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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중 연구개발비 가장 많이 쓴 곳은 로슈, 2위는 MSD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4-07 14:06:37
  • 수정 2021-06-16 1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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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진단사업 매출 14% 증가 … MSD·GSK·사노피 백신 개발 실패는 뼈아픈 상처
2020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엔진은 전세계를 황폐화시킨 팬데믹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신약, 백신, 진단검사법을 개발함으로써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대다수 제약사는 코로나19 환자 증가세 탓에 현장영업에 차질을 겪었고 수익이 감소했다. 이런 장애는 왜 상위 10위권의 제약사들이 수익 감소에 따른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매출 대비 연구개발 예산을 증액했는지를 일부 설명해준다. 

지난 5년간 상위 10개사의 연구개발 예산은 약 700억달러에서 960억달러로 증가했다. 사노피와 노바티스를 빼놓고 모든 회사의 연구 예산이 늘었다. 2018년, 처음으로 매출 기준 15대 제약회사가 1000억달러 이상을 연구에 쏟아부었다. 그 흐름을 따라 2년 후인 지난해 상위 10위권 제약사가 거의 그 수준에 도달했다. 

코로나19는 분명히 일부 예산을 재편했지만 기업 간 인수합병에 상당 부분 투입됐다. 자연적으로 많은 거래가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췄지만 암과 같은 전통적인 영역은 물론 심장병이나 항생제 같은 잊혀진 영역에도 제법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연구개발 예산을 쓴 곳은 로슈로 130억9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전체 회사 매출의 22.2%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13억9900만달러 늘었다. 

로슈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15개의 진단검사를 출시했다. 항원, 항체, 분자진단 방식의 다양한 진단검사는 신속성과 대량 고속처리 능력, 중앙집중식 실험실 진단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반응을 측정하는 진단검사도 히트했다. 로슈진단 사업부는 작년 1년 동안 매출이 14% 증가했으며 주요 요인은 코로나19 검사 제품이었다. 

그러나 임상에서 실패한 많은 신약후보물질들을 폐기하는 고통도 감내해야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망적인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자폐증 치료제인 발로바프탄(balovaptan, 코드명 RG7314)은 사전에 계획된 무익성 분석(futility analysis) 후 1년 전에 임상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버려졌다. 3상을 진행 중이던 재발성 또는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용 MDM2 억제제인 이다사누틀린(idasanutlin, RG7388)도 배제됐다. 신장 투석환자 가려움증을 해소하는 IL-31 신호전달 억제 계열 최초의 단일클론항체인 네몰리주맙(nemolizumab)도 폐기됐다. 

파트너인 AC이뮨(AC Immune)과 공동 개발한 항 타우항체인 세모리네맙semorinemab)은 작년 9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2상에서 1차, 2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좌초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실패율을 보인 아밀로이드 가설과 달리 타우 가설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두 번째 주류 이론으로 주목받았기에 로슈의 실망은 두 배 이상이었다.

반면 로슈는 작년 가을 엔터프라이즈테라퓨틱스(Enterprise Therapeutics)로부터 1상 중인 유전성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 CF) TMEM16A 약효증강제(potentiator) 포트폴리오를 7500만파운드(9700만달러)에 마일스톤 추가 제공 옵션으로 인수했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해 전년 대비 37%나 증액한 13억6000만달러를 쓰면서 2019년 2위를 차지했던 존슨앤드존슨(J&J)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은 136억달러로 이 회사 매출액 대비 28.3%를 차지했다. 

그러나 돈을 투입한 것과 성과는 비례관계를 보이는 게 아니어서 MSD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만족할 만한 실익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두 회사는 경쟁기업보다 훨씬 늦었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눈에 띄는 실패는 MSD가 작년 4분기에 백신 개발을 아예중단한 것이다. 원하는 만큼의 면역반응이 얻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MSD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3일 현금 선불금 4억2500만달러를 주고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에 소재한 면역질환 및 암 치료제를 전문 개발하는 온코이뮨(OncoImmune)을 인수했다. 본래 조혈모세포이식 후 이식편대숙주반응(GVHD) 치료제로 개발된 ‘CD24Fc’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위한 염증반응 억제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인 회사는 4위를 차지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었다. 연구 예산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11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2019년 8위에서 2020년 4위로 올랐다. 이는 물론 2019년초 세엘진을 740억달러에 매수한 다음해라는 점이 반영됐지만 앞으로 이 회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공격적 투자 공세를 유지할지 관심이 고조된다. 

BMS는 세엘진을 인수하면서 보유하게 된 자운스테라퓨틱스(Jounce Therapeutics)와 공동 개발한 대식세포의 LILRB2 수용체를 표적으로하는 항체인 JTX-8064를 버렸다. 

올 2월 5일에는 다소 늦었지만  세엘진이 2018년 1월 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로부터 인수한 CAR-T 치료제인 ‘브레얀지’(Breyanzi 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 lisocabtagene maraleucel, 일명 리소셀, Liso-cel, 코드명 JCAR017)가 성인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彌慢性) 거대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승인받는 성과를 올렸다. 

