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염증성질환(Pelvic inflammatory disease, PID)은 자궁내막, 난관, 난소, 복강 등에 염증이나 종기가 생기는 상부 여성 생식기 염증성 질환을 총칭한다. 마땅한 통계는 없으나 미국에서 2013~2014년에 조사한 결과 성경험이 있는 가임 여성의 4.4%가 PID에 걸렸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의 10%가 불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관리가 중요하다. 이지영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바탕으로 PID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은 일반적으로 균이다. 임질균(Neisseria gonorrhoeae)과 클라미디아균(Chlamydia trachomatis)이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다만 최근 들어 두 세균에 의한 PID 사례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급성 PID 진단을 받은 여성의 50%를 약간 밑도는 수준에서 이들 두 균에 양성을 보인다.
나머지는 질내 혐기성 세균이다. 예컨대 세균성 질염(Gardnerella Vaginalis),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 장내그람음성균(enteric Gram-negative rods), Streptococcus agalactiae(B군 연쇄상구균) 등이 PID와 관련이 있다.
또한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Mycoplasma hominis, Ureaplasma urealyticum, Mycoplasma genitalium 등이 일부 PID 사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최신 데이터는 M. genitalium이 PID의 병리 발생에 역할을 하고 가벼운 증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연구는 하부 생식기에서 M. genitalium이 검출된 것과 PID의 증가와는 연관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PID 진단을 받은 모든 여성은 핵산증폭검사(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 NAAT, 흔히 PCR검사)를 사용해 임질과 클라미디아뿐만 아니라 에이즈(HIV)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M. genitalium를 진단하는 것의 유용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상업적인 진단검사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성적으로 활동적인 여성을 대상으로 클라미디아를 선별하고 치료하면 PID 위험이 감소한다. 세균성질염(bacterial vaginosis, BV)은 PID와 관련이 있지만, BV를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PID 발생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통증 外 질분비물·고열·자궁 연약·질액 현미경검사 백혈구 증가 등 진단 보조지표
PID는 일반적으로 골반통, 복통을 동반한 아랫배를 누르는 듯한 통증, 치골 윗부분의 통증 외에 질 분비물의 악취, 질 분비물 증가, 38도 이상의 고열 등 다양하다. 급성 PID는 질환과 관련된 증상과 징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진단하기 어렵다. PID를 가진 많은 여성들은 미묘하거나 특별한 증상이 없다. 진단과 치료의 지연은 상부 생식기에서 염증성 후유증을 일으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 증가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난소 및 난관 주위의 농양을 진단하는 게 상례다. 복강경 검사가 난관염과 원인 세균의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활용되기도 하나 증상이 경미하거나 모호할 때에는 사용이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게다가 복강경 검사는 자궁내막염이나 나팔관의 미묘한 염증을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 PID의 진단은 부정확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의료진은 주의해야 한다.
데이터는 증상으로 감별하는 PID의 임상진단의 양성예측치(Positive predictive value, PPV)는 복강경 진단의 65~90%가량이다. 급성 PID의 임상 진단 PPV는 인구의 역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성적으로 활동적인 젊은 여성(특히 청소년), 성병 클리닉에 다니는 여성,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발생률이 높은 지역사회에 사는 여성의 PPV가 더 높다.
PPV와 무관하게 어떤 단일한 병력이나, 내과적 또는 실험실 소견도 PID 진단에서 더 나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두 개 이상의 검사결과를 반영하면 민감도와 특이도를 올릴 수 있다.
