 절반(56%) 줄어들었고, 치료 4주 만에 특정 암들을 모니터링할 때 쓰이는 항원 CA-125 혈중 수치가 ‘대단히 빨리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컷오프 이후 환자는 6개월 이상(185일) 약물을 복용 중이며 여전히 치료 중이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 종양이 42%나 줄어들었지만 6개월 정도 치료 후 병이 악화됐다.
선은 “우리는 약을 개발할 때마다 ‘우리가 진짜 약을 가지고 있는 게 맞나?’라고 궁금해하기 때문에 더 흥분된다”며 “나는 우리가 분명히 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특별한 반응을 자주 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비소세포폐암 환자 1명과 흔치 않은 자궁내막암 환자 2명을 포함하여 3명의 다른 환자에서도 종양이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치료반응은 반복 검사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
이번 연구는 ZN-c3 용량을 하루 25mg에서 시작해 450mg으로 끌어올렸다. 젠탈리스는 단일 약제로 약물을 시험하는 2상 연구 용량으로 매일 300mg이 결정됐다. 이 회사는 이미 300mg으로 임상 1상 확장연구에 착수했으며 다른 항암제와 병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병용에 적합할 수 있다. 부작용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 사이로 나타났다. 55명의 환자 중 절반가량이 메스꺼움을 경험했고, 설사, 피로, 구토 등이 3분의 1 미만에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것은 혈액 관련 부작용은 환자의 10% 미만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백혈구 수치 감소는 1.8%, 혈소판 수치 감소는 7.2%, 적혈구 수치 감소(빈혈)는 7.2%에서 나타났다. 선은 “WEE1 효소를 막은 결과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모두 감소했다”며 “우리 약은 혈액학적인 면에서 우리의 매우 제한적인 부작용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화학요법제와 함께 병용 가능한 환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ZN-c3은 화학요법제에 멈추지 않고 잠재적으로는 PARP 억제제를 포함한 표적치료제와 병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PARP 효소와 마찬가지로 WEE1 효소는 DNA손상 복구반응(DNA damage response, DDR) 경로에서 역할을 한다. 세포에서 DNA 손상이 발견되면 해당 세포는 순환, 성장, 분열의 과정을 멈추게 한 다음 손상을 복구하려 애쓴다.
선은 “WEE1을 억제하는 것은 세포 순환이 멈추는 것을 막는다”며 “만약에 암이란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면, WEE1을 막는 것은 브레이크 선을 자르는 것과 같다. 결국 암세포들은 속도를 줄일 수 없어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다. 세포가 DNA 손상을 입고 세포 복제에 들어가면, 그것은 엄청난 사고이고 정상 세포들은 죽는다”고 선은 비유했다.
화학요법과 ZN-c3과 같은 WEE1 억제제의 병용은 암세포에 원투 펀치를 전달하는 셈이다. 전자는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후자는 암세포가 그 손상을 고치려는 것을 막는다. WEE1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병용할 경우 PARP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다시 민감하게’ 할 수 있다.
젠탈리스파마는 2014년 창립해 유방암 ZN-c5, 고형종양 ZN-c3, 폐암 ZN-e4 등 3가지 신약후보물질을 5년 만에 자체 창출했으며 이들 모두 임상시험에 진입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기관인 SVB리링크(SVB Leerink)의 앤드류 베렌스(Andrew Berens) 애널리스트는 8일 “아스트라제네카도 WEE1 억제제인 아다보서팁(Adavosertib)을 개발하고 있지만 안전성, 내약성, ‘이상한(awkward)’ 투약요법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며 “아다보서팁도 1상 연구에서 환자의 52%가 빈혈, 48%가 혈소판 감소, 40%가 백혈구 감소를 보였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아다보서팁은 재발성 난소암, 원발성 복막암, 나팔관암에서 린파자와의 병용요법으로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전이성 고형종양에서 린파자와 병용요법으로 1상을 진행 중이다. 진행성 고형종양에서는 린파자와 다른 2가지 표적요법제를 병용하면서 아다보서팁을 투여하거나 투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2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다보서팁은 2상에서 권장용량으로 2.5일마다 총 5회에 걸쳐 매번 175mg을 복용하는 괴이한 용법이 설정됐다. 즉 첫째날과 둘째날은 하루 2번, 셋째날은 아침에만 하루 한 번 복용하도록 돼 있다.
베렌스는 ZN-c3를 300mg 용량으로 개발하기로 한 결정은 “이 용량 수준에서 선명한 유효성,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매일 복용 처방에 고무돼 있으며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WEE1 억제제에 중대한 부담을 지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