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유전성으로 전체 신세포암의 49% 차지 … VHL 비활성화로 인한 HIF-2α 축적 선택적 억제
미국 머크(MSD)는 2019년 5월 21일 10억5000만달러를 주고 ‘보석’처럼 인수한 펠로톤테라퓨틱스(Peloton Therapeutics)의 HIF-2α(저산소유도인자-2 알파, hypoxia-inducible factor-2 alpha) 억제제 신장암치료제 후보물질인 벨주티판(belzutifan, 코드명 MK-6482, PT2977)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벨주티판은 이번에 희귀 신장암의 일종으로 시급하게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은 폰히펠-린다우병 관련 신세포암종(RCC)의 치료제로 신약허가신청이 제출됐다. 처방약생산자수수료부담법(PDUFA)에 따라 오는 9월 15일까지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벨주티판은 강력한 선택적 HIF-2α 억제제다. 종양을 억제하는 단백질이자 유전자인 VHL(von Hippel-Lindau, 폰히펠-린다우)이 비활성화되면 환자에서 HIF-2α를 포함한 저산소유도인자 단백질이 축적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세포증식, 혈관신생, 종양성장 등을 촉진해 양성 또는 악성 종양 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전체 신세포암의 70~80%는 투명신세포암(Clear cell renal cell carcinoma, CCRCC, clear cell kidney cancer)이고, VHL 단백질 비활성화 또는 결여가 CCRCC의 70~90%에서 관찰된다. HIF-2α 발견으로 시작된 VHL 생물학 연구는 2019년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신청은 2상 ‘Study-004’에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신장에 국한된 최소 하나 이상의 측정 가능한 고형종양이 있고 즉각적인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VHL병(VHL 결여) 환자 61명이 임상시험에 등록했다. 피험자의 36.1%가 치료반응(ORR)을 보였다. 시험의 2차 목표는 질병통제율, 반응기간, 반응 발현에 소요된 기간, 무진행생존기간, 수술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표지개방 방식으로 진해된 이 임상에서 피험자들은 종양이 진행되거나 독성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타날 때까지 벨주티판 120mg을 1일 1회 경구 복용했다.
이 시험에서는 췌장낭종, 췌장내분비종양, 중추신경계 혈관모세포종, 망막 혈관모세포종 등 다른 폰히텔-린다우증후군 관련 종양에 대한 벨주티판의 치료반응률도 평가됐다.
MSD는 또 3상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벨주타판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의 신세포암 치료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또 진행성 CCRCC와 관련, 벨주티판을 엑셀리시스(Exelixis)의 ‘카보메틱스’(Cabometyx, 성분명 cabozantinib)와 병용하는 1차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머크리서치래버러토리의 스콧 에빙하우스(Scot Ebbinghaus) 임상연구 담당 부사장은 “희귀 유전성 질환의 일종인 폰히펠-린다우증후군은 아직까지 전신요법제가 승인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다양한 장기에서 종양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실제로 이 증후군 환자들 70%는 일생에 한번 신세포암에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우선심사 지정은 MSD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 및 다양화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중요한 진전이 있음을 말해준다”며 “FDA와 긴밀히 협력해 벨주티판이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인 미즈호(Mizuho)의 애널리스트인 마라 골드스타인(Mara Goldstein)은 미국에 약 2만2000명의 VHL 투명신세포암 환자가 있다고 추정하면서 우선심사를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적응증 범위가 미미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잡을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펠로톤은 사우스웨스턴 텍사스주립대(UT Southwestern) 생화학교실 수장인 스티븐 맥나이츠(Steven McKnight)가 2011년 1800만달러로 시작한 회사다. MSD 인수에 앞서 RA캐피털, 오르비메드(OrbiMed)와 같은 유명 투자자를 끌어 들였다.