많은 PID 임상소견이 묻혀지기도 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 또는 의료진이 경미하거나 비특이적인 증상 또는 징후(비정상 출혈, 잦은 배뇨, 질 분비)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증 또는 무증상 PID를 가진 여성도 불임에 걸릴 수 있다. 진단의 어려움과 여성의 생식 건강을 저하시킬 가능성 때문에 확실한 방법과 적절한 시기기 아니라면 진단에 신중해야 한다. 다만 하복부 통증이 PID가 아닌 다른 일반적인 원인(자궁외 임신, 급성 맹장염, 난소낭종, 기능성 통증)으로 비롯됐을 경우라도(오진) PID에 대한 항균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PID에 대한 추정적 치료는 성병 위험이 있는 젊은 여성, 골반 또는 하복부 통증을 경험하고 있을 경우, PID 이외 질병의 원인을 식별할 수 없으나 골반검사상 △경추 운동의 부드러움 △자궁의 부드러움 △자궁 부속기의 부드러움 등 3가지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면 시작해볼 수 있다. 만약에 이들 3가지 골반검사 조건이 모두 충족한다면 PID 진단에서 충분한 민감도를 얻을 수 있다. 경험적 치료를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한 후 임상의는 성병에 대한 위험성 프로파일도 고려해야 한다.
PID의 잘못된 진단과 관리는 불필요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진단 평가가 주기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세 가지 골반검사 최소 기준 중 하나 외에 하부 생식기 염증(질 분비물에서 백혈구의 우세, 자궁경부의 삼출물, 자궁경부의 취약성)의 징후가 있으면 진단의 특이도가 증가한다. 임상 진단의 특이도를 높이려면 최소한 아래 기준 중 하나를 활용할 수 있다. 즉 △경구 체온 38.3도 이상 △비정상적인 자궁경부 점액과다 배출 또는 자궁경부 취약성 △질액의 식염수 현미경 검사 시 백혈구 증가 △적혈구 침강률 상승 △염증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 상승 △임질균 및 클라미디아균에 대한 검사 소견 등이다.
PID를 가진 대부분의 여성들은 질 점액의 식염수에 현미경 검사(습식표본고정)에서 점액성 자궁경부 배출물 또는 백혈구 증가의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자궁경부 배출물이 정상으로 보이고 질액의 습식표본고정에서 백혈구가 관찰되지 않는다면 PID 진단은 어렵고 통증은 다른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질액의 습식표본고정은 세균성질염이나 트리코모나스감염 등 동반 질환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PID를 진단하기 위한 가장 특이적인 준은 △자궁내막염이란 것을 보여주는 조직병리학적 증거가 있는 자궁내막 조직검사 △자유 골반액(free pelvic fluid) 또는 난관난소복합체를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은 난관이 충혈되고 두꺼워진 질 경유 초음파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골반 감염을 시사하는 도플러 연구(난관 충혈 등) △PID와 일치하는 복강경 소견 등이다. 자궁내막 조직검사는 일부 여성에게는 자궁내막염이 PID의 유일한 징후이기 때문에 난관염의 시각적 증거가 없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던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임질균·클라미디아균 포함 광범위 항균제로 치료 … 경구 및 비경구 치료 간 차이 없어
PID 치료제는 가능하면 경험적이고 광범위한 스펙트럼 범위를 제공해야 한다. 몇 가지 비경구 및 구강 항균제는 단기 추적을 통해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임상적 및 미생물학적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제한된 임상연구만이 자궁내막과 나팔관 감염의 제거와 관련해 치료제를 평가하거나, 난관불임 및 자궁외임신과 같은 장기 합병증 발생률을 조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최적 치료법 및 초기 PID 여성에 대한 항균제 치료의 장기적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PID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든 치료제는 임질균과 클라미디아균에 효과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병원체에 대한 자궁내검사 음성 결과가 상부 생식기 감염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PID를 가진 여성에서 혐기성 미생물을 근절해야 할 필요성이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혐기성 세균은 PID를 가진 여성의 상부 생식기관에서 분리되었고, 체외 연구에서 데이터는 일부 혐기성 세균(예: Bacteroides fragilis)이 난관과 상피세포를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균성질염은 PID를 가진 많은 여성들에게 존재한다. 혐기성 세균을 커버하지 않는 항균제가 장기 후유증(불임 및 자궁외 임신 등)을 성공적으로 예방하는 게 입증될 때까지 혐기성 세균을 억제하는 항균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 후유증의 예방은 적절한 항생제의 조기 투여에 달려 있기 때문에 추정 진단이 내려지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법을 선택할 때 의료진은 활용 가능성, 비용 및 환자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PID가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임상적 심각성을 가진 여성에서 비경구 또는 경구 치료제는 유사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