BMS는 작년 9월 옵시디안테라퓨틱스(Obsidian Therapeutics)로부터 CD40L 세포치료제를 도입하면서 CAR-T 치료제를 뛰어넘는 시도를 했다. CAR-T 세포치료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항원 음성 종양 탈출(antigen-negative tumor escape)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약물을 확보하게 됐다. 세엘진은 BMS에 인수되기 직전까지 CD40L 및 IL-12의 활성을 제어하는 ​​특징을 가진 세포치료제를 갖기 위해 주력해왔다. 

BMS는 세엘진이 2016년에 다발성경화증 및 셀리악병(celiac disease, 글루텐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세포치료제를 확보한 아노키온(Anokion)과 맺은 협력도 승계하기로 했다. 

BMS가 작년 10월 마이오카디아(MyoKardia)를 13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폐색형(Obstructive) 비후성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 치료신약 ‘마바캄텐’(Mavacamten, 코드명 MYK-461, NCT03442764)을 확보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경구 항응고제 ‘엘리퀴스정’(Eliquis, 성분명 아픽사판, apixaban)이 주도하는 심혈관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3위를 차지한 존슨앤드존슨은 120억1500만달러를 연구개발에 썼다. MSD, GSK, 사노피 등 이른 바 백신 메이저 회사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단회 주사용인데다 저장과 보관과 용이해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보다 장점이 있다.  

작년 8월 모멘타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를 65억달러에 인수해 항FcRn 항체인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인 니포칼리맙(nipocalimab)을 확보했다. EGFR-MET 이중 특이적 항체인 폐암 신약후보물질인 아미반타맙(amivantamab)은 작년 말에 신약승인을 신청하고 올해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희귀한 EGFR 변이를 가진 환자의 40%에서 종양이 위축됐고 4분의 3에서는 종양 증식이 멈췄다.  

5위의 화이자는 94억달러를 투입했다. 바이오엔텍과 제휴해 코로나19 백신을 승인받은 게 가장 빛나는 성과였다. 화이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20억달러를 투입했다. 올해 150억달러의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종 대응 백신 개발, 청소년 및 어린이용 백신 개발, 부스터(면역반응강화 보강제) 발굴 등에 상당 부분이 재투자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FDA 패스트트랙 약물로 지정된 2상 단계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약물 PF-05221304, 관절염을 겨냥한 2상 진행 약물인 IRAK4 억제제 PF-06650833, 1상을 진행하던 전립선암 치료 백신인 PF-06753512를 정리하는 상처도 입었다. 

6위 노바티스는 2019년보다 5억달러를 줄인 89억달러를 연구개발에 집행헀다. 이 회사의 중요한 성과는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를 보이는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인 ‘타브렉타’(Tabrecta 성분명 카프마티닙 capmatinib, 개발코드명 INC280)가 작년 5월 6일 FDA 가속승인을 얻은 것과 재발성 다발성경화증(relapsing multiple sclerosis, RMS) 치료제 ‘케심프타’(Kesimpta 성분명 ofatumumab 오파투무맙, 코드명 OMB157) 피하주사제가 작년 8월 20일 FDA 허가를 받은 것이다. 

반면  2019년 약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을 주고 사들인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인클리시란(Inclisiran)이 작년 연말 FDA로부터 승인 거절당하는 충격을 겪었다. 

또 작년 여름엔 지아르코(Ziarco)를 2016년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인 아드리포란트(adriforant, 코드명 ZPL389)의 개발을 중단한 혐의로 4억8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맞았다. 이 약은 인수 당시 2상 중간분석을 앞두고 있었으며 하루에 한 번 경구 복용하는 H4 수용체 길항제로서 지아르고 인수의 핵심 아이템이었다. 

작년 11월 20일에 호주 메조블라스트(Mesoblast)로부터 5000만달러에 인수한 줄기세포치료제인 ‘레메스템셀’remestemcel-L)이 한 달 만에 코로나19 관련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 ARDS 증상 개선에 입증에 실패한 것도 충격을 줬다. 노바티스 역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실망스러움을 안고 있다. 

7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지난해 77억달러를 연구개발에 썼다. 역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실패한 타격이 컸고 미국 비르바이오(Vir Biotechnology)와 제휴해 코로나19 중화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효능이 낮았고 특히 입원 환자의 증상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FDA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다. 

사노피, 애브비, 릴리 등 8~10위를 차지한 3개사는 모두 60억~65억달러 규모의 매우 엇비슷한 금액을 연구개발에 지출했다. 하지만 이 셋은 아주 다른 2020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사노피(연구개발비 66억달러)는 주종목인 심장질환 대사질환을 버리고 암과 희귀질환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애브비(연구개발비 65억5000만달러)는 제약사는 2019년 스템센트렉스 (Stemcentrx)의 58억달러 인수와 관련해 40억달러의 손실을 입어 잊고 싶은 한해를 지냈다. 지난해 630억달러에 엘러간(Allergan)을 인수해 올해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엘러간이 보유한 자산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막상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는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릴리는 59억달러로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1% 감소해 11위로 내려앉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신해 1년 만에 톱10에 복귀했다. 릴리의 작년 연구개발 예산은 60억8000만달러로 코로나19 중화항체 2종이 승인받은 게 위안이 됐다. 희귀질환에 부쩍 투자를 늘린 지난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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